[화제의판결]연말 술자리 업무상 재해 판단 기준은?

2010.12.28 10:45:35 호수 0호

“사장님, 끝까지 함께 하시죠~”


송년회 등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는 음주로 인한 사고도 함께 늘어난다. 특히 회사 송년회 등 회식 자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업무상 재해 여부를 가리기 위한 송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연 어떤 경우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 법원은 모임의 주최자, 목적, 참석 강제성 등을 기준으로 회식과 업무간의 연관성을 엄격히 판단,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결정한다고 밝혔다.

송년회 등 모임 주최자·목적·비용부담 따라 업무 연장 판단
같은 노래방 가더라도 사업주가 주최하면 ‘업무상 재해’ 해당


송년회 등 회식 과정에서의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모임 과정이 전반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이뤄졌는지가 쟁점이다. 법원은 조직의 장이 모임을 주최하고, 직원 대다수가 참석했으며 법인카드 등 회사 경비로 회식비용을 지불했다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열린 모임’으로 보고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주최자가 누구냐에 따라 모임에 대한 강제성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사장 주재 전체 회식 ‘인정’

송년회 2차 회식장소 입구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다친 김모(35)씨의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서울 행정법원은 “2차 회식도 30명 중 28명이 참석했고, 부서장이 주관했으며 회사가 비용을 부담했다”면서 “회사 공식 송년회의 연장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회사원 A씨는 밤늦게까지 진행된 송년회식을 마치고 이동하다가 발을 헛디뎌 농수로에 빠져 사망했고, 법원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회식이 대표이사의 주관 하에 소속 직원의 사기 진작과 단합 도모를 목적으로 이뤄졌고, 비용도 법인카드 등으로 계산된 것으로 볼 때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는 회식에서 과음으로 거동 등에 문제가 생겨 사망했고,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또 직장 상사가 주재하는 공식적인 모임의 연장선상에서 2차가 진행됐다면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당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 5월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자택 현관 앞 2층 계단에서 떨어져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B씨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당시 B씨가 참석한 회식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혁신기획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1차 회식 뿐 아니라 2차 회식 자리까지 미리 정해져 공단에 정식으로 보고된 상황이었다. 심리 과정에서 B씨는 1차 모임에서 다른 혁신기획실차장들과 업무 관련 주제에 대해 토론을 거듭했고, 예약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논의를 계속 했지만 만취상태여서 발언 시 발음이 부적절했다는 점 등이 밝혀졌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2차 모임 역시 회사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 B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반면 법원은 1차 회식 후 원하는 사람에 한해 2차 모임에 참석하는 경우는 업무의 연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나 상급자가 주관하는 자리가 아니라 참석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참석한 모임이기 때문이다.


과음행위가 사업주의 제지나 만류에도 근로자의 독자적 판단을 통해 이뤄졌다면 이를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조모씨는 2007년 12월28일 전 직원이 참석한 1차 회식 후 일부 직원과 따로 가진 2차 회식에 참석한 뒤 만취상태에서 실족하는 바람에 바다에 빠져 익사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공식행사인 1차 회식과 달리 2차 회식은 일부 직원끼리 술을 더 마시려고 즉석에서 마련된 자리이며 참석도 강제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업무수행과 관련됐다거나 사용자의 지배·관리를 받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송년 모임이 끝나고 노래방으로 이동하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설비기사 박모씨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노래방 회식은 임의적 선택’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박씨는 당일 근무자인데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고, 1차 회식 후 근무지로 복귀해야 하지만 비번인 사람들과 어울려 2차로 노래방을 따라갔다.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노래방 회식을 업무의 일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사원 전체 회식이라도 비공식적이고 즉흥적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은 경기 파주시 한 공장의 공장장 김모(5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비공식 2차는 ‘불인정’

2006년 4월 김씨는 생일을 맞아 사장이 제안한 축하 자리에 참석, 2차까지 참석했고, 다음날 새벽 1시께 술집 계단에서 굴러 뇌좌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후 김씨는 “회식중 당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요양승인 신청을 했지만 공단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급기야 김씨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 역시 김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공식적으로 회식이 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가 끝난 후 김씨의 생일 축하를 위해 즉흥적으로 회식을 한 점을 고려하면 사업주가 회식 장소에 참석했더라도 이를 업무 연장선상에 있는 공식적인 회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송년회 모임 등 술자리가 잦은 연말, 꼭 마셔야 한다면 사장님을 대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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