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 성주 군민들은 무슨 죄?

2016.07.14 16:41:58 호수 0호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경북 성주 지역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다. 김항곤 성주군수가 지난 13일, 지역 군민들과 함께 국방부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 현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사드배치 지역 선정과정에 대해 “오직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 가용성, 부지의 가용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발표 전에 어떤 형식으로든 그 지역 주민들에게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한 장관의 발언이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국방부는 사드 예정지로 공군기지가 배치된 평택, 강원도 원주, 충북 음성, 경북 칠곡 등을 꼽았던 바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환경영향평가 한 번 없이 며칠 만에 성주로 발표해버렸다. 주먹구구도 이런 주먹구구식 일처리는 없다. 최소한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 어떠한 조사를 걸쳐 성주가 사드배치 적합지로 선정됐는지 등도 함께 밝혔어야 했다.

지역 주민들과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도 아쉽다.

경북 성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이번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 “한마디로 아연실색할 일이다. 쉽게 말해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지역민들 역시 정부의 ‘소통부재’를 이유로 강하게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성주 지역민들은 전자파에 대한 위해성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으로 수용불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오산이나 평택, 거론됐던 후보지들은 대부분이 미군부대가 있던 곳이었지만 성주는 전혀 적합하지도 않다는 주장이다.

1개 포대(통제소 및 사통레이더, 발사대 6기, 요격미사일 48발) 운용에 1조5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가는 사안은 헌법상 국회에 비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 맞다.

그런데도 한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서 “국회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안이라는 법률적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자체에서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알면서도 모른 체’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니면 ‘국가나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부분의 헌법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

전자파 안전 문제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한 장관은 가장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몸으로 시험 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얼마나 다급했으며, 어떤 의미로 그런 발언까지 했는지 충분히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일뿐이다. 시험 삼아 잠시 몇 분 서 있겠다는 국방부장관의 약속이 과연 계속 거주해야 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소통의 부재’다.

국방부는 ‘국회 비준이 불필요한 사안’이라고 하지만 국회에서는 헌법을 근거로 들면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드 배치의 국회 비준 동의 대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에 해당해 만약 조약의 형식으로 체결된다면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하는 조약으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행정부와 입법부가 같은 사안으로 서로 다른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애꿎은 성주 군민들만 물리적·정신적인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다. 민심을 다스리기는커녕 분란만 일으키고 있는 정부는 하루빨리 지역민들과의 충분한 대화 및 환경영향평가 등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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