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자산가' 전직 의원 양자소송 전말

2015.12.28 10:38:33 호수 0호

판결 따라 수백억 왔다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수천억대 자산가인 김영도 전 의원이 파양한 조카로부터 양자 인정 소송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중의 종손이었던 김 전 의원은 결혼 후 무려 13년 동안이나 자식이 생기지 않자 어른들의 권유에 따라 동생의 아들인 조카를 양자로 들였다. 하지만 김 전 의원 부부에게 뒤늦게 친아들이 태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파양된 조카가 31년 만에 제기한 소송전의 전말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수천억대 자산가인 김영도 전 의원이 파양한 조카로부터 양자 인정 소송을 당했다. 문중의 종손이었던 김 전 의원은 결혼 후 무려 13년 동안이나 자식이 생기지 않자 어른들의 권유에 따라 동생의 아들, 즉 조카를 양자로 들이기로 했다. A씨는 지난 1965년 태어나자마자 큰아버지인 김 전 의원의 아들로 출생신고가 됐다.

출생의 비밀

하지만 김 전 의원 부부에게 뒤늦게 친아들이 태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 전 의원 부부는 A씨를 입양한 후 12년 뒤인 1977년 첫 아들을 출산하게 된다. 2년 뒤에는 차남까지 태어났다. 그러자 A씨의 친부는 1983년 “형의 첫 아들은 내 아들”이라며 김 전 의원을 상대로 법원에 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을 청구했다. 결국 A씨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친부의 아들이 됐다. 당시 A씨의 나이는 19살이었다. 한창 사춘기일 시기에 부모가 뒤바뀌는 황당한 일을 겪은 것이다.

그런데 A씨는 자신도 모르게 호적이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50살인 A씨는 10여년 전에야 호적등본을 확인한 후 부모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김 전 의원을 ‘서울 아버지’라 부르고 친부를 ‘시골 아버지’라 불렀지만 A씨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까맣게 몰랐다.

A씨는 법적으로 파양된 후에도 김 전 의원을 아버지로 부르며 살았고 정작 친부모와는 별다른 왕래도 없었다. A씨의 결혼식 혼주도 김 전 의원 부부였으며 신혼집도 김 전 의원이 사줬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김 전 의원 소유의 회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친구들을 비롯한 지인들은 여전히 김 전 의원 부부가 A씨의 부모라고 알고 있다. 법적으로는 김 전 의원 부부로부터 파양됐지만 A씨는 이전과 별다를 것 없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친모가 사망하게 되면서 A씨는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된다. A씨는 친모의 장남임에도 상주 자리를 친동생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파양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A씨의 존재를 모르는 친모의 지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A씨의 주변 지인들도 친모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어 A씨는 지인들에게 친모의 사망소식을 알릴 수도 없었다. A씨는 부모가 둘이나 있지만 정작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결국 A씨는 지난 2014년 김 전 의원 부부를 상대로 양친자 관계가 존재함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파양된 후 31년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이미 30년 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A씨가 파양됐고, 파양된 이후 A씨가 김 전 의원과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조카 아들 삼았다 자녀 생기자 파양
재산 둘러싸고 31년 만에 소송 제기

파양된 이후에도 김 전 의원이 A씨와 함께 살고 결혼식 비용 등을 지급해준 것은 형편이 어려운 동생과 조카를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파양된 사실조차 몰랐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전 의원 측은 A씨가 이제 와서 법적 양자로 인정받겠다며 소송을 낸 것은 결국 재산 상속 등을 염두 해 두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의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양한 후에도 옛 정을 생각해) 조카 뿐만 아니라 동생까지 다 도와주고 그랬는데 이제 와서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말했다.

A씨 역시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전 의원이 마음대로 자신을 입양해 20년 가까이 아들처럼 키우다가 친자식이 생기자 재산을 나눠주기 싫다는 이유로 무책임하게 파양시킨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파양 과정에서 자신이 입은 정신적 고통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하더라도 치유받기 힘든 상처라는 주장이다.

<일요시사>는 이번 소송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전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정체를 밝히지 않은 한 관계자는 “남의 가정사에 신경 쓰지 말라”며 취재기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번 재판의 결과도 초미의 관심사다. 1심과 2심에서는 김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A씨가 정말 자신도 모르는 사이 파양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파양 당시 A씨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친모가 특별대리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A씨가 파양 사실을 실제로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도 충분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이 법률적인 쟁점이 꼭 맞는 판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모든 대법관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부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김 전 의원은 수천억대 자산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은 여의도 국회 앞에만 대하빌딩과 대산빌딩, 용산빌딩 등 빌딩 3곳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하빌딩은 선거 때만 되면 몸값이 오르는 여의도의 핫 플레이스다.

대하빌딩에서는 대통령만 3명이 배출돼 선거용 캠프 명당으로 유명하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전 국회의원이 평민당을 창당할 당시 대하빌딩에 당사를 제공해준 인연으로 제13대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87년 평민당을 창당할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는 처지였다. 김 전 대통령은 여의도에 당사를 구하고자 했지만 평민당이 들어설 것이라고 하면 모든 건물주들이 질색하며 거절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당사가 들어설 것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대리인을 내세워 대하빌딩 9층에 위장 계약을 했다. 이후 평민당 당사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건물주인 김 전 의원이 뒤늦게 알게 돼 난리가 났지만 오히려 이때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전국구 국회의원까지 지내게 된 것이다.

막장드라마

게다가 그 후 10년 뒤 김 전 대통령이 대하빌딩 당사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대하빌딩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김 전 대통령의 배려로 국회의원이 됐던 김 전 의원은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12년에는 전직 민주당 출신 의원들과 함께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수천억대 재산과 출생의 비밀까지. 한 편의 막장드라마 같은 이번 소송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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