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고지 찜 ‘승천할 여의주 북녘에 있다’

2010.09.07 09:27:35 호수 0호

박근혜·정몽준 대북특사 전쟁 막전막후

 
 

G20 정상회의 앞두고 남북정상회담·특사설 ‘솔솔’
북한과 특별한 인연…박근혜·정몽준 특사 경쟁



현 정부 출범 후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결사’를 찾는 시선이 분주하다. 최근 6자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는가 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의 후계자 승인을 받는 등 북한의 권력구도 승계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북한 신의주 수재민을 위해 긴급구호 물자를 지원키로 하고 대북 쌀 지원도 논의하는 등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기회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남북의 ‘연결고리’가 될 대북특사에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천안함 정국으로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한적십자사 총재 명의로 북측에 100억원 상당 규모의 긴급 수해지원을 위한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 한나라당은 인도적 차원에서의 대북 쌀지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오랜만에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정가 일각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화해의 분위기’를 이끌어 낼 ‘대북특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 변화와 북한의 후계 권력구도 승계 등으로 남북관계의 변화가 모색돼야 할 시점이 왔다는 이유에서다.

‘대북특사설’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단독 회동 이후 ‘박근혜 대북특사설’로 터져 나왔다. 박 전 대표가 대북특사로 남북관계를 풀어내는 ‘역할론’으로 이 대통령과의 화합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한반도에 부는 훈풍
‘화해의 불씨’ 꽃피나


친박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친박 유기준 의원은 ‘박근혜 특사설’에 대해 “여러 가지 사전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박 전 대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이전에도 대중특사로 다녀온 적이 있고 이런 일을 하기에 상당히 적임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며 “본인도 국익을 위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특사를 하는 경우 수순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 영향력이 상당히 있는 중국에 먼저 특사로 가서 분위기를 상당히 호전시킨 다음 북한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본다”며 “특사가 제안될 경우 분위기가 조성되고 사전 분석이 이뤄지면 박 전 대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여겨진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다”면서 “박 전 대표 특사 역할론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가지 사전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고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상황에서 대북특사로 간다는 것은 역할을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과 단독회동 이후 박 전 대표가 특사설의 중심에 선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유리한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이미 2002년 5월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 시절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과 만찬을 함께 하는 등 환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김 위원장과 1시간 동안 독대를 하기도 했다.

그는 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국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역량을 쌓아왔으며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도 가까운 사이다. 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중특사로 후진타오 국가 주석을 만났으며 그가 방한했을 때는 청와대 만찬에 참석키도 했던 것.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것도 대북특사 가능성을 높인다. 생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특사는 이 대통령의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할 수 있고, 향후 5년간 이 대통령과 일할 수 있는, 일할 사람이 가야 북측에서 신뢰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차기권력과 가장 가깝다는 점에서 ‘대북특사급 정치인’으로서는 충분하다는 것.

현 정권 출범 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박 전 대표는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쉽사리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말문을 열었다하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왔다. 때문에 회동 후에도 이들이 진정 손을 잡게 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남북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라면 ‘정치적 공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에게 중요한 정치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 대북특사를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이들의 관계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대북전문가 장성민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남한의 근대화 작업에 성공한 박정희의 리더십 때문에, 북측도 경제발전 운동 등 국가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와의 만남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며 ‘박근혜 특사설’을 긍정평가했다.

장 전 의원은 “만일 이번에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길 원한다면, 박 전 대표의 방북을 허용할 것이고, 그것이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박 전 대표의 정상회담에 대한 특사 자격을 “충분하다”고 평했다.

대북특사가 되는 것이 차기 대선주자에게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대북특사로 남북관계 진전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물론, 박 전 대표만큼 북한과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는 이가 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며 한나라당에 발을 디뎠다. 이후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등 당내 지지기반을 닦아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 후 승계직이었던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정치적 휴지기를 보내고 있다.

‘낯익은 미래권력’
박근혜 특사설 ‘솔솔’

FIFA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월드컵 유치전으로 세간의 시선에서는 멀어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대권가도에서는 점점 뒤쳐지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단번에 차기주자군의 선두그룹을 꿰차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개최하고 지역민원 해결에 적극 나서는 등 지역구 활동으로 정치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박근혜-김문수-오세훈의 삼각구도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특사’는 그가 단번에 중앙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대북특사가 가지는 역할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권력’을 노리는 이들에게 대북문제가 중요한 ‘과제’라는 점도 그가 대북특사에서 쉽게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다.

북한과의 특별한 인연도 있다. 정 전 대표의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남북관계의 중요한 ‘고리’이다. 그가 소떼 방북으로 성사시킨 금강산 관광은 남북 경협의 단초가 됐으며 이후로도 현대그룹은 남북문제에 있어서 ‘비공식 채널’로 활용됐다.


지난달 31일 제11회 춘천월드레저총회 기조강연에 나선 조건식 현대아산 상임고문이 “지금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금강산 관광 재개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는 등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이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정 전 대표의 행보를 돕는다.

‘소떼 방북의 추억’
정몽준 정치생명 살릴까

정 전 대표는 또 자문교수단과 경제와 복지, 안보 등을 주제로 정기 스터디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안보는 북한 핵문제 등을 주된 테마로 잡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대북특사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은밀히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며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노출되는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북특사가 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이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통해 남북관계의 화해 분위기 조성은 물론 미래권력과의 연계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한다면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북특사로 나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경우 대북특사가 되기 위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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