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vs 비경찰대 권력투쟁 제2라운드 막전막후

2010.09.14 09:30:00 호수 0호

조현오 청장 임기 ‘쫑’ 2011 봄 진검승부 ‘펑’

 

경찰대 1기 신화 윤재옥 내치고 조현오에 힘 부여
TK라인 완성…이강덕 차기 청장 경찰대 길들이기
경찰 조직 절반 정도 차지…강한 연대로 장악 서막

경찰대는 경찰의 초급간부 양성을 위해 설립된 특수 국립대학이다. 지난 1985년 제1기생 졸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5년 동안 3000여 명을 배출했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가장 연대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기존 경찰 조직과의 충돌은 예견된 일이다.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간의 권력 투쟁이 관심사다. 이들은 외무고시 출신인 조현오 경찰청장의 강연 CD 유출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강한 불쾌감 표명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 내년 봄을 위해 진검 승부를 준비중인 경찰대와 비경찰대간의 권력투쟁을 들여다 봤다.



‘220:1’이라는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경찰대 1기의 수석 입학, 수석 졸업생으로 경찰대 출신의 신화를 만들어가던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경찰 인사에서 낙마하면서 경찰 생활을 마무리했다. 지난 7일 발표된 치안감 이상 고위 경찰 인사에서 이름이 빠지자 퇴직 수순을 밟은 것. 그는 8일 퇴임사에서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고 생각하기에 할 말은 가슴에 묻어두고 가겠습니다”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이강덕 경기청장 내정자
차기 경찰청장 콕

윤 청장의 퇴임과 관련한 뒷말은 무성하다. 배경에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첫 번째는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경찰 조직 내 갈등을 가라앉히자는 것이다.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경찰대 졸업 후 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 등 모든 직급에 ‘경찰대 출신 1호’로 진급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의 급작스런 사퇴 당시에도 경찰청장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과 관련해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간의 권력 투쟁이 쟁점화되면서 MB가 윤재옥 카드를 버리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MB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대 출신에 대한 경고의 의미임과 동시에 부담으로 지적되던 윤재오를 낙마시킴으로써 고려대 후배인 조현오 체제에 힘을 실어주게 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권력 투쟁이 밖으로 표면화된 것은 채수창 전 서울강북경찰서장의 ‘항명 파동’이다. 지난 7월 채 전 서장은 당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지나친 성과주의 평가 시스템이 양천서 고문 의혹 사건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하면서 조현오 서울청장과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채수창 전 서울강북경찰서장은 경찰대 1기다.
 
채 전 서장의 항명 파동에 대한 원인으로 강희락 경찰청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조현오 서울청장의 경찰청장 내정을 사전에 파악하지 않았느냐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지난 8월5일 대변인실을 통해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새로운 진용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고, 경찰 내부의 인사 적체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MB는 8일 개각을 통해 경찰청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던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배제하고 조현오 서울청장을 경찰청장으로 내정했다.

두 번째는 MB 하반기 국정 운영을 이끌어갈 TK라인 구성이다. 윤재옥 경기지방경찰청장의 낙마는 경찰대 출신의 권력 장악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7일에 실시된 경찰청 인사가 대표적이다. 치안정감 자리가 모두 교체됐다. 이강덕 경기청장과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경찰대 출신이고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은 간부 후보 32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성규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동국대 출신이다.


치안정감 전원 교체는 채수창 전 서장의 항명파동부터 조 청장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경찰대와 비경찰대 출신간의 권력 투쟁으로 사분오열됐던 경찰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의도로 분석된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와 비경찰대간 알력 다툼이 부각되면서 이에 대한 경고 차원의 인사로 보고 있다”며 “이번 인사로 인해 당분간은 자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쌍두마차를 이루던 이강덕 신임 경기경찰청장은 비록 경찰대 1기 출신이지만, 영포라인계로 분류된다. 대통령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위 전문위원를 거쳐 청와대 공직기강팀장, 치안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MB의 신뢰가 높은 부분이다.

경찰대 장악시
브레이크 없다

반환점을 돈 MB로서는 차기 경찰청장에 대한 부담이 남아 있다. 권력 줄서기에 대한 우려다. 따라서 차기 경찰청장에 자기 사람을 심을 필요성이 부각된다.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이 제격이라는 평가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에 임명된다. 파출소 소장 직급이다. 전경대나 기동대 복무를 포함해 일반적으로 8년 정도면 경정까지 승진된다. 30대 초반에 경찰 고위직에 올라갈 수 있다.

2007년 경찰청 국정감사 내용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총 9만5652명 중 경찰대학 출신자는 2331명으로 2.4%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 경찰대학 출신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계급의 분포를 살펴보면 경무관 8.1%, 총경 19.8%, 경정 29.3%, 경감 24.3%, 경위 6.5%로 대체로 높은 직위를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총경은 경찰청과 지방경찰청의 과장급이나 경찰서장을 말한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경찰이라 할지라도 경찰대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직급에 승진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와 논란이 됐었다.

비경찰대 출신에 비해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경찰대 출신을 견제하게 만드는 요소다. 경찰조직 내에는 간부후보생, 경찰학과 출신의 대학모임, 고시 기수 모임 등이 존재한다. 그러나 경찰대 출신만큼 강한 연대를 가진 곳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체 모임을 비롯해 기수별 모임까지 다양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찰 조직이 절반 정도에 이를 것”이라며 “아직까지 서울청장과 경찰청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어 여기에 대한 갈망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경찰대 출신들이 사법고시에도 도전하면서 검찰과의 향후 관계 정립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의 표면적인 이유는 승진과 직급이다.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2계단 위인 경정이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서는 “졸업 후 고시를 준비하는 기간이 보통 2~3년 정도다. 그 기간을 포함하면 고시 합격 후 승진과 자동적 승진(승진소요최대근무연수)간의 차이는 크게 없다”고 말해 반드시 승진과 연관된 시험 도전은 아니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경찰대 출신 중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원은 경찰청에 따르면 61명이다. 이 중 38명은 경찰 조직을 떠나지 않고 복무중이다.

이같이 경찰대 출신들의 다양한 움직임에 비해 비경찰대 출신의 견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과 조현오 청장이 비경찰대세를 이끌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에 현재 힘을 받고 있지만, 그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갈등은 다시 표면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경찰 인사로 경찰대 출신들이 주춤한 형국이지만, 향후 경찰 조직은 경찰대가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대 출신을 견제할 브레이크가 현재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내부 다지기에 나섰다. 전국 경찰관들에게 첫 ‘지위서신’을 보내 조직 내 갈등을 외부에 표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 따르면 “조직 내 출신간 입직 경로(순경, 간부후보생, 경찰대 등 경찰 입문 경로)간 갈등과 논란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표출돼 국민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자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대 특권 논란
의무복무 미이행 비용

또한 “최근 언론에 경찰이 잘못 비친 경우가 있다. 외부에 알려져 논란이 되게 하지 말자”며 경찰 내부 불만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에 대한 사전 차단에 나섰다.

경찰대학의 존립 여부와 특권에 대한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결산심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자를 기준으로 경찰대학생 1인당 의무복무 미이행 시 반환되는 비용은 2,797만원이다.

경찰대학설치법에 따르면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근무월수에 따라 학비 기타 모든 비용을 전부 또는 일부 상환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그동안 의무복무 미이행자들로부터 경찰대학 재학 4년 동안 지급한 보수(수당), 급식비, 피복비, 교재비, 용품비 등만 돌려받아왔다. 관련법에 의무복무 미이행자로부터 학비 등 모든 비용을 상환 받도록 되어 있지만, 경찰청에서 금액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로부터 수업료를 돌려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태원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매년 국공립 대학의 연간 등록금을 발표하고 있으므로 국립대학인 경찰대학도 이를 바탕으로 수업료를 산출하면 된다”며 “교과부 자료 등을 활용해 의무복무 수업료를 상환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복무 미이행 경찰대학 졸업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대학 설립 이후 지난 2월까지 경찰대학 졸업자 중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고 퇴직한 사람은 전체 132명이다.

연도별로 2006년 1명, 2007년 4명, 2008년 5명에서 작년에는 13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올해도 5월까지 8명이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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