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설문조사] "넌 아직도 내가 친구로 보이니?"

2010.09.14 09:15:00 호수 0호

직장인 58%,“‘프레너미’ 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프레너미’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레너미’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사랑과 미움을 오가며 유지되는 친구 관계를 말한다. 이해관계로 인해 친한 척을 하지만 실제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프레너미’는 고학년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아지고 ‘회사동료’ 중 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싫어도 친한 척’ 해야 하는 현대사회 직장인들의 ‘적과의 동침’을 취재했다.

이해관계 때문에 ‘친구’처럼 행세하지만 실제론 ‘적’
프레너미 유형, ‘회사동료’ ‘이기적인 사람’ 많아…


회사원 이모(27·여)씨는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직장후배로 자신을 따르는 A(26·여)씨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선후배라는 위치 때문에 그럭저럭 잘 지내지만 실제 A씨는 이씨의 성격과 정반대다. 때문에 회사가 아닌 장소에서 A씨를 따로 만날 때면 이씨는 그 자리가 매우 불편해 참을 수가 없다.
얘기를 나누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기 일쑤고, A씨의 시시껄렁한 농담에 그냥 웃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하지만 자신을 선배로 잘 따르는 A씨가 없다면 회사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것 같아 관계를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겉으로만 친구인 척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실제 서로 싫어하지만 사회의 이해관계 때문에 친구로 행세하는 ‘프레너미’가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

취업포털 사람인은 지난 8월3일부터 11일까지 직장인 1624명을 대상으로 ‘프레너미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1%가 ‘있다’고 밝혔다.

‘프레너미’란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사랑과 미움을 오가며 유지되는 친구 관계를 뜻한다. 이해관계 때문에 겉보기에는 친구로 행세하지만 실제로는 싫어하는 사이가 바로 ‘프레너미’다.

몇 명의 프레너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2명’이 37.4%로 1위를 차지했고, 30.9%는 1명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19.8%는 3명, 4.3%는 5명으로 답해 평균 2.3명으로 집계됐다.

프레너미 대상(복수응답)으로는 ‘회사동료’가 76.7%로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대학친구’는 19.6%로 나타났고, 13.3%는 초·중·고등학교 친구라고 말했다. 기타 동호회·종교 등 각종 모임친구는 12.5%로 나타났다.

가장 궁금증을 자극하는 프레너미 유형(복수응답)으로는 ‘이기적인 사람’이 45.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8.9%는 ‘뒷담화를 잘하는 사람’을 꼽았다. 29.7%는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응답했고, 27.2%는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이어 22.6%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을 선택했다.

실제 많은 직장인들은 회사 안에 ‘프레너미’를 두고 있었다.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환경과 성격 등 대부분의 면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사회생활이라는 반강제적인 상황에 맞추느라 서로를 속인 채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윤모(27·여)씨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윤씨는 직업상 선배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때로는 선배가 원하는 것 이상의 성과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윤씨가 느끼는 선배의 모습은 뭔가 문제 있어 보였다.

윤씨보다 나이는 많지만 하는 행동은 어리기 그지없고, 선배라는 이유로 대접받고 싶어하면서도 선배 노릇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런 불만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일차적으로 성격차이겠지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선배가 자신의 성격과 다르다는 점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결국 윤씨는 선배와 부딪히는 시간을 최소화 하면서도 선배의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선배 대접을 하는 노하우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선배의 점심을 챙기면서도 함께 식사는 하지 않는 것 등이다.

그런가 하면 윤씨는 또 다른 ‘프레너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윤씨는 또 다른 프레너미 B씨를 ‘친한’ 동생이라고 표현했지만 ‘친한’은 달리 명명할 방법이 없어 붙은 ‘수식어’일 뿐이라는 설명도 보탰다.

윤씨의 입에서 터져 나온 B씨에 대한 평가는 진정 ‘프레너미’라 할 만큼 솔직했다.
일차적으로 윤씨는 자신의 삶의 방식과 맞지 않는 B씨의 생활태도를 지적했다. 나이에 맞지 않는 개념 없는 말투로 대부분의 사람들과 초면부터 싸움을 하고 상대를 적으로 만드는 묘한 능력(?)이 있다는 것.

또 돈에 대한 개념도 부족해 주위 사람들에게 돈 빌리는 것을 밥 먹는 것처럼 하면서도 일정한 계획이나 저축 없이 돈을 함부로 쓴다고 지적했다.
이쯤 되면 윤씨와 B씨의 관계가 정말 ‘친한’것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씨가 B씨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 정말 보기 싫다!!”

윤씨는 “왠지 일탈하고 싶을 때 B씨와 함께 하면 내 생활 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틀에 박힌 생활을 하면서도 한 순간 나를 놓은 채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점이 윤씨가 B씨를 프레너미로 두고 있는 이유였다. 

한편, 남성들의 경우 직장 내에서 어쩔 수 없이 충성하고 상사를 좋아하는 척 해야 하는 상황이 더욱 많다. 군대 이후의 상명하복을 방불케 한다.

IT 업계에 종사하는 이모(29)씨는 “우리 업종에는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많기 때문에 술자리를 하더라도 강압적으로 먹이는 상사도 있고, 자신의 말은 무조건 맞다고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면서 “특히, 여자들한테 집적거리는 상사들은 정말 최악이지만 아랫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응대하고 함께 술을 마신다”고 말했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최근 직장 내에서 업무효율과 성과를 위해 맺어진 프레너미 관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도 “회사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진심으로 다가가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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