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향해 겨눈 칼끝, 살펴보니 ‘차기 대권’?

2010.08.31 09:25:00 호수 0호

김문수 경기도지사 ‘독설’ 정치셈법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 후 사사건건 MB와 각 세우기
“국가 위해 충심으로 하는 직언” “차기 대권 행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입에 칼을 물었다. 입 밖으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현 정권의 아픈 곳을 깊게 찌르고 있다.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음에도 그의 입담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할 말은 하겠다”는 반응이다. 김 지사의 ‘독설’이 계속될수록 정치권의 의혹의 눈초리도 깊어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 날을 세우는 행보 자체가 차기 대권을 의식, 고도로 계산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지사의 행보를 추적했다.

현 정권을 때리고, 어르며 균형을 맞춰오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당근을 집어던졌다. 오직 채찍만을 높이 치켜들고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가차없이 휘두르고 있다.

김 지사의 ‘독설’은 현 정권의 국정운영 곳곳을 향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18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포럼’에 참석, 현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칼날 같은 ‘말말말’

김 지사는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소규모 난개발”이라고 평가 절하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도시를 만들 때 대학, 일자리, 잠자리 등을 포함한 도시계획을 했는데, (현 정부의 정책은) 단세포적 도시계획”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이 컸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100만평 이내의 작은 도시로 하자고 한다”는 말로 이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지난 8월20일에는 이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이 담긴 8·15 경축사 내용을 문제 삼았다. 그는 “광화문 복원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냐”며 “광복절에 조선왕조를 생각하는가. 어떻게 해방이 됐는지를 생각해야지, 온통 광화문에만 신경쓴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정치권의 논의를 제안한 개헌에 대해서도 “지금 추진하면 국론분열만 있고 절차도 복잡해 현실성이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8월22일 도쿄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이 대통령 임기가 중반을 넘어섰는데 4대강 사업 말고는 뚜렷한 업적이 없어 걱정”이라거나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교류가 사실상 끊어진 상태”라며 쓴소리를 토해냈다.

정치권은 김 지사의 이 같은 행보에 이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녹아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박근혜 대항마’로 떠올랐으나 이 대통령의 ‘세대교체론’으로 여권 내 수많은 차기 대선주자들이 부상하고 무한경쟁체제가 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또한 ‘친이계 대표주자’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여야 차기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굳어지기 전에 친이계의 대표 대선주자 자리를 꿰차 ‘박근혜 대항마’ 자리를 굳히겠다는 의도라는 것.

이 대통령의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 소식이 전해진 후 김 지사의 ‘날 세우기’가 시작됐다는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지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민생 챙기기에만 주력했다. 취임식도 전철역에서 간소하게 갖고 무료급식 자원봉사 활동으로 현장중심의 도정을 펼쳐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소식을 듣고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 우리는 예측이 전혀 안 된 채 (지도자를) 뽑아놓고 취임하자마자 기회만 있으면 물러나라고 한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 하나하나에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김 지사의 비판이 계속되자 급기야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난 8월24일 “김 지사는 자신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며 “중앙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중하면서 경기도 살림살이를 착실히 챙기는 본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8월25일 ‘한나라포럼’ 특강 중 “요즘 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하는가. 한나라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는데 이를 두고 언론에선 대권행보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며 자신에 대한 주변의 시선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을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 이런 말을 하는데 저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라도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하고 박수칠 일 있으면 박수쳐 주는 인생을 살아왔다”면서 “국가를 위해 충심으로 해야 할 말이 있다면 언제라도 직언하겠다”는 말로 쓴소리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난 8월27일에도 ‘경기도부터 잘 챙기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일갈에 “주변에서 너무 경기도에만 몰입해서 되겠느냐고 할 정도로 역사상 가장 경기도에 몰두하고 있다”고 되받아친 뒤 “도지사로서도 열심히 하고, 대통령께도 드릴 말씀은 드리는 그런 노력을 하겠다”고 응수했다.

또한 김 전 지사측은 “과거에도 여러 번 했던 말들인데 정치권에서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단숨에 양대산맥 될까

그러나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이와 각을 세우는 것은 차기 대선주자가 주목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라며 “김 지사는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대통령에 대한 김 지사의 비판이 시작된 후 조사된 차기 여야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김 지사는 10.1%의 지지를 받아 박근혜·유시민·한명숙에 이어 4위를 차지, 오세훈 서울시장을 제치고 한단계 올라섰다.
보수계 유력주자군 선호도에서도 11%의 지지를 얻어 박 전 대표(30.0%)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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