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국정감사 보고서> 엉터리 국정감사 백태

2010.10.19 09:35:01 호수 0호

국정감사? 동네감사도 이보단 낫겠다

핵심 증인·이슈·결정적인 한방 없어 ‘3無 국감’
국감장서 막말·파행 “이럴 바엔 아예 하지 말자”



끝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국정감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전보다 국감 파행 사태는 줄었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국감장을 달구고 사회 전반으로 파급을 일으킬 이슈가 사라졌음은 물론 매년 되풀이되는 지적을 재탕, 삼탕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국감이 정말 정부의 ‘정책’을 놓고 꼼꼼히 따지려면 ‘상시 국감’ 등 제도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정감사가 ‘넋’을 잃었다.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감에 임하는 자세도, 내용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국감은 ‘맹탕’이 될 것이라는 건 국감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예고된 부분이다. 국감 직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와 민주당 전당대회 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잡히면서 의원들의 국감준비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예년 국감에서의 잘못까지 반복되며 ‘부실국감’의 정점을 찍고 있다. 무엇을 위한 국감인지 ‘기본’ 조차 망각한 행태들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맥 빠지고, 얼 빠지고


지난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감사 중간에 식사를 함께 하며 음주까지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피감기관의 부적절한 접대와 이에 응한 의원들의 태도 등에 비판이 제기됐다.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국감은 피감기관에 대해 입법부가 감시하는 자리”라며 “국감 첫날, 국감 도중에 함께 식사와 음주를 한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막말과 고성, 파행도 계속됐다. ‘불량상임위’로 꼽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는 이번에도 파행을 거듭했다. 지난 5일에는 여야 의원들이 관제시위 논란을 두고 고성을 주고받다 국감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지난 12일 국토해양위 국감은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의 ‘4대강 낙태’ 발언으로 파행했다. 전날 장 의원은 야당의 4대강 사업 중단 요구에 대해 “4대강 사업은 여성으로 따지면 임신 5개월 이상 지난 것으로 (중단 주장은) 시어머니가 며느리 임신 못하게 하다가 지금은 낙태하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라고 말해 여야간 공방전을 일으킬 ‘불씨’를 제공했다.

정부의 증인출석 회피와 자료제출 부실도 국감이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국감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증인으로 채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급히 외국으로 몸을 피하거나 급한 일이 있다며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은 것.

증인들은 불출석 사유로 해외체류나 건강 악화는 기본이요, “건강검진이 예약돼 있다”거나 “풍수지리 강좌를 수강해야 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했으며 아예 불출석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이에 박희태 국회의장은 “증인 불출석으로 적지 않은 상임위가 애를 먹고 있다고 하는데 증인들은 원활한 국정감사를 위해 감사장에 출석해야 한다”면서 “증인 불출석은 국회의 권위를 무시하는 국회 경시 풍조로 이어지는 것이며 이는 결국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자료제출 문제에 대해서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9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8월5일 상임위를 통해 대검에 공식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1건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원내대표인 제게도 이 정도인데 다른 의원실은 어떨까 알아봤더니 자료를 받은 의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일갈했을 정도다.

결국 이번 국감은 반환점을 돌 때까지 4대강 사업 외에는 별다른 이슈를 찾아내지도, 띄우지도 못했다. 피감기관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한방’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국감을 핵심 쥔 거물급 증인도, 결정적인 한방도, 국민들의 시선을 모을 이슈도 없는 ‘3無 국감’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와 함께 반쪽국감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516개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것은 애초부터 겉핥기로 그치자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의원 한 사람 당 질의시간도 10분이 채 되지 않아 피감기관을 날카롭게 꼬집고, 파헤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국감 무용론’을 편 것.

김무성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조직의 힘이 행정부에 비해 부족한 국회의원이 국정 전반을 견제하기는 역부족”이라며 “특정한 사안이 발생하면 해당 상임위가 국정조사권을 잘 활용, 시한의 제한없이 파헤치는 쪽으로 가야 한다”면서 ‘국감 폐지론’을 폈다.

‘상시국감’에 대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짧은 기간에 몰아서 하다 보니 겉핥기식 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감사일수록 깊이있는 얘기가 나와야 하므로 국감에 준하는 상시적인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상시국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중 한 인사는 “상시국감에 대한 주장이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은 현 국감 제도가 자료 제출 미비와 시간 부족 등을 꾸준히 지적받았기 때문”이라며 “의원들이 말로만 상시국감의 필요성을 논하지 말고 스스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감과 관련, ‘처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을 외국으로 빼돌리거나 국내에 있어도 증인출석을 안 시키고 있어 과연 꼭 국감을 해야 하는가 생각해볼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당근 버리고 채찍만

그는 이어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언론과 국민이 규탄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감 출석을 거부한 증인들에 대한 형량을 높이는 법안도 제출됐다. 증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의 형량 상한을 징역 5년, 벌금 2000만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이 지난 8월 제출된 것.


그러나 이러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매년 국감 때마다 반복돼 왔다는 점에서 다음 국감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사라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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