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최상의 ‘물밑연대’ 시나리오

2010.09.14 09:35:00 호수 0호

당권 먹고 대권먹기…“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몰라”


10월 전당대회 앞두고 차기 당권주자 합종연횡 움직임
정세균-손학규 연대설 이어 정동영-손학규 연대설 등장

민주당이 차기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게임의 법칙’이 정해지면서 수면 아래에 머물러있던 경쟁구도가 본격화된 것이다. 당이 선택한 ‘전대 룰’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와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대의원 투표 70%+당원 여론조사 30% 등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주자들 간의 합종연횡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빅3가 모두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쟁이 가열된 데다 당권과 대권 혹은 차차기 기반 마련 등 각자 노리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민주당 차기 당권을 건 경쟁에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으로 최고위원 상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난 데다 7월 재보선 패배로 정세균 전 대표마저 당대표직을 사퇴하며 생겼던 당의 혼란을 종식시킬 ‘마지막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은 민주당이 ‘게임의 룰’을 확정하는 것과 동시에 울려 퍼졌다. 당의 주류와 비주류, 차기 당권주자들의 신경전 끝에 정해진 ‘전대 룰’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대의원 투표 70%+당원 여론조사 30%이다.

전당대회 무더기 출사표
차기·차차기 주자  출마

지난 6일 민주당이 당무위원회를 통해 이 같은 룰을 확정, 가결하기 무섭게 차기 당권주자들의 출사표가 던져졌다. 정세균·손학규·정동영 등 민주당 빅3는 물론 유선호·장성민·백원우·김효석·박주선·조경태·최재성·양승조·이인영·조배숙·추미애·정봉주·천정배 등 16명에 달하는 이들이 모두 전당대회를 겨냥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전당대회 예비후보 경선을 펼친 끝에 박주선·정세균·천정배·손학규·이인영·최재성·정동영·조배숙·백원우 후보만이 컷오프를 통과, 본선에 나서게 됐다.


16명의 후보가 9명으로 줄었지만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1인 2표 방식으로 한꺼번에 뽑는 만큼 후보 간 합종연횡은 차기 당권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졌던 여성 후보 중 조배숙 의원이 유일하게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여성 후보가 6위 내에 들지 못하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된다는 여성 배려 규정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와 상관없이 최고위원으로 확정되면서 전당대회 본선 경쟁은 더 치열해 졌다.

이 중 19대 총선과 대선이 있는 2012년까지 제1야당의 수장을 맡게 될 당권을 둔 물밑연대는 정가 안팎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다. ‘전대 룰’의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원칙에 따르면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이는 1년 전 당대표직을 내놔야 한다. 세 확장을 위해 1년간 당권을 쥐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후 당권의 행방이 모호해지는데다 차기 대선출마를 두고 비판 여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당권 혹은 대권을 노릴 이가 명확해질 게 당권을 둔 연대를 주목케 하는 이유다.

차기 대선을 목표로 하는 이라면 자신이 당대표가 되는 것보다는 연대하고 있는 이의 당권도전을 지원하고 대권 도전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권주자들간 갖가지 물밑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세균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의 연대설이다. 정 전 대표가 ‘당권’을 손 전 대표가 ‘대권’을 노린다는 게 연대설의 내용이다.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모두 차기 당권주자인 동시에 차기 대권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적 상황과 목표에서의 차이가 연대설을 탄생시켰다.

킹 &  킹메이커
당권이냐, 대권이냐

정 전 대표는 당장 대권을 노리기보다는 당권을 잡는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는 민주당의 당 대표를 맡아 적지 않은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으며 한자리수로 떨어졌던 당의 지지율을 30%대까지 상승시켰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1~2%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9월 첫째 주 정례 여론조사에서 정 전 대표는 ‘차기 여야 대권주자군’에 포함되지 못했다. 진보계 유력주자군에서의 지지율도 유시민(17.3%), 손학규(14.0%), 한명숙(11.0%), 정동영((8.4%), 노회찬(4.5%), 김근태(4.2%), 추미애(4.1%) 등에 밀린 3.8%로 가장 낮았다. ‘당대표’로는 인정받았을지언정 정치인으로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차기 대권경쟁에서 ‘킹메이커’로 나설 수 있음을 은연 중 내비치고 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가진 그의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이 같은 면모가 드러났다.


그는 “2012년 총선 및 대선에서 민주개혁진영 모두가 승리하는 큰 판을 만들겠다”며 “과감한 개방과 영입을 통해 젊고 패기있는 정당을 만들어 통 큰 연대와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판을 만드는 역할을 강조한 것.

이는 같은 날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난 대선에서) 잃어버린 600만 표를 반드시 되찾아 오겠다”며 “민주당의 집권 의지와 수권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다”고 밝힌 손 전 대표의 발언에 비하면 확실히 차기 대권보다는 당권에 근접해있다.

손 전 대표는 아예 출마 선언문에서도 “민주당이 맏형이 돼 이 땅의 모든 민주 진보세력을 아우르고 ‘통합의 손학규’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통합 정권 교체의 큰 틀을 짜겠다”는 말로 야권 통합의 주역을 자임했다.

이처럼 우선시 하는 것에 차이가 있는데다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친노·486을 지지세력으로 삼고 있는 정 전 대표와 손 전 대표가 하나의 목표를 두고 충돌할 경우 다른 유력 당권주자들에게 좋은 일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정-손 연대설’을 일축하고 있다. 그는 연대설에 대해 “너무 정치공학적이며 생소한 말”이라며 “연대설은 신문에서만 봤다. 연대 이야기 이상하지 않나. 생소한 말”이라고 거리를 뒀다. 

반면 정 전 대표가 대권을, 손 전 대표가 당권을 잡는다거나 정 전 대표가 ‘홀로’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선언 전날 “대선후보로서의 꿈도 있지만 당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개인을 희생할 마음가짐도 갖추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지금 어떤 결정을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라면서도 “대권에 대해서도 꿈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어떤 꿈을 이루는 것보다 2012년 민주당 정부를 만드는 것이 저의 더 큰 꿈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제 꿈을 접어야 한다면 접을 것”이라면서도 “제 꿈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그 길로 갈 수 있다”고 한발 진전된 발언을 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를 정 전 대표가 ‘관리형 대표’ 혹은 ‘킹메이커’ 이미지를 벗어나는 한편 차기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하지만 컷오프에서 정 전 대표의 지지세력인 백원우·최재성 의원과 이인영 전 의원 등 486인사들이 대거 살아 돌아와 정 전 대표의 조직력을 확인시켰다.

이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정 의원과 손 전 대표의 연대설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당권과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비주류’라는 점에서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지난 총선 이후 칩거를 해왔다. 정 의원도 재보선 출마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복당하면서 최대한 자세를 낮췄다. 둘 다 자의반타의반 일선 정치와 거리를 둬 왔던 것.

정 전 대표가 7월 재보선 패배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당의 당권을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정 전 대표에게 당권이 넘어갈 경우 2012년 대권 도전의 중요한 발판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의 연대설을 부추기고 있다.

지원사격 부대 얻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차기 당권을 둔 물밑연대의 ‘히든카드’는 박주선 의원이다.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대선주자가 아니라 당내 대선주자를 국민스타로 만들 당대표, 민주 평화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이룰 당대표”라며 ‘킹메이커론’을 들고 나온 박 의원은 정 의원, 천정배 의원과 당 비주류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희망쇄신연대’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정동영-박주선-천정배의 비주류 연대설의 중심에 서 있다.

또한 수도권과 영남지역에 지지기반을 둔 손 전 대표와 손을 잡고 새로운 ‘호남의 맹주’로 클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손학규-박주선 연대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지지기반이 겹쳐서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비주류연대보다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한 정치전문가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들 중 몇몇은 당선 가능성이 아닌, 당권을 잡는 것이 차기 대권에 도움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최선의 연대 시나리오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나 대선 직전 치러질 총선에서 당권을 잡고 있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큰 만큼 당내 조직, 여론지지율 경쟁보다 막후의 두뇌싸움이 더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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