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빅3 ‘위험한 동거’ 막전막후

2010.10.12 09:49:32 호수 0호



 
10·3 전당대회 후 정세균·손학규·정동영 예정된 동거
전당대회 통해 ‘헤쳐모여’ 친노·486·동교동계 갈렸다

민주당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됐다. 지난 10·3 전당대회를 통해 손학규·정동영·정세균 등 당내 빅3 주자들이 모두 새로운 지도부에 합류한 것. 당대표가 된 손학규 대표는 제1야당의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차기 대권에도 성큼 다가서는 기회를 얻었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민주당 복당 후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유지했던 것을 벗어나 당 안팎으로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중심으로 계파간 줄서기와 세력 결집이 극에 달했던 만큼 조각조각 나뉜 민주당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당권·대권 분리라는 원칙은 민주당에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암시하고 있다.



10·3 전당대회가 민주당의 끝과 시작을 알렸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마무리하고 2012년 총선과 대선으로 고개를 돌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호를 이끌 새 선장으로 결정됐다. 손 대표는 1인 2표로 실시된 대의원 투표와 당원 여론조사를 합쳐 1만1904표(21.37%)를 얻어 1만776표(19.35%)를 얻은 정동영 최고위원과 1만256표(18.41%)를 얻은 정세균 최고위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손 대표는 지난 총선 후 여의도를 벗어나 칩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을 적극 지원, 적잖은 공을 세우면서 천천히 보폭을 넓혀왔다. 여기에 다른 후보들을 앞선 대중성을 기반으로 화려한 정계 복귀를 알렸다.

손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가장 큰 약점이었던 한나라당 출신 전력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있었다. 또한 제1야당의 수장이 되면서 차기 대권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새로 시작하는 민주당
빅3 품에 안고 달린다


이미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껑충 뛰어 올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9월 마지막 주 실시한 주간 정례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는 진보진영 대선 유력주자 후보군 1위로 올라섰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 15.4%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14.5% 지지를 받은 유시민 전 장관과 11.4%의 지지율을 얻은 한명숙 전 총리를 제친 것.
여론조사기관 동서리서치가 지난 5일 전당대회 후 처음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대표의 기세는 남달랐다.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서 박근혜 전 대표(31.5%)에 이어 11.8%의 지지율을 기록, 2위를 차지한 것. 그 뒤를 오세훈 서울시장(8.2%), 유시민 전 장관(7.2%), 김문수 경기지사(6.5%), 한명숙 전 총리(5.4%)가 이었다.

야권의 차기 대선 예비주자만을 대상으로 한 야권 후보 적합도에서는 33.3%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제1야당의 수장으로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동시에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당의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무거운 짐도 지게 됐다. 또한 전당대회를 치르며 친노, 486, 동교동계, 주류, 비주류 등으로 조각조각 나뉜 당도 하나로 모아야 할 처지다.

이에 손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기득권을 버리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일군 민주와 평화의 정신을 이어 이명박 정부를 제압하는 호랑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방문과 이희호 여사 예방으로 ‘김대중 정신’을 되새겼으며, 광주 5·18 민주묘역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정신’을 기억했다.

손 대표는 특히 봉하마을에 위치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당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섰는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일 때 정치적 입장이 달라 인간적으로 용서받을 수 없는 결례를 범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같은 행보는 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확립하는 동시에 동교동계와 친노 진영을 끌어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닦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손 대표는 또 지명직 최고위원에 부산 출신의 대표적인 486 정치인인 김영춘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내정했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민주당이 영남권을 포함한 전국정당으로 발전하는 데 일조를 해달라고 요청해서 같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또한 486 정치인들과 함께 민주당이 진보성을 강화하고 다른 민주개혁세력과 연대를 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갈 긴 먼 손학규호
2012 총선·대선 정조준

친노와 동교동, 486까지 끌어안으며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연대’의 구상을 짜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손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내세운 개혁과 진보에 중도를 합쳐야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삼합 필승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손 대표가 바쁘게 차기 총선·대선 구상을 구체화하는 동안 당내 일각에서는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다. 10·3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에 합류한 차기 대선주자는 손 대표 외에도 2명이나 더 있기 때문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권과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는 손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3명이 모두 당 지도부에 합류함에 따라 새로운 물밑 권력암투가 시작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대권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결국 당을 대표해 대선에 나서는 이는 한명으로 압축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전당대회 전 정한 ‘대선 1년 전 대권·당권 분리’ 원칙에 따라 차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이는 대선 1년 전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해 앞으로 1년 2개월여 동안 치열한 대선 예비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집단지도체제의 속성상 각 세력 간의 연대 등이 관전 포인트다. 현재 민주당은 손 대표가 당대표를 맡았지만 오랜 칩거생활로 조직 등 지지기반이 미약한 반면 당내 비주류 모임이었던 쇄신연대가 정동영·천정배·박주선·조배숙 최고위원 등을 대거 배출하면서 신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쇄신연대는 손 대표의 선출 후 논평을 통해 “당의 전면 쇄신을 위해 일체의 기득권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면서 “기득권 타파는 당직 인사에서부터 당 운영, 비민주적 당헌당규의 전면적인 개정 등을 통해 철저하게 관철돼야 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당의 지도체제가 순수집단지도체제로 바뀐 것은 지난 기간 일부 세력의 독단과 독선적인 당 운영이 초래한 시대적 산물”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당을 운영하라는 것이 그 취지”라고 지적했다.

당권·대권 분리 원칙
1년 후 조기 전대 예고

이들은 “손 대표가 당원들의 뜻에 따라 기득권 타파에 나선다면 적극 협조”하겠지만 당직 인사, 당헌당규 개정과 ‘대화와 타협’을 거론, 당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중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쇄신연대에 속한 이들이 따로 뜻을 모을 경우 민주당의 새로운 권력지형도는 또 다른 모습으로 달라질 수 있다. 쇄신연대에는 지난 대선에 나섰던 정동영 최고위원이 있고, 그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내년 말 있을 수 있는 조기 전당대회를 사정권 안에 둔다면 빅3 사이의 힘의 역학관계는 바뀔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이 분석이다.

전당대회 후 거취를 고민하던 정세균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도 변수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에 이어 정동영 최고위원에게도 밀려 3위에 그치자 거취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직전 당대표로서 손 대표 체제가 힘을 받고 안정적으로 출범하는데 자신이 최고위원직을 맡는 것이 좋으냐, 그렇지 않냐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했던 것.


지난 4일 새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하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최고위원직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정 최고위원은 6일 광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전대에서 나타난 광주 전남의 민심과 당심은 정권교체가 최우선이니 이에 모든 힘을 쏟으라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선당후사’로 저 자신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권교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은 선이고 정권교체에 도움 안 되는 일은 악이라는 차원에서 당이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정세균 최고위원이 차기 당권·대권 경쟁에서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사이에서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취 정한 정세균
당권·대권 ‘히든카드론’

이중 한 인사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세가 커진다면 정세균 최고위원은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을 위해서라도 이를 견제하고 나설 것”이라며 “당내 지지기반이 부족한 손 대표의 손을 잡고 세력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한 친노 진영은 손 대표가 차기 총선·대선을 위해 품에 안으려는 이들”이라며 “이래저래 정세균 최고위원의 역할론이 대두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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