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전야, 오고가는 신경전 ‘파지직’

2010.10.05 09:45:00 호수 0호

여의도 국감 진풍경 속으로…



한달 국정감사에 국회·피감기관 날선 신경전
알짜배기 국감자료 받는 건 ‘하늘의 별따기’

여의도에 국정감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에 따라 여의도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국감과 관련, 질의·답변 등을 위해 국회의원실을 방문하는 피감기관 인사들로 인해 국회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 여기에 초밥과 피자, 치킨 등 피감기관들의 ‘먹을거리 공세’가 더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빠듯한 국감 일정 속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회에서의 숙직은 기본이요, 발로 뛰는 정보전을 펼쳐야해 전쟁터 한가운데 선 느낌이라고. 10월 한 달, 울고 웃는 여의도 국감 현장으로 찾아가봤다.



국정감사라는 전쟁을 앞두고 여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흠’을 찾으려는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피감기관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의 전쟁은 ‘정보전’으로 시작된다. 국감을 준비하며 국회의원 보좌진과 피감기관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이 바로 ‘자료’를 주느냐, 마느냐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다. 이때 매의 눈초리를 빛내는 의원실과 이를 피하려는 피감기관의 신경전이 절정에 달한다.

일촉즉발 국감 전야

보좌진들은 몇 명 되지 않는 인원으로 수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해도 주지 않으려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숨을 몰아쉰다.

한 보좌진은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한다고 해도 제 시간에, 제대로 된 자료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민감한 자료의 경우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든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등 이런저런 변명만 듣다 지치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국감에서는 피감기관이 국감자료를 국감 직전, 서류상자 10여 개 분량으로 제출해 검토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국감자료를 둔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급기야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폭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내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데 대검찰청의 경우 8월5일 상임위를 통해 공식 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직까지 1건의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갖은 핑계를 대며 피하는데 원내대표에게도 이 정도인데 다른 의원실은 어떨까 알아봤더니 자료를 받은 의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분개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이런 식이면 국감이 불가능하다”면서 “힘센 권력기관일수록 자료제출이 부실하고 제때에 제출하지 않는데 이번에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국감마다 (행정부가) 의원들의 자료 요청에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식으로 막바지까지 제대로 응하지 않는다”며 “각 상임위별로 따져 자료제출이 미비한 기관들에 대해 감사원이 별도의 강력한 대책을 마련케 하겠다”고 강조했다.

피감기관도 나름대로 고충을 토로한다. 의원들이 전문성 없이 의욕만 넘치거나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의 기를 죽이려고 과도한 자료 요청을 하는 바람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것.

피감기관 고유의 업무를 침해할 수 있거나 국가안보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자료요청도 골치다.

최근 특별채용으로 인한 문제들이 불거지자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가 있는 도청에 특별채용 현황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전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측은 “국회가 잘못된 행태가 예견되는 부분에 감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원칙적으로 지방고유의 사무관련 자료를 국정감사용으로는 제출할 수 없다”고 자료 제출에 난색을 표했다.

정치권의 국감 자료 제출 요구가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행정부 각료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 부처의 마비를 부르는 과도한 자료요구는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의 업무에 국감 준비까지 겹친 만큼 관가에서는 하루하루 누적되는 피로가 어깨를 짓누른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

의원과 보좌진들도 국감을 준비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 일쑤다. 의원에 비해 피감기관이 많다 보니 ‘공부’를 하는 것도 일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면서 새벽에 귀가하거나 날을 새고는 한다. 늦게까지 국회의원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일이 허다하다보니 정치권에서는 “국감이 다가올수록 의원회관 전기세가 늘어난다”는 말이 정설이 됐다.


밤을 새는 이들이 많은 일부 의원실은 국감 기간 동안 좀 더 ‘편안한 잠자리’와 휴식을 위해 담요와 베개 대용의 쿠션을 준비하거나 야식과 건강음료를 미리 챙겨놓기도 해 ‘살림집’을 방불케 할 정도다.

의원실과 피감기관의 신경전은 ‘간식’에도 숨어있다. 국감이 다가오면 의원실에 음료수와 자양강장제를 시작으로 피자와 치킨, 초밥 등 피감기관이 준비한 갖가지 간식들이 쌓여간다. 의원실을 방문하는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손에 들린 것들이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은 국감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미리 챙기기 위해 의원실을 방문, ‘윗분’들의 증인채택을 재고해달라는 부탁을 하거나 질의서를 확보하기 위해 보좌진들과 신경전을 벌인다. 의원에 따라 보좌진으로부터 질의서만 확보하면 국감을 순탄하게 넘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독이 든 먹을거리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원실로서도 피감기관의 간식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특히 이번 국감은 추석 명절 직후 열리다보니 추석을 즈음해 선물상자가 늘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선물을 부담스러워하는 의원실의 경우 ‘선물사절’이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거나 아예 피감기관의 방문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그고 국감 준비를 하기도 한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에 따라 간식이나 선물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라며 “피감기관에서 찾아오면 그나마 없는 시간 쪼개하던 국감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데다 먹은 만큼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마음의 짐까지 안게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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