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장외 역할론 밀착해부

2010.10.12 09:46:03 호수 0호

안에선 고개 숙였지만 밖에선 아직도 ‘떵떵’

2선 후퇴 후 여의도정치 끊고 외교 활동 전념
MB 대신 국제무대서 종횡무진 징검다리 역할



형님의 바깥 외출이 1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2선 후퇴를 선언한 후 세계 곳곳을 오가며 활발한 자원외교를 펼치는 한편 각 국과의 인연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이 대통령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실제 몇몇 국제외교에서 이 의원의 공이 적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일본과의 외교전이나 최근 있었던 리비아와의 외교 분쟁 해소가 그것이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거리를 벌리고 있는 국내정치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국제무대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초 ‘만사형통’ ‘상왕’ ‘영일대군’ 등으로 불리며 권력의 중심에 섰던 그지만 지금은 세계무대도 좁다며 연일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해 6월 “정치 현안과 당무엔 관여하지 않겠다”며 2선 후퇴를 선언한 후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선 후퇴 후 한동안 지역구 활동에 전념했지만 지난해 8월 대통령 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자원외교 사절단’을 이끌면서 ‘특사정치’를 시작한 것.

꽃 피운 특사정치
국제무대서 활발한 행보

그는 자원외교 사절단으로 현 정부 들어 두 번째로 이 대통령의 특사가 돼 페루·볼리비아·브라질 등 남미 3개국을 방문했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을 만나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한 페루의 민간 석유기업 페트로텍 운영, SK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가스 공급,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마르코나 동광 사업 추진 등에 대한 페루 정부의 협조를 요청하는 성과를 거뒀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페루에서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이 의원은 이 덕에 당시 동행했던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으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남미 3개국을 돌아보고 숨을 고르기도 전인 같은 달 2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중지도자포럼 단장이 돼 중국 베이징과 쓰촨성을 방문, 중국 주요 인사들을 면담했다.

9월19일엔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에서 열린 ‘한일 축제 한마당 2009 in 도쿄’에 참석, 정권교체에 성공한 민주당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을 만나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의 조기 방한을 요청했다. 당시 오자와 간사장은 한국 의원단 중 이 의원만 만나길 원했으며 이 의원은 이를 위해 다른 의원들보다 이른 시간에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만남 이후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후 첫 번째 공식 방문국으로 한국을 선택했다.

그 후에도 이 의원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 귀국하기가 무섭게 다시 가방을 꾸려 8월 볼리비아 방문 때 체결한 리튬광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양해각서의 후속조치를 위해 볼리비아를 찾았다.

올해에도 국내에 있었던 시간과 국외 체류 기간이 비슷할 정도로 잦은 외유를 했다. 지난 1월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했으며 같은 달 멕시코와 볼리비아 등 중남미 2개국에서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경제지원 활동을 펼쳤다. 3월에는 아프리카의 남아공, 우간다, 나미비아를, 4월에는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을, 6월에는 중남미의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방문했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여러 차례 볼리비아를 찾는 정성으로 우리나라가 볼리비아 우유니 리튬 확보 경쟁에 중국·일본보다 한 발 늦게 뛰어들었음에도 리튬 자원개발을 약속받았으며, 멕시코에서는 한-멕시코 FTA 협상이 본격화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막후 외교전으로
동생 가려운 곳 긁어줘

특히 최근 리비아와의 외교분쟁 해결 과정에서 이 의원의 공이 적지 않았다. 지난 6월 불법 정보수집과 관련, 리비아 정부가 국정원 직원을 추방한 것으로 불거진 한국과 리비아간의 외교 분쟁을 두 차례의 특사외교로 풀어낸 것.
이 의원은 한-리비아간 외교 갈등이 촉발된 직후인 7월6~13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 바그다디 마무디 리비아 총리와 3차례나 만나 설득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정부가 리비아 당국과 물밑협상을 벌였음에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두 번째 리비아행을 강행했고 기약없는 기다림 끝에 카다피 원수를 만나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 냈다.

외교 소식통은 “당국 사이에 꾸준한 협의가 있었지만 이 의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해결할 외교문제에서 특별한 인사를 파견하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각수 외교통상부 장관직무대행은 “리비아가 혈연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이용, (리비아) 지도부와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을 특사로 보내 혈연관계에 있다는 점과 함께 현대건설 사장 시절 리비아를 방문했던 이 대통령과 리비아의 인연을 강조했다는 것.


이 의원은 카다피 원수를 만나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 리비아를 두 번 방문했고 리비아에 애정이 있다”고 했고 카다피 원수는 “연로하신 분이 오셨는데, 불미스러운 일은 덮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이처럼 노령에도 불구,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외국 방문길에 오르는 강행군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관계자들은 그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외교 지원을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이 의원은 2선 후퇴 선언을 한 후에도 여권 내부의 권력다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끝없이 ‘막후정치’ 논란이 일었고 ‘영포(영일·포항) 라인’의 중심에 그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 이 대통령의 인척인 이 의원과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직계 친이계, 소장파 등이 권력다툼을 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내부 권력다툼으로 인해 총리실의 여권 의원 사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이때마다 이 의원은 “나는 지난해 6월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대국민 약속을 지켜왔다”고 일축하면서 “정치 불개입 선언 이후 내 행적을 봐라. 중남미를 비롯해 자원외교만 7번 다녀왔으며 그 결과는 이미 다 나와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6월 지방선거 직후 중남미의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방문해 기업 활동을 지원하거나, 여권 권력이 재편되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 특사로 리비아를 방문해 국내 정치에 관여했다는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바깥으로 발걸음을 돌린 데는 이 대통령의 대외정치를 돕겠다는 의중도 있다. 이 의원은 정치적 기반이 미약한 이 대통령이 대권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진 의원이라는 정치 경력은 물론, 대화와 협상에 능한 점이 많은 중립지대 인사들을 이 대통령의 지원군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권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밖’에서 돕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 이 의원의 달라진 행보로 여권은 내부다툼의 불씨 중 하나를 없앴고 이 대통령은 대외정치를 도와줄 막강한 조력자를 얻게 됐다.

이 의원으로서도 동생이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막후 권력을 휘둘렀다는 것보다는 국내정치와 거리를 두는 동시에 이 대통령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외조’를 했다는 점이 향후 정치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가에서도 “역대 대통령들은 퇴임 전·후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면서 “이 의원은 이들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의도서 멀어졌지만
의혹의 눈초리는 생생


게다가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존재하는 동안에만 정치를 하려는 이가 아니다. 그는 지난달 지역구를 찾은 자리에서 차기 총선과 관련,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이 의원은 “출마 여부는 지역구 주민들의 뜻에 달린 것인 만큼 지역민들이 그만하라면 그만하겠지만 그들(소장파)이 그만 두라고 떼쓰고 압력 넣는다고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대통령 특사로 외국에 자주 나갔는데 그때 골프라도 한번 쳤더라면 벌써 난도질 됐을 것”이라면서 “야당은 내가 특사로 다녀온 나라를 뒤따라 다니며 조사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내 흠집을 잡아내려고 하는데, 진짜 일만하고 왔지, 어디 가서 쉬거나 놀아보지도 못했다”면서 “그러니까 야당 안에서도 특사 하나는 잘했다는 소리가 나오더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앞으로도 국내 정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오직 국가 이익을 위해 한일외교와 자원외교에만 매진하고 대통령이나 포항지역민들에게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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