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보다 ‘하얀 유혹’이 더 무서워”

2010.10.05 09:25:00 호수 0호

프로포폴 강남 유흥가 접수한 내막

마약 지정 분류 앞둔 프로포폴 강남 유흥가 중독 많아
유흥가 아가씨 성형외과 갔다가 사채 빌려 불법 투약



서울 강남을 무대로 ‘프로포폴’ 불법 투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강남 사모님, 일부 연예인 외에 강남 유흥가에도 프로포폴이 뿌리깊게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년간 사회적 논란이 됐던 ‘프로포폴’과 관련, 최근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바람에 관계자들은 당분간 몸을 사릴 테지만 이미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당분간’이라는 기간은 무척 길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직접 개입과 함께 마약류 지정이 초읽기 단계로 들어선 ‘프로포폴’의 ‘하얀 유혹’에 대해 취했다.

검찰이 ‘프로포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판매해온 의사들을 기소하고, 이 약물을 환각목적으로 구입해 투여한 이들에 대해 본격 조사 중인 것.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지난 9월20일 마약류 지정을 앞두고 있는 ‘프로포폴’을 환자에게 불법 투여한 혐의로 서울 강남의 A성형외과 원장 우모(41)씨 등 의사 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프로포폴을 따로 구입하거나 중국에서 밀수한 뒤 병원 밖에서 불법 판매 및 투여한 전직 병원 상담실장 정모(40)씨와 전직 간호조무사 김모(44)씨 등 2명도 추가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 프로포폴 단속 나서


검찰에 따르면 우 원장은 2006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간호조무사를 시켜 약 1081회에 걸쳐 환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했고, 이 같은 불법 행위를 통해 5억4300여 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또 최씨를 포함한 의사 6명도 400

~1400회에 걸쳐 환자들에게 불법으로 프로포폴을 투여하고 총 5500만~3억7300여 만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의사 가운데 프로포폴에 중독돼 일상생활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정신병원에서 수차례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이들이 있다는 데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프로포폴을 ‘비타민 주사’나 ‘피로 회복제’라고 광고해 고객들을 모았으며, 고객들이 프로포폴에 중독된 이후에는 작업이 쉬웠다.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제발로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악용한 이들은 1병당 1만원 안팎인 프로포폴을 병당 10~40만원씩 받고 환자들에게 투여해 폭리를 취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병원에서의 불법 투약도 문제지만 일부 브로커들이 불법으로 들여온 프로포폴을 일반 주택가에 유통시키면서 강남 사모님은 물론 일부 연예인, 유흥업소 종사자 등을 넘어 일반인까지 프로포폴에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다. 2차까지 뛰어가며 힘들게 모은 돈을 ‘프로포폴’ 불법 투약으로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

유흥가 소식통에 따르면 프로포폴 불법 투약은 2~3년 전부터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중심으로 성행했다. 프로포폴 유통 초기에는 실제 수면마취제 용도로 사용됐지만 환각 효과가 나타나면서 일부 병원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산부인과 출입이 잦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경우 ‘프로포폴’을 경험해볼 기회가 일반인보다 많다는 설명이다.

또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에게 ‘잠을 푹 잘 수 있어 피로가 싹 가시고 기분도 좋아진다’는 ‘프로포폴’의 약효는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 강남 모 업소의 한 상무는 “대부분의 업소 아가씨들은 한 두번 프로포폴을 맞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면서 “중독자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약값 마련을 위해 사채를 빌리거나 이를 갚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여성들도 종종 있다는 것.

유흥가 소식통은 “최근 무슨 연유에서인지 과거 문제가 됐던 선불금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7~15일 200~300만원 단기 일수는 기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같은 선불금 부활이 아가씨들의 프로포폴 중독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흥업 종사자는 “텐프로나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에이스가 아니고서야 이 바닥에서 돈을 모으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페이가 쎈 것은 맞지만 그만큼 씀씀이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프로포폴에 중독된 아가씨들이 생기면서 이들의 빚잔치는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 한 유흥업소에서 일한다는 20대 초반의 한 여성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일대 업소당 아가씨 1~2명은 프로포폴 중독자”라면서 “이들 중 일부는 프로포폴 과다투여로 자는 동안 죽거나 빚 독촉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자신 역시 프로포폴 중독자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지난 3년간 업소에서 일하며 모은 1억여원을 프로포폴 투약에 탕진했고, 사채로 쓴 돈도 2억여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하루하루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사는 심정”이라면서 “다른 마약류보다 프로포폴의 중독성은 정말 위험하다. 사채보다 프로포폴 중독이 더 무섭다”고 강조했다.
반면 강남 유명 풀살롱 C업소의 모 상무는 “프로포폴 중독은 처음 들어본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남 화류계 생활 10년이 넘었지만 주변에 자신이 관리하는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들어본 적조차 없다는 것.

업소 아가씨 중독 심각

판이하게 다른 유흥업 관계자들의 설명에 아리송하긴 했지만 업소의 특성이 서로 다르고 아가씨에 따라 중독 정도가 다르다고 봤을 때 두 관계자의 말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식약청과 복지부가 프로포폴 마약류 지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검찰 역시 이번 단속을 토대로 병원 진료기록 등을 통해 프로포폴 구입자 명단을 정리중인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연예인을 비롯한 프로포폴 상습 투약자들이 곧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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