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로 지지율 올린 김문수, 보수 끌어안기 총력
박근혜, 친이계 포용 광폭행보 “대세론으로 대항마 제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대권구도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꾸준한 상승세다. 한나라당 당무회의 참석도 가능해지면서 대권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박근혜 전 대표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 등 MB에 대한 날선 비판도 거둬들였다. 2012년 경선을 대비해 보수세력 끌어안기에 총력이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친이세력 포용에 여념이 없다. 경제전략 비전 제시를 위해 소속 상임위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살얼음이다. 2008년 당시 MB에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아픔이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30일 제10차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 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들이 한나라당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비롯한 주요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당내 발언권이나 당무 참여의 길이 열려 당내 입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당시 정두언 최고위원의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친박계는 반발했다.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친이계가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만들기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이 수정안을 제시하고 안상수 대표가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상한가 김문수 경기지사
보수이념 무장 변신
여권 대선후보 중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잠룡은 김문수 경기지사다. 올해 초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3%대에 머물렀지만, 10월 초 조사에서는 11.2%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동서리서치가 지난 10월5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응답방식으로 조사한 차기 대선주자의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여권 후보 중 11.2%로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42.7%를 차지한 박근혜 전 대표였다. 2위는 13.2%의 오세훈 시장이다. 김 지사와 오 시장과의 차이는 올해 초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 9월27일과 28일 양일간 실시된 <폴리뉴스>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백리서치의 공동 정기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2위에 올라섰다. 박 전 대표가 40.7%로 1위를 차지했다. 김 지사는 13.0%로 오 시장(9.0%)에 앞섰다. 한나라당 지지층의 지지율에서도 오 시장(14.6%)보다 높은 19.2%를 기록했다. 다만, 기반 지역인 수도권(18.7%)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한자리 수의 지지율에 머물고 있어 폭넓은 지지기반 구축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높은 상승률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와 관련해 청와대에 소신있는 쓴 소리를 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킨 결과라는 평가다. 당시 김 지사는 “국가 리더십이 혼미하다”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도 거론했다. ‘MB차별화’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김 지사는 최근 이 같은 MB차별화에서 벗어나 애국심을 강조하는 등 보수이념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자제키로 했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오른 만큼 친이계로부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것이 김 지사 측 관계자의 발언이다.
김 지사의 또 다른 측근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층 뿐만 아니라 당내에서조차 김 지사에 대한 이념적 의문들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김 지사로선 예선을 통과하기 위해 이런 의문들을 사전에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지사는 7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투신, 활동하다 YS정부 시절 중용됐다. 한나라당에서 3선 고지를 밟은 뒤 2006년 경기도지사에 올랐고,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 김 지사의 장점은 서민적인데다 이권 개입이나 불법 같은 스캔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정치적 소신에 따른 과감한 발언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같은 영향으로 김 지사는 박근혜 대항마에 고심하고 있는 친이계 의원들이 찾던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도권 출신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대선 후보로 나올 경우 김문수 지사의 가치는 더 상향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모 매체를 통해 “친이계 의원들은 손 대표에 맞서 박근혜 전 대표보다는 ‘영남당의 수도권 후보’인 김 지사를 내세우는게 더 유리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김 지사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등한 박근혜 대항마로 가기 위한 길은 아직도 멀다. 먼저 박 전 대표에 비해 열혈 지지파들인 조직이 없다. 반대파도 없지만, 충성파도 없다. 이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방법은 친이계의 지원이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이 김 지사를 밀어줄 경우에는 박 전 대표와 겨뤄볼 만하다. 보수진영과 친이계의 구애를 어떻게 받을 것이냐가 관건이다.
김 지사가 박 전 대표와 비교되는 부분 중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은 한국적 정서다. 첫 번째는 박 전 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에 대해 남녀를 불문하고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고, 대통령 아버지 밑에서 귀족처럼 성장한 점 등이다.
친이·친박 화해무드
속으로 아직도 불신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문제점 해결에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면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경기불황에 따른 서민 경제 방향에 중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소속 상임위도 보건복지위에서 기획재정위로 옮겼다. 정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경제능력’ 부문에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월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특히 긴장 관계였던 친이계 의원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당 내의 다양한 의원 그룹과 모임을 갖고 외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8월23일 친이계 핵심 의원들과 오찬, 9월14일 친이계 여성의원들과 오찬모임, 10월 1일 한나라당 전체 의원들과 청와대 회동에서 화기애애한 모임도 가졌다. 이날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
청와대 만찬을 기획했던 정진섭 전략기획본부장은 청와대 측에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러브샷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측에서는 “박 전 대표가 그런 것 하는 분이 아니다. 양해해 달라”고 해 없었던 것으로 됐다고. 다만 대통령이 앉는 헤드 테이블에 안상수 대표를 좌측에 박 전 대표를 우측에 배치해 박 전 대표를 예우했다.
하지만 친이계는 근본적으로 박 전 대표의 집권을 불안해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 동료 의원이고 훌륭한 지도자 중 한분이다. 기회가 되면 생각을 좀 맞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헌 논의와 관련해서는 “권력 집중을 분산시키는 형태의 정치체제가 필요하다”며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허태열 의원은 “헌법 개정이 벽돌 찍듯 할 수 있겠는가. 무슨 수로 (개헌안을) 몇 달 만에 만들 수 있겠는가”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도 친이계 의원들의 움직임에 단속령을 내렸다. 7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박 전 대표와 김 지사 등의 광폭 행보와 관련해 “대권 주자들을 따라 가볍게 움직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이 신문은 친이계 의원이 친박계 의원을 수적으로 압도하는 만큼 ‘끝까지 흩어지지 않고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으면 대권후보 선출과정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도 박 전 대표에 대한 불신이 깊숙이 깔려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친박 세력은 친이계 의원까지 영입하며 ‘박근혜 대세론’를 확대시키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계파해체론을 내세우며 여의포럼 해체를 추진했지만, 결과는 세 다지기다.
MB 정책사업
성공여부 관건
2012년 여름 한나라당 경선에서 누가 웃을지는 친이계의 역할 뿐만 아니라 MB가 추진중인 4대강 사업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4대강 사업을 강하게 비판하고 4대강 사업 정책 저지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여권 대선 후보인 박 전 대표는 김 지사와 달리 4대강 사업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친이계가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4대강 사업의 실패는 박 전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며 “박 전 대표가 4대강 사업에 적극적 지원을 펼친다면 여당 내 위상도 견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