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한번차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2010.08.31 09:25:00 호수 0호

헌정회 금배지 전용 연금제 논란 일파만파

4년 임기 국회의원 한번만 해도 매년 월 130만원?
노후보장엔 여야 할 것 없이 환영의 박수 ‘짝짝짝’



금배지들의 ‘노후 연금’이 거센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 유지 등을 이유로 국가가 매달 130만원씩 지급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부터다. 한 번이라도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았던 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을 받게 되는 만큼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여당 의원들은 물론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표했던 진보정당 마저 찬성표를 던진 것이 알려지면서 국회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년 동안만 일해도 평생 월 13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 있다? 없다?’

‘있다’. 지난 2월25일 국회 본회의에서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 유지 등을 이유로 국가가 매달 130만원씩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국회의원이 그 ‘꿈의 직업’이 됐다.

헌정회는 지난 1968년 국회의원 동우회로 창립됐으며 1979년 사단법인 등록을 거쳐 1989년 사단법인 대한민국헌정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1991년에 제정 공포된 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에 따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받고 있으며 매년 100억원대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이러한 예산의 상당수는 연로회원 지원에 쓰이고 있다. 이는 연로회원에 대한 생계보호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는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한달에 100여 만원 가량 지원해왔으며,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의 통과로 수당 형태로 지원금을 지급하던 관행이 법제화됐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원성이 자자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가의 보조를 받아 연금성격으로 회원들에게 지급돼왔던 지원금에 법적 근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달 130만원이라는 액수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헌정회에서는 65세 이상 750명의 전직 의원들이 월 120만원을 수령해가고 있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원금 내역이 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관으로 정해진 월 130만원의 지원금은 현재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자들의 수급액이 월 평균 약 77만원인데 비하면 월등히 많은 액수다. 국회의원 4년 동안 일했다는 것으로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후 22년간 빠짐없이 최고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해 온 것 만한 금액을 받는다는 것이다.

수당을 수령할 회원들의 자격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품위 유지’지만 정작 전직 의원들의 재산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무조건적인 퍼주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또 다른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헌정회) 내부 규정에는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이었던 사람, 혹은 금고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 또 징계위에서 제명 받은 사람, 이런 이들에게도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지원금을 줄 수가 있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전직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공감할 만큼 국가에 공헌도 크고 연세가 있는데 하루 세끼 밥을 걱정할 만큼 어렵게 살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분들이 생기지 않게 제도를 만들어야 되겠지만, 좀 더 합리적으로 이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반연금처럼 국회의원들이 매월 일부를 납부하는 기여금을 통해서 재원을 마련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연금식으로 지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 법안이 여야의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시 표결에 참석한 191명 의원 가운데 187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2명이 기권하고 2명만이 반대표를 던졌던 것.

특히 17대 국회에서 헌정회 지원금 폐지를 제안했던 민주노동당이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가중되자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8월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민노당 의원들이 찬성표결한 직접적 동기는 내가 이 법안통과에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개정안을 미리 검토하지 못해 회의장에서 처음 봤다. 헌정회의 원로회원 지원금 지급이 이전에 이미 있었던 일인데 이 부분을 법으로 정해도 그 시점을 기준으로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해 법안 통과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원로원인가 사랑방인가

헌정회 측도 “전직 의원들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최소한의 품위유지를 위해 교부금을 받아온 것인데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다보니 비판도 많은 것 같다”면서 재산 정도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헌정회의 다른 문제점들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헌정회가 ‘국가헌정 발전에 헌신·기여한 회원을 위해 축하·위로함으로써 국가 원로단체 회원으로서의 자긍심 고취와 회원의 친목을 도모하고 활성화하여 헌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회원들의 복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연로회원에 대한 지원금만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헌정회는 이 외에도 회원들의 자긍심 고취와 친목 도모를 위해 생신축하, 팔순 축수행사비, 회원경조비, 역사탐방, 병문안비, 단체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헌정회를 방문하는 회원들에게 중식 및 다과를 제공하는 데도 상당액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 2008년 일평균 헌정회 방문회원은 46명으로 한 해 동안 8400만원의 예산이 쓰였으며 2009년 예산집행 세부내역에도 회원접대 비용이 9412만원을 차지했다.

반면 ▲헌정발전을 위한 정책의 연구와 건의 ▲헌정기념에 관한 사업 ▲사회발전정책과 사회복지문제의 연구와 건의 ▲본회 기관지나 이에 준한 간행물 발간 ▲국제협력증진을 위한 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정치 원로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면서도 “헌정회의 목적이 회원간 친목도모나 노후 대책이 아니라 ‘민주헌정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대의제도연구와 정책개발 및 사회복지향상에 공헌’하는 것인 만큼 국가원로단체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한 후 ‘지원금’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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