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 박근혜의 심중 고민

2010.08.17 09:20:11 호수 0호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8·8 개각으로 여권 잠룡군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를 선두로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대표가 삼각축을 이루던 차기 대권구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 지방선거, 전당대회에 이어 이번 개각에서도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됨에 따라 홍준표·나경원·원희룡 의원과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까지 6룡이니 9룡이니 하는 차기 혹은 차차기 주자군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차기 주자들의 등장은 여권의 대권 구도를 뒤흔들며 박 전 대표에게도 그 파급력을 전하고 있다. 

‘MB 후계자’된 김태호, 박근혜 영남 지지기반 분할 
김태호·오세훈·김문수 ‘젊은 피’에 당내 입지 휘청


이명박 대통령의 ‘한수’가 여권 차기 대권구도의 물길을 바꿔놓고 있다. 선두는 변함없이 박근혜 전 대표가 차지하고 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김문수 경기도지사·정몽준 전 대표로 압축됐던 후보군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와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 홍준표·나경원·원희룡 의원, 이완구·정우택·김진선 전 지사로 확대되고 있다.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이 대통령과 함께 국정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는 점에서 총리 내정과 함께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지난 지방선거와 전당대회, 당직인선에서 나타난 차세대 주자들의 약진에 화룡점정을 찍으면서 그동안 차차기 주자정도로만 거론되던 이들이 대거 여권 잠룡군에 이름을 올리는 상승작용을 했다.

여권 잠룡군 우후죽순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와 오 시장, 김 지사, 정 전 대표 등으로 정리됐던 한나라당의 차기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박 전 대표의 차기 대권구상도 복잡해졌다. 아직까지 박 전 대표를 위협할 만한 호적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거 급부상하면서 그의 정치적 위치 선점에 이상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탓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미디어법 개정이나 4대강 수정 논란에서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 대통령과 시시때때로 부딪치는 일은 없었다. 한발 한발 자신만의 대권구상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가는 ‘마이웨이 전략’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재오 내정자, 임태희 실장 등 집권 초부터 이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온 이들은 물론 김태호 내정자도 경남도지사 시절 낙동강 살리기라는 명제 하에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보폭을 맞추고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원칙하에 ‘공무원 1일 1사 방문 원칙’을 도입하는 등 이 대통령의 행보와 겹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정치권 관계자들은 차기 대선이 본격화될 때까지 박 전 대표보다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이들에게로 힘이 모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난립으로 박 전 대표의 지지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당내 지지기반이 흩어질 수 있는데다 대중성, 수도권 혹은 영남의 지역적 지지기반 등 박 전 대표와 지지기반이 겹치는 이들이 후보단일화 등으로 힘을 모을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김태호 내정자의 등장에 친박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반박근혜 진영에서는 끊임없이 박 전 대표에 대한 대항마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이는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김 내정자가 ‘박근혜 대항마’로 발탁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친박계 한 의원도 “박 전 대표에게 순탄하게 대권 후보 자리를 넘겨주지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정작 박 전 대표 본인은 김 내정자가 ‘박근혜 대항마’로 발탁됐다는 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내에서도 “총리로 내정된 이에 대해서 자꾸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해서) 대항마니 견제용이니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거나 “(김 내정자가) 총리역할을 잘 수행해 1~2년 뒤에 더 큰 인물이 돼서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대권 주자가 된다면 박 전 대표의 독주보다 훨씬 좋은 레이스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박 전 대표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페이스를 지켜나갈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여권 주류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이 대거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박근혜 포위 전략’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박 전 대표는 외부상황 변화에 따라 유·불리를 판단해 움직이지 않는다”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빨라질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다”는 친박계 인사들의 전언에도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재촉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가 다음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보장이 돼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며 “경쟁력 있는 사람이 많이 등장, 흥행을 높이는 게 차기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반드시 만나 과거의 앙금을 풀어야 한다”면서 “회동 이후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들과 자유롭게 경쟁하는 구도로 가면 친이계는 없어지고 친이재오계, 친정몽준계, 친김문수계 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박계 한선교 의원은 “김 내정자 부상, 잠룡들의 꿈틀거림으로 인해 이미 한나라당은 대선가도에 들어선 느낌”이라며 솔직히 이젠 좀 움직일 때가 됐는데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박근혜스러운’ 행보?

그러면서도 그는 “(박 전 대표에게 향후 행보를) 물어본 적이 없으니 정확한 워딩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지극히 박근혜스러운 답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육영수 여사의 36주기 추도식을 계기로 슬슬 정치적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친박 의원들 대부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추도식이 끝나고 박 전 대표와 참석 의원들의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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