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일본 개념미술 대표주자 케이지 우에마츠

2015.11.09 11:09:31 호수 0호

보는 것과 움직이는 것 사이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일본 개념미술 대표주자인 케이지 우에마츠가 서울을 찾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케이지 우에마츠의 개인전 'Invisible Force'(인비저블 포스)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설치, 조각, 사진 등 17여점의 수준 높은 작품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케이지 우에마츠의 첫 서울 개인전 '인비저블 포스'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일본 개념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는 1969년 고베 대학교를 졸업(순수미술 전공)한 뒤 45년 동안 신체와 오브제, 오브제와 환경, 혹은 그 모든 것 사이의 관계와 역할에 대한 집착적이고 철학적인 탐구를 보여줬다.

첫 서울 개인전

1970년 무렵 시작한 사진 미술부터 최근의 설치 미술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은 공간 속에 놓인 사물과 주변의 관계를 드러냈다. 유리, 나무, 돌, 섬유, 금속 등의 소재를 사용해 우리가 느끼지 못한 중력, 장력을 시각화하는가 하면 물질과 압력 또는 물질과 물질 사이에 생긴 '긴장감'을 입체적이면서도 명료한 '예술언어'로 구현했다.

우에마츠의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실체를 통한 지각과 존재하는 것들의 관계를 고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리학 또는 역학의 관점에서 얻어진 미학의 울림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1976), 뉴욕 P.S.1(1980), 베니스 비엔날레(1988) 등에 소개됐다.

우에마츠의 예술은 '보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본다는 것'은 '보이는 것'과 달리 수동적이지 않으며, 창의적인 행위로 인식된다. 1972~1979년까지 우에마츠가 찍은 사진은 그의 작품세계를 완성시킨 중요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작가는 보는 것(Seeing)과 행동하는 것(Acting)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고, 신체적 행위를 통해 몸이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 뒤 이것을 다시 시각매체에 기록해 형상화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수평자세(Horizontal Position)'는 y축의 중력을 인간이 x축 형태로 몸을 뻗쳐 받아내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좌우 기둥에 의지해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관객은 '보는 행위'로 촉발된 유머와 '보이지 않는' 중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또 관객은 일상생활에서 의식하거나 만질 수 없는 중력을 비로소 인지하게 된다.

설치·조각·사진 수준높은 작품들 선보여
스톡홀름 미술관·베니스 비엔날레 소개

우에마츠의 또 다른 관심은 사물과 인간 사이의 '긴장 관계'다. 런던 테이트모던 컬렉션 소장품인 '돌/밧줄/인체(Stone/Rope/Man)'에서 보듯 그는 관계가 형성되는 원인을 '운동'에서 찾는다. 흥미롭게도 '돌/밧줄/인체(Stone/Rope/Man)'에서 이들 사이의 관계가 무너질 때 작가는 돌의 운동 궤적이 인체를 빗나가도록 설계했다. 변형된 중력 또는 만유인력을 상징한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우에마츠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힘 혹은 변하지 않는 질서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아울러 물리학적 측면에서 이 같은 힘의 작용이 인간과 물질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사색했다. 물질과 자연, 지구, 나아가 우주에 둘러싸인 인간은 우에마츠가 집착해 온 철학의 대상이다. 때문인지 평단은 그를 일컬어 '명상가'라고 정의한다.

우에마츠의 작품들은 다분히 비언어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각인시킨다. 그에게 예술은 보는 것이기 이전에 움직이는 것이다. 우에마츠의 작업 노트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 있다. "현재 지구의 자전축은 23.43도 기울어져있고, 이 축은 2만6000년을 주기로 한 바퀴 회전한다. 그리하여 약 1만년 뒤에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북극성이 다른 별이 될 것이다."

탄탄한 철학

연필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종이에 선을 긋는 행위와 종이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움직여 선을 긋는 행위는 결과적인 측면에서 같다. 반면 행위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 방향은 다르다. 그의 고민은 지금도 우리가 보는 것과 움직이는 것 사이에 있다.

작가는 다소 불안정한 조형물에 대조적인 물질(나무, 옷, 밧줄, 철)을 설치해 힘의 질서를 드러낸다. 질량을 지닌 물질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중력장(Gravitational Field)이란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력장 안에 놓인 각각의 장치는 마리오네트처럼 서로를 조종하거나 간섭한다. 어쩌면 작가는 '우에마츠식 소우주'를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증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angeli@ilyosisa.co.kr>
 


[케이지 우에마츠는?]


주로 신체 퍼포먼스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온 케이지 우에마츠는 194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1969년 순수미술 전공으로 고베 대학교를 졸업했다. 1975년 독일 뒤셀도르프로 이주하여 독일 예술과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현재까지 독일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86년까지 13년여간 독일에서 거주하며 스톡홀름 현대미술관(1976), 뉴욕 P.S.1(198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1988)에 소개되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현재 독일, 미국,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 그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고, 테이트 모던, 뉴욕 현대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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