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걸친 박근혜 ‘트로이목마 플랜’

2010.08.31 09:35:00 호수 0호

달콤한 ‘차기 대권’ 위해 살벌한 ‘적과의 동침’

박근혜 전 대표의 발걸음이 바쁘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운신의 폭을 차츰 넓히는 모양새다. 박 전 대표는 미니홈피와 트위터를 통해 젊은 층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가 하면 당내 이공계 모임에 참석해 소통행보를 이어갔다. 당내 친박모임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정치적 동지를 만드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을 통해 “성공적인 회동”의 결과를 얻은 것. 박 전 대표의 달라진 행보와 그 속내를 짚었다.



정치에는 ‘정중동’ 행보, 당 안팎 소통의 폭은 넓혀
단단했던 친박계 조직에 개미구멍, 위기감 높아졌다?
MB와의 회동 뒤 지지층 확보 위한 대권전략 숨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던 박근혜 전 대표가 벽을 허물고 있다. 그의 정치 행보는 여전히 ‘정중동’이다. 정치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도 “할 말 없다”며 거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을 챙기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8월15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36주기 추도식’에서는 박 전 대표의 소통행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유족 인사말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나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마음, 약자의 편에서 생각하는 배려가 중요하다”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외형적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항상 약자 편에서 생각했던 어머니의 가르침이 더 중요하고 절실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마음이 확산될 수 있다면 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대한민국, 보다 자랑스러운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어머니가 남기고 간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명 ‘사람을 얻어라’
온·오프라인 파상공세


8·8 개각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전했던 터라 이날 박 전 대표의 ‘입’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의 시선이 고정돼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국 현안에 대한 질문에 “오늘은 할 말이 없다”며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35분 동안 진행된 추도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않았다. 무더위 속에서도 행사를 찾아 준 2000여 명의 추모객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1시간 20여 분 동안 추모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오프라인에서의 소통행보는 곧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그가 자신의 미니홈피와 트위터에 이날의 소감을 전했던 것.

박 전 대표는 추도식 전날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살아생전 늘 의연함과 자상함을 지니셨던 어머니….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따뜻했던 생전의 사랑을 그리워하며”라며 육영수 여사의 ‘생전의 마지막 모습 사진’을 올렸다.
추도식 이후에는 ‘감사를 보내면서…’라는 제목으로 추도식에서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잊지 않으시고 어머니의 기일에 참석해주신 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보내면서…. 어머니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트위터에도 “오늘 어머니 36주기 추도식에 다녀왔습니다. 오늘따라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부모님과 함께 했던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지금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통 드리시는 게 어떠실까요…”라는 글을 남겼다.

여의도에서도 박 전 대표의 소통행보는 계속됐다. 그는 지난 8월20일 이공계 모임 소속 의원 10여 명이 참석한 오찬에 참석했다. 참석 여부를 미리 알리지 않은 ‘깜짝 참석’이었다. 회원들이 박 전 대표에게 “와 줘서 고맙다”고 하자 “저도 회원인데요”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박 전 대표의 소통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가 내년 초에 있을 정계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는 것. 최근 지난해 대선을 계기로 이어져 온 친박계의 조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박 전 대표에게 ‘새로운 사람들’을 찾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친박 중진의원으로 불리던 이들이 하나 둘 이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좌장격이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세종시 논란으로 박 전 대표와 거리를 벌렸다.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결점을 고쳐야 한다고 충정으로 말했는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이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라며 “친박에서 쫓겨난 지 오래됐다. 정치판에 박근혜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결별’을 알렸다.

그는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다음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보장이 돼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를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보는 시각에 대해 “오히려 경쟁력 있는 사람이 많이 등장, 흥행을 높이는 게 차기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진영 의원도 지난 7월 재보선에서 이재오 의원의 은평을 재보선을 지원한 것을 전환점으로 삼아 친박 이탈을 공식화했다. 진 의원은 “이제 언론에서 의원들 계파 성향을 분류할 때 나를 ‘친박’이 아니라 ‘중립’으로 해달라”며 “나도 이젠 ‘친박’이란 울타리에서 좀 자유로워지려고…”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박 전 대표와 결별을 말하는 게 아니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별로 소원해진 게 없다”면서 “그동안 온갖 비난을 감수했는데, 이제 박 전 대표의 주변 인사들이 ‘친박’이란 성을 쌓아놓고 ‘세종시 수정안 찬성해서 넌 안돼’ ‘이재오 도와서 넌 친박이 아냐’ 등이라고 말하는 것에 나도 이제 지쳤다. 하도 나보고 아니라고 하니, 나도 안 하겠다”고 했다.

진 의원은 다음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그 문제는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며 거리를 뒀다.

당내 친박모임도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여의포럼’은 최근 모임의 진로를 고민한 끝에 김무성 원내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이 탈퇴를 선언,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8월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이·친박의 벽을 허물기 위해 당 지도부에서 결정한 권유를 받아들여 여의포럼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오늘 여의포럼을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도 “여의포럼은 대체로 해체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졌다”며 “저도 해체를 앞당기기 위해 탈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소통행보 가속화
‘흔들리는 친박계’ 불안감?

친이계에 비해 월등히 수가 적은 ‘비주류’였지만 강한 결속력을 자랑했던 친박계가 하나둘 구심점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친박계 내부에서도 “친박계에 금이 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 같은 주변상황과 박 전 대표의 소통행보를 연관지으며 “‘친박의 힘’만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기는 요원한 일”이라며 “아무리 차기 대권가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라도 차기 대선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온전한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대권을 노리는 것은 내부의 적을 만드는 일”이라며 “그가 ‘차기 권력’을 얻는다 해도 친이·친박계가 위치를 바꿔 당의 분열 요소로 남을 수 있는 만큼 ‘친박’은 아니지만 박 전 대표의 ‘잠재적 아군’인 이들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당 밖의 ‘잠재적 아군’은 기틀을 닦고 있다.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따뜻한 대한민국’을 강조하면서 중도층의 지지기반을 넓힌 것.


지난 8월22일에는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으로 당 내 ‘잠재적 아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나눈 대화 내용이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친박계 모두 “성공적인 회동” “분위기가 좋았다”고 강조하고 나서면서 친이·친박 사이에 ‘훈풍’이 불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공적인 회동’으로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는 국정 하반기의 국정운영 동력이 될 수 있고, 박 전 대표에게는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 등으로 여권 내 잠룡군이 늘어나면서 줄어들었던 전통 지지층을 복원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는 것.

한 정치전문가는 “정치는 생물”이라면서 “지금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화해’를 했다고 해서 이러한 관계가 끝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회동으로 이들이 오래된 갈등을 풀 실마리를 잡았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번만의 ‘성공적 회동’
‘현재 권력’과 통하였느냐

또 다른 인사는 “대권경쟁이 본격화되기까지 박 전 대표는 고정된 정치적 입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동교동계와의 연계설이나 이 대통령과의 화합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친박계 수장’에서 ‘차기 대권주자 박근혜’로 중심축을 옮겨야 내년 초 있을 정계 개편에서 ‘대세론’을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박 전 대표의 행보를 “‘트로이의 목마’를 타고 적진의 방어선을 뚫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