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

2016.02.18 10:27:35 호수 1073호

얼마 전 지인이 좋은 투자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물어 왔다. 그래서 일단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 몇 권을 권했는데 대화 끝에 그가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꼭 공부를 해야 합니까? 이 지점에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어느 기업 차트의 저점과 고점을 가리켰다.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저점과 고점을 찍을 수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하지만 그 저점과 고점 사이에는 수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고 그때마다의 출렁거림을 견디는 나름의 기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 기준을 잡기 위해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 기본서 뿐 아니라 업종과 해당 기업의 사업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그 뿐이랴, 주가는 환율, 유가 등 증시 주변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매수와 보유 그리고 매도의 행위가 합리적 근거와 계산에 의한 것인가에 따라 구분된다. 그럴 만한 근거가 없는 매매는 추가 매수와 집중 매수(몰빵) 또한 근거가 없어져 오판이 반복되고 위험성이 급증하는 것이다.

수영 등 모든 운동이 기본 동작을 정확히 익혀야 발전성이 있듯 투자의 세계도 그러하다. 주가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 재무항목 등 수많은 기본적 지표와 이동평균선이나 패턴과 같은 수십 개의 기술적 지표 중에서 실제로 의미 있는 지표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 PER, ROE, PCR, PBR 그리고 이평선과 거래량 등은 유의하다고 하지만 한 가지만 볼 수도 없다. 이들이 혼재되고 다른 변수와 맞물려 현란한 주가의 등락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 저PER에 매수하여 고PER에 매도하라고 하지만 씨클리컬 업종(Cyclical, 조선, 철강, 건설 등 경기 민감 업종)은 그와는 반대로 매매해야 한다고 한다.


씨클리컬 업종의 경우 경기가 순환하며 경기 저점에는 고PER가 되고 고점에서 저PER가 되니 그 지점에서 매도해야 된다는 뜻이다.

최근 증시는 마치 금융 위기가 올 것처럼 음산한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주식 등 금융상품에서 이탈해 금, 달러 등의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고 연초 이후 주요국 증시가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개성 공단, 사드, 미국 금리 등을 떠나 중국 경제 상황 자체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금이 정말 금융위기로 가고 있는지 아니면 잔파도에 불과한지는 누군들 자신 있게 예측하기 어렵다. 급등락 멀미에 지쳐 ‘다 던지고 바닥에서 다시 매수해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여기서 13년간 연복리 29.2%, 누적 계산하면 2,700%라는 경이로운 수익을 올려 일찌감치 월가의 전설이 돼 버린 피터린치의 마젤란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반수 이상이 손실을 봤다는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펀드나 주가가 곤두박질치게 되면 ‘쌀 때지만 팔고 더 싸지면 사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무슨 능력이 필요할까? 물론 버티기 위해서는 애초 좋은 종목을 매수해서 갖고 있어야 한다.

요즘은 저 PBR주가 하방 경직성이 있어 버티기에도 유리하다. 사업이나 투자나 취업이 뜻대로 잘 안 되는 요즘에는 항암 치료중의 이외수 선생이 말한 ‘존버정신’이 필요한 때이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진리를 곱씹어 볼 필요도 있다.

죽은 것 같았던 겨울나무에도 봄이면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터진다. 좋은 투자자의 요건 중 하나는 내면의 탐욕과 공포를 잘 다스리는 것이라는 투자 역사의 교훈을 상기해야 할 요즘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