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투’ 이재오 컨트롤타워의 ‘신구룡 전략’ 시작됐다

2010.08.17 09:20:00 호수 0호

정치전문가들이 꼼꼼히 짚어본 ‘8·8개각 이야기’



‘정치인·측근·젊은 피’로 새 단장한 신 MB사단
차기 대선구도까지 주요 정책 강력 드라이브 시동

이명박 정부의 3기 개각이 이뤄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8·8 개각을 통해 국무총리 등 7개 부처 장관과 장관급 내정자 2명, 차관급 내정자 2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이 대통령에게는 개각이었다. 좀체 사람을 바꾸지 않는 그의 인사스타일상 큰 이변이 없는 한 8·8 개각 인사들이 국정 후반기까지 손발을 맞춰 주요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이 둔 ‘큰 바둑’의 숨은 수는 무엇일까. 정치전문가들과 함께 8·8 개각의 특징과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이명박 정부의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신 MB사단이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에서 쓴잔을 들이키고 40여일 동안 고르고 고른 인재들이 베일을 벗었다. 세종시 수정을 앞두고 깜짝 발탁됐던 ‘정운찬 카드’ 만큼이나 국정 전반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또한 이번 개각은 쇄신을 바라는 각계의 목소리와 집권 3년차 국정운영 등을 두루 고려한 만큼 살펴야 하는 게 적지 않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정치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번 개각의 특징은 친정체제 강화다. 이번 개각을 통해 새로 입각한 이들 중 5명이 친이계 정치인이거나 대선캠프 출신의 측근들로 채워진 것.

친정체제 강화하고
여의도와 거리감 좁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는 이 대통령의 당선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정권교체의 주역이자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다.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는 이 내정자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대선캠프 시절부터 이 대통령을 보좌해온 신재민 문화체육관광장관 내정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장관 내정자는 ‘실세차관’으로 불렸던 이들이며,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은 지난달 청와대를 떠났다 고용노동부장관 내정자로 돌아왔다.


또한 정치인들을 대폭 기용, 여의도와의 거리를 좁혔다. 친이계의 핵심 축인 이재오 내정자를 비롯해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와 진수희·이주호·유정복·박재완 장관 내정자가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이재훈 내정자도 지난해부터 한나라당 인천부평을 당협협의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다 같은 해 4월 인천지역 국회의원 재보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어 엄밀히 따지면 정치인에 속한다.

여기에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더해지면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17명 중 절반 이상이 정치인 출신으로 채워진 셈이다.

‘정치인’ ‘측근’의 기용을 통해 이 대통령의 하반기 국정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이번 개각을 통해 이 대통령은 다양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당·정·청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부분을 뚫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본다. 이재오 내정자는 당·정·청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가교 역할로 뽑혔으며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격인 유정복 의원을 입각시키는 것으로 친이·친박계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을 했다”고 분석했다.

황 대표는 특히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이 8·8 개각에 포함된 것에 대해 “정치적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계파경쟁을 지양하려는 의지가 보인다”면서 “정권후반기에 계파갈등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집권후반기 구상을 명확하게 세우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황 대표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며 “강한 추진력으로 정권후반기에 집중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사업을 예로 들었다. 경남도지사 시절 4대강 사업에 적극적이었던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 ‘4대강 전도사’인 이재오 내정자로 4대강 사업의 쌍두마차를 세우는 한편,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부처 수장들을 유임시키는 것으로 강력한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도 “이리저리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자기 의지대로, 눈치보지 않고 ‘MB식 진두지휘형 리더십’을 적나라하게, 적극적으로 내보이면서 고지를 향해 맹렬히 달려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이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내년 하반기면 총선과 차기 대선구도로 넘어간다”면서 “벌려놨던 사안들을 임기 내 마무리하기 위해 측근들을 중점적으로 기용해 속도전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집권하반기 ‘정치’ 구상
일 마무리하고 후계 세우고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오히려 ‘김태호 총리카드’에 주목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정권전반기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반기에는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상의 결정판이 ‘김태호 총리카드’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전 장관의 경남도지사 당선으로 한나라당 내 불안감이 커졌다. 금배지 한두석을 내주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지역에 영향이 큰 자치단체장을 야권에 내주고 나니 당장 2년여밖에 남지 않은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다음 총선에서 자칫 분위기가 잘못되면 영남의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게 되는 만큼 ‘지금은 살 베이고 총선서 뼈가 부러질 수 있다’는 인식이 영남 정치권에 뿌리를 둔 정치인 총리를 기용케 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또 “‘상황이 상황을 만든다’고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두관 지사를 이겼거나 지난 총선에서 이재오 내정자가 살아남아 이 대통령의 ‘정치 가정교사’ 역할을 충실히 해 이 대통령이 ‘정치’를 두고 상당히 헤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김태호 카드’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러 가지 사안이 더해지면서 다음 총선과 차기 대선을 모두 염두에 둔 ‘김태호 카드’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집권 전반기에 이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와 미디어법 개정, 세종시 수정안 등 정책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후반기에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는 ‘후계구도’도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같은 견해는 다른 정치전문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인상 대표는 “정권 후반기의 목적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노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이를 위한 2가지 전제조건을 들었다. 하나는 정권의 성공적인 결과물을 가시화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차기 경쟁구도를 세우는 것이라는 것.

황 대표는 “당내에는 다양한 지도력이 있고 이러한 부분들을 리더십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 개각을 통해 차기 경쟁구도가 섰고 이를 통해 당내 새로운 리더십이 부각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차기 대선주자와 관련해서는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번에는 외부의 수혈보다 내부의 요구가 컸다. 다양한 후보군을 통해 국정관리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고 박 전 대표를 견제할 수도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일찌감치 차기 대선주자들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이 정권 말까지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최진 소장은 “이 대통령은 차기 대권을 강하게 염두에 두고 있을 수밖에 없다. 차기 정권의 향방에 따라 재임 중 업적이 평가되고 퇴임 후 그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각으로 인해 여권의 잠룡군이 박근혜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에서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이재오 내정자, 임태희 대통령실장, 홍준표·나경원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이완구 전 충남지사, 정우택 전 충북지사로 확대된 데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녹아들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이 대통령은 잠룡군의 부각도 철저하게 염두에 뒀을 것”이라면서 “앞으로의 정치행보나 국정운영도 차기 대선구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일각에서 김태호 내정자가 ‘박근혜 대항마’로 발탁됐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단정적인 해석이다. 그보다는 박 전 대표를 수많은 차기 대선주자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으로 봐야 한다”며 “확정적인 대선주자가 나타나면 힘이 한쪽으로 쏠리는 한편 다른 이들로부터 포화가 집중될 수 있다. 때문에 특정인사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서 박 전 대표를 견제할 진짜 ‘승부수’를 알 수 없게 하는 ‘안개전략’을 위해 다양한 차기 대선주자들을 띄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또 “대선구도의 다각화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차기 대선주자가 정치 전면에 나타나면 박 전 대표와 같이 독주체제를 보이고 있는 ‘차기 권력자’를 견제해 임기 말까지 이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소장은 이를 ‘신구룡전략’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구룡전략을 이 대통령이 답습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 전략은 컨트롤타워가 확고할 때 가능하다”며 김 전 대통령 시절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현철씨의 몰락으로 차기구도도 ‘와르르’ 무너졌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이번에 이 대통령의 신구룡전략은 이재오 내정자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이 내정자가 대통령의 방어막에서 대선주자로 변신했던 최현우 전 장관과 같은 길을 걸을 지 여부를 주목했다.

이번 개각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얼마만큼의 점수를 줄까. 정치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평가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이 보여도 결국 일을 잘할지 못할지는 해봐야 안다”면서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놨다.

개각 평가에는 신중
“나쁘지는 않지만…”

이재관 정치컨설턴트는 “강부자, 고소영 내각 등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문제가 됐던 것들이 이번 개각에서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크게 잘못되지 않은 인사”라고 평했다.

그는 특히 “야당은 날선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론은 잠잠한 편”이라며 “이 정도면 나쁜 인사는 아니었다는 소리 아니겠냐”고 했다.

최진 소장의 생각은 달랐다. 최 소장은 “평소 점수를 짜게 주는 편은 아니다”면서도 이번 개각에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가 이번 개각의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친정체제의 구축이다. 최 소장은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너무 친정체제를 강조한 데다 세대교체를 염두에 두다보니 40대 총리를 뒀다. 후계구도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여부는 걱정이 된다. 국무총리는 행정부의 실무총책을 맡고 있는데 40대 총리가 국가경영을 안정적으로 해 나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황인상 대표는 “평균연령이 어려지는 등 세대교체형 개각으로 이뤄지면서 상당히 젊은 진용을 갖췄다”면서도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자체의 개혁 의지가 흐려졌다. 친이계 내에서 쓸만한 사람을 고루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했다.

황 대표는 “민심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통해 그간 이명박 정부의 정책추진 독주를 혼냈다고 생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현 정권의 새로운 진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다시 문제가 누적되면 또 큰 국민의 질책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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