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2010 국감 성적표 대공개

2010.11.02 09:36:05 호수 0호

고기는 씹어야 맛, 국감은 튀어야 맛

상임위서 날고 긴 박근혜, 정책 ‘글쎄’ 성실성 ‘인정’
야권 ‘청문회’ 받은 오세훈·김문수, 원외 손학규 활약

2010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국감 무대를 주름잡은 여야 잠룡들의 성적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감은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쉽거니와 지역구와 전국에 자신의 활약상을 알릴 좋은 기회이다. 특히 이번 국감은 잠룡들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대권행보를 펼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잠룡들의 승부처로 주목받았다. 이번 국감을 통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이는 누구이며 실종된 이는 누구인지 국감장에 새겨진 잠룡들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초·재선 의원들의 주된 활동 무대였던 국감장이 여야 잠룡들의 것이 됐다. 워낙 정가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이다 보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쏠린 시선이 적지 않았던 것.
박근혜 전 대표는 이번 국감기간 중 가장 주목받은 이 중 한명이다.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세제개편과 정부-공기업의 부채관리 문제를 지적하며 재정 건전성 확보를 강조했다.

가뭄에 콩 나듯 활동

지난달 4일 국감에서 LH 부채문제 등과 관련, “공기업 부채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지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재정정보의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다. 5일 국감에서는 세제 정책을 정조준했다. 그는 “우리나라 세제는 너무 자주 바뀌고 개편항목도 많다”며 “매년 시행령까지 포함하면 세제개편 항목이 400개가 넘는다. 5년간 세제개편 항목이 2272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세제가 너무 자주 바뀌면 개편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고 일관성과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성장 잠재력 확충·재분배 기능 확대·저출산 고령화 대응 등 3가지를 원칙으로 제시, “곁가지만 건드리지 말고 중장기적이고 과감한 세제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국감 활동을 통해 그동안 상임위 활동으로 갈고 닦은 식견을 드러내며 ‘준비된 경제 지도자’라는 인식을 뿌리내렸다. 특히 그는 자신이 지적한 사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며 평소 강조해오던 ‘신뢰’와 ‘원칙’이라는 개념을 포함시켜 주목받았다.


하지만 ‘큰 그림’을 그리다보니 날카로운 면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국감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다만 성실한 국감 활동에 대해서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20일의 국감기간 동안 단 한 번의 결석도 없었을 뿐 아니라 모든 재정위원들이 한 번씩 질의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의원들의 질문과 피감기관장의 답변을 경청하는 등 모범적으로 국감에 임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국감 활동은 다른 잠룡들이 국감장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인해 더욱 주목받았다.

정동영·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감 전 치러진 전당대회 후유증으로 한동안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소속된 정 최고위원은 해외국감으로 인해 실질적인 국내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활동은 얼마 하지 못했다.

다만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 최고위원은 해외국감 중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외교장관 청문회 중”이라며 “질문하시고 싶은 내용 있으면 달라”고 참여를 유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 소속된 국회의원이기도 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평소에는 특임장관으로, 복지위 국감에는 의원으로 임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국감보다는 2022 월드컵 유치전에 무게를 뒀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2일 외유길에 오른 것. 국감 시작일인 지난달 4일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를 들러 제프 블래터 회장을 만났으며 7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3회 리더스 인 풋볼’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피감기관장’이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만큼 이들에게는 의원들의 질문도 ‘급’이 달랐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차기 대선에 대한 견해를 묻는 한편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을 정조준해 ‘청문회’를 방불케 한 것.

오 시장은 ‘낙지’에 발목을 잡혔다. “낙지 머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서울시의 섣부른 발표로 어민들이 다 죽게 생겼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오 시장은 “그래도 (낙지) 먹물과 내장은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버텼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사 표본으로 삼은 낙지 중에 중국산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머쓱해지고 말았다. 

지난달 13일 국회 국토해양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김 지사에 대한 민주당의 파상공세가 눈길을 끌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직접적으로 “차기 대선에 나설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지사는 “이제 재선된 지 100일 지났다. 아직은 그런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김재윤 의원이 “여당의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김 지사를 뽑고 있다”고 하자 “감사합니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경기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사실상의 대권공약’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렇게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대선 공약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고 김 지사는 “수익성이 없으면 민간 기업들이 수익보장도 안 해주는데 투자 계획서를 제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원외에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지원사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손 대표는 원외에 있다 보니 국감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대신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통해 이슈로 띄우려한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세에 힘을 실어줬다.

밖에 있다고 못 돕나

4대강 사업은 ‘포스트 국감’에서도 정국을 뒤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손 대표는 지난달 26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정감사를 통해서 4대강 사업이 위장된 대운하 사업’이란 사실을 밝혀냈다”며 “또 이 사업이 반서민·반민생 정책의 중심에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천부터 정비해서 진정으로 4대강을 살리는 일을 해야 한다. 4대강 예산을 대폭 줄여, 민생예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해 연말 예산국회에서의 일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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