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별들의 별별 국감 전략 엿보기

2010.10.12 09:42:24 호수 0호

‘일찍’ 준비해서 대권까지 ‘성큼’



차기 잠룡들의 국감, 중심에 서거나 비켜서거나
박근혜 ‘준비된 국감’ 이재오·정몽준 ‘이중행보’ 

초·재선 의원들의 주된 활동 무대였던 국감장이 차기 대선주자들의 승부처로 주목받고 있다. 거물급 인사들의 활동이 드물었던 이전 국감과 달리 일부 잠룡들이 상임위에서 전문지식을 갖추고 대권행보를 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전 대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정조준했으며, 이재오 특임장관도 상임위 국감에는 ‘장관’ 계급장을 떼고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바쁜 일정에도 불구, 국감활동을 병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국감은 좀 더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쉽거니와 지역구와 전국에 자신의 활약상을 알릴 좋은 기회다. 때문에 주로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지 못한 초·재선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거물급 의원들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상임위 활동에서 ‘모범생’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질의마다 구체적인 수치를 포함시켜 피감기관장을 긴장시켰다. 또한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함께 마련하여 제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감이 대권 발판?

올해 국감에서도 박 전 대표의 ‘모범생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기획재정위로 상임위를 옮긴 박 전 대표는 지난 4일 국감에서 LH 부채문제 등과 관련, “공기업 부채 문제는 누구의 책임인지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재정정보의 투명성 강화를 촉구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미국 연방 정부의 투명한 재정 정보 공개시스템을 시연하려 하는 등 열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5일 국감에서는 세제 정책을 정조준했다. 그는 “우리나라 세제는 너무 자주 바뀌고 개편항목도 많다”며 “매년 시행령까지 포함하면 세제개편 항목이 400개가 넘는다. 5년간 세제개편 항목이 2272개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세제가 너무 자주 바뀌면 개편 효과를 평가하기 어렵고 일관성과 효과가 떨어진다”면서 성장 잠재력 확충·재분배 기능 확대·저출산 고령화 대응 등 3가지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어 “비과세·감면 축소는 오래전부터 추진됐는데 늘 새로운 비과세·감면 제도가 생기고 있다”며 “곁가지만 건드리지 말고 중장기적이고 과감한 세제개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저희도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더 정신이 없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세제개편을 최소화하고 싶다. 단기적 시각보다 중장기적 시각으로 보겠다”며 박 전 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국감 활동을 통해 그동안 상임위 활동으로 갈고 닦은 식견을 드러내며 ‘준비된 경제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는 자신이 지적한 사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며 평소 강조해오던 ‘신뢰’와 ‘원칙’이라는 개념을 포함, ‘큰 그림’을 그려갔다.

또한 국감활동의 일환으로 호남과 충남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정가 안팎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국감에서 호남과 충남을 담당하는 ‘감사2반’에 배속돼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국감을 위해 14일에는 광주지방국세청, 15일에는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를 방문한다. 국감을 위한 방문이지만 호남과 충남은 박 전 대표의 약세지역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몽준 전 대표는 각자 처한 상황으로 인해 이번 국감에서 ‘이중행보’를 걷고 있다.

이 장관은 특임장관인 동시에 국회 보건복지위에 소속된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평소에는 특임장관으로, 복지위 국감에는 의원으로 임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복지부 국감장에 출석해 서면질의서를 제출했다. 이어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보고와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지켜보며 2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후 연탄은행 워크숍 행사 참석을 위해 국감장을 나섰다.

정 전 대표는 국감을 치르기 위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여당 대표직을 맡아 10월 재보선을 치르느라 의정 생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국감에서 빠진데 이어 올해에는 2022 월드컵 유치전으로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은 전당대회 후유증으로 ‘국감 몸살’을 앓고 있다. 전당대회 후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은 터라 국감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손학규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에 이어 3위로 밀려나자 거취를 고심하느라 국감 참석은 일찌감치 뒷전으로 밀려났다.

국감장 찾은 전대 후유증

전당대회 후유증을 앓기는 정동영 최고위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외교통상통일위 국감에서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경험을 살려 ‘대북정책 전문가’로 나섰으나 이번 국감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지난 5일 외통위 국감에서 대북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 “북한의 3대 권력승계는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며 “붕괴 내지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처해 즉각 대응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국감은 상임위 활동 중에서도 주목받기 좋은 기회”라며 “정부 정책에 각을 세우며 자신의 ‘구상’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이 활동 폭을 넓힐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모든 차기 대선주자들이 국감에 임하지 않는 만큼 성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다 ‘정치’ 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검증에도 철저해지고 있는 유권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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