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 플랜’ 가동 막전막후

2010.09.14 09:05:00 호수 0호

‘대권의 바다’ 뜨느냐 가라앉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변했다. 지난 대선 이후 ‘정중동’ 행보를 고수해온 박 전 대표지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달라진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 밖에서 소통했다면 최근에는 당내 의원들과의 회동을 늘리는 등 정치권 안의 스킨십에 적극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당내 의원들과의 회동에는 친박·중립성향 의원들은 물론 친이계 의원들까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또 정치적 오해를 우려, ‘최소한’으로 잡았던 외부일정을 늘리고 있다. 이를 두고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대권행보의 ‘시작점’에 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중동’ 달라진 박근혜, 친이계 인사들과의 회동 재개
민감한 사안 ‘NO’ 가벼운 이야기로 ‘친박’ 넘는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의 경계선을 넘어 차기 대권이라는 ‘넓고 깊은 물’로 향하고 있다.  ‘친박’의 성을 나선 박 전 대표가 향한 곳은 한나라당의 중심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당내 의원들을 만나면서 ‘친박계 수장’으로 고정됐던 이미지를 깨고 있다. 특히 친이계 인사들과 연쇄적으로 회동을 가지면서 정치적 입지를 새롭게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친이계 초선인 강승규·김영우·조해진 의원 등 3명과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김선동·현기환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합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 달라진 발걸음
친박 울타리 넘어섰다



회동에서 특별히 중요한 정치 사안이나 당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초선 의원들에게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냈느냐”며 의정활동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또한 외교와 경제 문제에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박 전 대표와 친이계 의원들간의 것이었다는 점 외에도 참석한 친이계 의원 모두가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 경선캠프였던 ‘안국포럼’에서 활동한 친이 직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표와 친이계 의원들과의 회동에 대해 박 전 대표측은 “지방선거 이후 당내 소통에 솔선수범하려는 차원에서 친이계 의원들과 만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자연스럽게 이뤄진 식사모임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의 반응도 같다. 친박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친이·친박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세종시 수정 문제가 불거진 후 친이계 의원들과의 만남이 없었으나 이제 정리가 된 만큼 편안하게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와 친이계 의원들의 회동에 정치적으로 ‘해석’할 만한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겨냥, 외연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가 당내 의원들의 모임에 자리를 함께 하는 등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의 대외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도 정치권 인사들을 주목케 하고 있다.

활발해진 외부활동, 경제·복지 정책 속 숨은 ‘대권 뜻’
내년 초 정계 개편 겨냥…대세론·위기론 ‘동전의 양면’


그동안 박 전 대표의 대외활동은 당과 관련된 것이나 지역구 행사 등으로 국한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동안 차기 대권을 위해 공부해왔던 것들을 하나 둘 꺼내놓고 스스로 ‘판’을 벌리고 있어 시선을 끈다. 여전히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지만 ‘정책’과 ‘발걸음’은 달라지고 있다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박 전 대표가 ‘정책’과 관련, 다시금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2일이다.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에 참석해 ‘중기재정운용계획’과 관련,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 문제를 거론했다. 박 전 대표는 “국가부채와 같은 명시적 재정부담과 공기업부채와 같은 암묵적 재정부담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위해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이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공기업 모두 국제기준에 따른 재무제표, 미래 재정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6월21일 기재위 첫 회의에서 복지와 국민화합을 중심에 둔 경제발전과 성장을 강조한 데 이어 경제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추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박 전 대표는 그동안 외부 전문가들과 ‘대권 공부’를 해왔다. 그 중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복지와 경제”라며 “국회 상임위에서 복지·경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부의 성과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행보는 정가 안팎의 눈길을 끌었을 뿐 아니라 박 전 대표가 준비된 차기 대권주자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효과를 발휘했다”면서 “박 전 대표가 하나둘 꺼내기 시작할 ‘화두’와 ‘해법’은 차기 대권에서 그의 주요 정책으로 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부활동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한국과학기술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 출판기념회에 참석, 사의를 표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 4월 모교인 서강대에서 열린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한지 5개월 만에 지역구 행사나 한나라당 관련 일정이 아닌 순수 외부행사로 참석한 자리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아무 자원도 없는 이 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기까지 과학기술의 역할이 엄청나게 컸다”면서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측은 정치적인 시선에는 거리를 뒀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자리여서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대외활동 시동
직접 멍석 깔았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대구시청에서 열린 당·청 간담회에 참석했으며 15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키로 했다. ‘제대혈법’은 박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복지위에서 활동할 당시 발의한 제2호 제정법이다. 박 전 대표가 ‘밖’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대통령 특사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정가 일각에서 제기된 ‘박근혜 대북특사설’과 관련, ‘대북특사’보다는 ‘중국특사’로 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중특사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만났으며 그가 방한했을 때는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던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친박계 인사들도 “특사를 하는 경우 수순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 영향력이 상당히 있는 중국에 먼저 특사로 가서 분위기를 호전시킨 다음 북한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겠냐”면서 “특사가 제안될 경우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전 분석이 이뤄지면 박 전 대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여겨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전에도 대중특사로 다녀온 적이 있고 이런 일을 하기에 상당히 적임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며 “본인도 국익을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을 벗어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내년 초에 있을 정계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다. 본격적인 대권행보는 아니지만 천천히 외연을 확대해나가는 것으로 향후 활동영역을 넓혀 놓는다는 것이다.
 
대세론 못 얻으면
대선 위기론 나올 수도

친박계 일부 인사들도 “차기 대선주자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내년 초가 될 것 같다”면서도 “민심의 바다를 헤엄치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로 박 전 대표의 행보 뒤 숨은 속내를 짚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해석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해석은 현재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는 있지만 대선구도가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다. 정가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앞서있기는 하지만 압도적이라 할 만큼은 아니”라며 “당내에 친이·친박계가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차기 대권경쟁의 신호탄이 쏘아질 경우 지지율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이·친박계의 갈등 상황이 계속되고 박 전 대표가 친박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면 친이계가 ‘박근혜 대항마’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본선에 나서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내에서부터 ‘대세론’이 불어야 한다. 반쪽의 지지만으로는 당내 경선을 넘기 힘들고 이후 본선에서도 적지 않은 내부의 위험요소를 품고 달린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대세론’을 위한 행보를 시작한 것은 곧 자신의 ‘위기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인사는 “대선구도가 본격화되기 전에 ‘대세론’은 굳어져야 한다”면서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를 당내에 ‘잠재적 아군’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당장은 박 전 대표의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차기 대선과 관련,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박 전 대표만큼 ‘준비된 인재’가 없을 경우 기꺼이 그의 손을 들어줄 사람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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