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권력으로 되살아난 과거권력…‘박근혜-동교동 동맹설’까지 솔솔

2010.08.24 09:28:33 호수 0호

서거1주기 DJ 후예들의 권력암투 내막



차기 당권·대권 두고 민주당 3인방 ‘DJ 적자’ 공들이기
박근혜 측근, 동교동계 ‘큰형님’과 미래권력 밑그림 작업?

‘죽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이 ‘살아있는’ 권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거 1주기를 맞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 여야를 막론하고 ‘화해와 통합’이라는 그의 유지를 계승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은 10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DJ 유지 계승의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것이 필수코스가 됐다. 한나라당도 지방선거 이후 인적쇄신과 함께 강조해온 ‘친서민·소통·화합’에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계승 움직임은 ‘미래권력’을 노리는 이들 사이에서 더욱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여야 모두 ‘김대중 정신’ 계승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살뜰하게 챙겼다. 안상수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인 지난 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갈등과 반목으로 점철돼 온 우리 정치권이 다시 한 번 고인이 남긴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J 정신’ 이구동성
머릿속엔 ‘정치 유산’

안 대표는 또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하루가 될 것”이라며 의원들의 김 전 대통령의 추도식 참석을 독려했다.

당파를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DJ 정신 계승 움직임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DJ의 정치적 유산을 챙기겠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호남이라는 지역적 지지기반은 물론 남북관계, 서민 정책 등에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업적과 정신이 현 정치상황과 맞물려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DJ 정신을 ‘민주세력 대연합’에 대한 공들이기에 활용하고 있다. ‘민주세력 대연합’은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강조했던 것이자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본 대여 필승전략이다. 지난 대선에서 김 전 대통령이 진보개혁진영의 대연합의 산파 역할을 했던 것처럼 민주세력 대연합을 통해 가깝게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고 멀게는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단일화후보를 탄생시킬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친서민’과 ‘화합’의 코드에 DJ 정신을 접목시키고 있다. 안형환 대변인이 김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관련한 논평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모습을 국민 모두 잊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도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해와 통합의 큰 뜻을 마음 깊이 새기며 친서민 소통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경색된 남북관계, 사회 각계각층의 분열 등과 관련해서도 ‘용서와 화해’를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재조명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의지를 계승하려는 움직임은 ‘미래권력’을 노리는 이들 사이에서 더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차기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DJ 가치 계승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차기 당권은 물론 이를 계기로 차기 대선주자 경쟁까지 점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DJ의 적통’임을 소리 높이게 된 것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지난 10일 열린 <김대중 자서전> 출판기념회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두드러졌다.

제2의 호남 맹주
당권 잡고 대권까지?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정세균·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박주선·천정배·김효석 의원 등 당권주자들이 총출동했다. 기념회에 가장 먼저 도착한 손 전 대표는 “민주주의 위기와 한반도 평화의 위기 상황을 볼 때 김 전 대통령이 보여준 비전과 리더십이 아쉽게 생각되는 때”라고 말했다.

정 의원도 “김 전 대통령이 하늘에서 지금의 한반도 위기를 보고 계신다면 얼마나 통탄하겠느냐”며 “DJ 정신인 6·15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정 전 대표도 ‘DJ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그는 “서거 1주기가 됐는데도 민주주의 위기·남북관계 위기·서민경제 위기 등 3대 위기는 여전하다. 그 분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며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른 당권주자들의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박주선 의원은 DJ 정신 계승을 강조하면서 “혁신 중도를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삼고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김효석 의원은 “당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잘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뜻을 차기 당권 혹은 대권을 염두에 둔 구상에 연결시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 의원은 김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아 발표한 글에서 “김 전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시던 민주연합을 더 큰 통합의 민주진보연합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민주진보정부 수립을 위한 연합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손 전 대표도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발표한 글에서 “민주당이 민주진보세력의 대통합의 선두에 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민주진보세력의 넓은 고민과 실천을 담아낼 수 있는 큰 솥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은 이 땅의 민주세력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보개혁세력 전체를 아우르는 진보개혁 통합신당을 제안했던 천정배 의원은 지난 18일 김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도식에 참배한 뒤 “대연합의 길, 승리의 길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야권 인사들의 행보는 10월에 있을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제2의 호남 맹주’가 되는 것은 차기 대권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 전 대통령 이후 호남에 지대한 영향력을 주는 정치인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선거 등에서 여권 인사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점차 지역의 정치색이 흐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는 있지만 명색이 당의 지지기반, 텃밭으로 불리는 만큼 대선과 가까워질수록 세규합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호남을 눈여겨보는 이도 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표와 동교동계 ‘큰형님’인 권노갑 고문의 측근이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정가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으로 꼽히는 이정현 의원과 권 고문의 측근 인사가 물밑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친박계 한 의원은 “들은 바 없다”며 “이 의원의 위치와 역할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자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호남 공들이기’는 이미 여러 차례 모습을 내비친바 있어 박 전 대표와 동교동계의 관계가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서전을 통해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가 자신을 찾아와 “아버지를 대신해 딸로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말한 일을 소개했으며 지난 대선 이후 호남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에서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손학규·정세균·정동영 등 민주당 3인방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동교동계 동맹설
동서화합 큰 그림 그릴까


특히 지난 1월 세종시 수정을 두고 여야간 갈등이 심화됐을 때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호남 지역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표가 호남권에 시선을 두는 것을 한나라당 내 정치상황과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인사개편, 개각 등을 통해 TK 인사들을 적극 기용하며 영남권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한데다 이재오 의원의 여의도 입성으로 친박계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는 것.

정치권 한 인사는 “이 같은 당내 권력구도는 이 대통령의 집권이 결정되면서부터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며 “당내 비주류인 친박계가 당내 경선과 대선을 치러내기 위해서는 한나라당 내 세력 외에 대안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세가 약한 충청권과 호남권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그 대안이 됐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행보는 지지기반의 확대 뿐 아니라 중요한 ‘명분’을 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동서화합’이다. 이미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를 ‘동서화합의 적임자’로 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이 같은 ‘박근혜-동교동계 동맹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이정현 의원은 “전혀 있지도 않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나는 한번도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동교동계 인사들과 별도로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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