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붙은 여권내 ‘친이-형님’ 권력암투

2010.09.07 09:10:00 호수 0호

티격태격 새우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


여권 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소통을 내세운 8·8개각에서 국무총리와 장관 등 3명이 낙마하면서 한나라당이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문제를 들고 나섰다. 여기에 인사청문회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지경부 2차관 등 SD계를 겨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창업공신인 친이계 소장파와 SD계의 권력 암투가 MB 국정 반환점을 돌아서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배경에는 차기 대권에 대한 시각차라는 분석도 나온다.  

8·8개각 총리 등 3명 낙마 청와대 형님라인 정조준
다시 불붙은 사찰 논란 ‘빅브라더’ ‘패륜’ 날선 공방


지난달 충청남도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인사검증 실패와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거론됐다. 특히 검증라인에 있는 특정 인물을 지목해 교체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당, 인사실패 문책
책임론 공방 갈등 폭발

홍준표 최고위원은 연찬회에서 “사람을 인선하는 데 안이했다”며 “결과적으로 책임은 청와대 인사라인에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도 “이번 인사검증에 관련된 청와대 인사는 누가 됐든 문책을 해야 한다”며 강하게 주장했다. 연찬회에서는 또 구체적인 문책 대상자도 거론됐다. 정태근 의원은 이번 개각 파동과 관련해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도 기자들에게 권재진 민정수석과 김명식 인사비서관 두 사람의 문책 요구를 밝혔다. 권영진 의원은 “앞으로도 이번 청문회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며 “중앙인사위원회를 부활하든지 상시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내부에선 여당 소장파의 공격에 불쾌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같은 분위기는 지면을 통해 표출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조선일보>를 통해 반박한 내용에 따르면 “김태호 전 지사를 비롯해 낙마한 후보자들을 강력하게 추천한 장본인들이 소장파이면서 누구에게 검증 잘못의 책임을 묻는가”라고 밝혔다. 또한 “김태호 전 지사가 총리 물망에 올랐을 때 박근혜의 대항마로 생각하고 우호적으로 접근한 것이 친이 소장파”라며 “김태호가 낙마하자 청와대를 (개각 파동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특히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비난만 하는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과연 얼마나 깨끗하게 지내는지 공정한 사회 차원에서라도 밝히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친이 소장파가 재반박을 하면서 당·청 갈등은 태풍 전야로 돌변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청와대에 차지철이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라고 비판하며 “청와대가 국회를 협박하는 것은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은 청와대 인사라인에 그치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화살이 돌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김용태 의원은 “의혹을 충분히 파악해 의사결정권자에게 전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행했다면 의사결정권자가 책임을 져야 된다”며 대통령을 겨냥했다. 한나라당 친이 소장파가 청와대의 인사검증라인 문책에 나선 배경은 민심 때문이다. 이미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완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4+1(위장전입·부동산투기·병역기피·세금탈루+논문표절)’ 등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는 부분도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는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소장파들의 위기감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와 맞물려 친이계 소장파들은 총리실, 국정원 불법 사찰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을 지목하고 나섰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31일 열린 연찬회에서 이상득 의원을 향해 “영감, 인생을 불안하게 살지 말라고 그래”라는 독설을 퍼부었다.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이 의원을 주목한 것. 정태근 의원도 “이상득 의원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사찰이 이뤄진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의원에게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해 이 의원과 사찰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남경필 의원도 “사찰문제가 양당이나 정보기관 유출에 의해 밝혀지면 2012년에 선거를 치를 수 없게 된다”며 “파헤치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와 같다고 공격했다.



재점화된 사찰 논란
SD계 제물 삼아라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패륜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장 의원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말한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막말을 쏟아내지 말고 자신들의 허물부터 되돌아보고 자숙하라”고 말했다. 친이 소장파와 이상득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창업공신이다. 그러나 이들의 격돌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소장파는 2008년 3월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거부했다. 2009년 6월에는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7인이 다시 한번 이 의원을 겨냥했다. 결국 이 의원은 2선 후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소장파는 그의 중량감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소장파는 불법 사찰과 관련해 이 같은 총선 불출마와 2선 후퇴를 촉구하는 괘씸죄, 수도권 소장파와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을 중심으로 하는 이 의원 측근들간의 권력투쟁 등의 영향으로 정치사찰을 당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차기 대권과 관련해 소장파와 SD계간의 시각차도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이 의원이 이미 보따리 쌌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로 무게중심이 옮겨갔다는 이야기다. 반면 소장파는 박근혜 전 대표와는 반대 방향이다. SD계와 같이 갈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여론의 힘을 빌려 SD계를 제물삼아 차기 대권에 힘을 얻겠다는 의도다.

이상득 의원은 “싸우기 싫다”며 무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SD계 인사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친이상득계 성향인 원희룡 사무총장은 지난 2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의원 등 소장파를 겨냥해 “의혹을 제기하는 당사자들은 증거자료를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태근 의원은 같은 날 “이 의원측의 반성과 조치가 없다면 사찰의 모든 전모를 공개하겠다”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친이계 선상반란에 이상득 “정면대응 불사”
이재오, 중재 행보에 정치권 태풍의 눈 부각


그는 “이번에 확실한 증거를 제기하면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등 사찰에 관련됐을 인물들에 대한 조사와 함께 합당한 인사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장파들은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 등을 규합해 대응할 계획이다. 한나라당 소장파와 이상득 의원측간의 갈등이 격화되자 이재오 특임장관이 정두언, 정태근 의원을 만나는 등 당 지도부가 중재에 나섰다. 친박계도 중재에 나섰다.

친박계 중진 홍사덕 의원은 “지방선거때 분열과 갈등으로 권력의 절반을 잃어버린 사람”이라며 정두언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일 정두언, 정태근 의원을 각각 따로 만나 불법 사찰과 인사 개입에 대한 이들의 입장을 들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해법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불법 사찰을 실제로 한 의혹도 있고 정치적 문제와 엉켜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 실세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정두언 의원도 지도부의 불법 사찰 발언 자제 요청을 수용한 상태다. 남경필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과 태풍 피해 등을 고려해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SD계 의원도 “아직은 확전할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해 가만히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사찰과 관련한 견해차가 큰 데다 감정의 골까지 깊어져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겉으로는 자제 모습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공격 재개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태근 의원은 “불법 사찰과 권력사유화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 등 형님 라인의 퇴진 없이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소장파와 이상득 의원측간의 갈등은 청와대와 당내 개혁파 초선의원들간의 대립으로 다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소장파는 이상득 의원을 공격하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며 정권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의원들간의 홀로서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재오 등 중재 나서
당·청 갈등 불씨 잠복


민주당 등 야당은 여권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서 (불법사찰 의혹의) 몸통이 밝혀졌다”며 “검찰이 명명백백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우위영 대변인은 “인사검증 과정의 결정적인 불량필터는 대통령 자신”이라며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는 쇼 정치를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여권 내 권력투쟁 양상이던 소장파와 이상득 의원측과의 갈등이 민주당과 친박계, 청와대까지 거론되면서 향후 MB 국정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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