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박근혜 위에 ‘나는’ 잠룡 나올 듯 말듯

2010.08.10 09:11:36 호수 0호

2012 대권 잠룡 중간성적표 총결산

이명박 정권이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차기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은 6월 지방선거로 예비전을 치른데 이어 속속 대권 레이스의 출발선에 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주가가 상승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친노 진영의 삼각축을 이루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이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 등이 제1야당 대표주자 자리를 두고 차기 당권 경쟁에 돌입, 2012년 대권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박근혜 독주체제에 친노·한나라당 선두 다툼
김문수·오세훈·정몽준 ‘박근혜 대항마’ 되나
유시민·한명숙 야권 대표주자로 자리매김 중

‘살아있는 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 권력의 무게추가 쏠리고 있다. 오는 25일로 임기 절반을 지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감이 옮겨가고 있는 것.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전당대회 등의 예비전을 치르면서 대선주자들도 속속 출발선에 서고 있다. 각각 출발선으로 정한 곳은 다르지만 2012년 대권 레이스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차기 대권 경쟁의 선두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서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잠룡군이 요동쳤음에도 불구, 꾸준히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각종 선거에서 당 안팎의 러브콜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1년여를 온 세종시 수정 논란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출발선에 선 잠룡
2012 대권 향해 ‘뛰어라’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 사안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였던 만큼 지지율에는 큰 변화는 없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 공동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25일 25.2%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7월24일에는 24.5%의 지지를 받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는 26.8%의 지지를 받아 차기 대권 후보들 중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 박 전 대표의 정중동 행보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각종 선거에서 “선거는 당 지도부의 책임 하에 치러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재보선에서 여권의 패색이 짙게 드리워지면서 책임론에 시달렸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 후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승기를 잡은 지난 7월 재보선은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 선거를 치러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박 전 대표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명성이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원칙’을 세우는 모습이 강조됐다면 차기 대권과 관련, 검증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를 향해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이라고 지적했다.

곧장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이 “민주주의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소중한 철학과 가치를 폄훼하는 유감스런 발언”이라고 반격을 가했고, 친박계 김재원 전 의원도 “결정된 과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신의를 가지고 소신을 지키는 원칙주의자를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조금 다른 평가가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선 1년여 전부터 다른 대선주자들의 공세가 ‘대세론’을 형성할 박 전 대표에게 집중될 것 이라는 점에서 ‘이대로 가면 박 전 대표 표는 2등을 하는 표’라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또한 현 정권 핵심 인사인 이재오 의원이 7월 재보선을 통해 여의도에 복귀한 것도 박 전 대표에게 썩 좋은 소식이 아니다. 친이계가 이 의원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할 경우 이제까지 한나라당 내 권력구도를 형성했던 친이·친박계의 균형추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 박 전 대표 외에 ‘차기 대권주자’로 생각할 수 있는 잠룡군이 적지 않다는 것도 박 전 대표의 자리를 위협한다. 대표적인 예가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이들의 행보는 지방선거 이후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 전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차기 대권과도 거리를 벌렸다. 반면 지방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한 오 시장과 김 지사는 한나라당의 히든카드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리얼미터의 7월 마지막주 정례 여론조사서 오 시장은 10.2%, 김 지사는 8.7%. 정 전 대표는 6.8%의 지지를 얻어 차기 대권주자군에 포함됐다. 이들이 남은 2년간 박차를 가할 경우 ‘박근혜 대항마’로 성장, 박 전 대표의 위치를 위협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에 대한 다른 대선주자들의 공세가 시작되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는 이가 한둘쯤 있어야 한다”며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 오 시장과 김 지사는 벌써부터 당안팎의 시선을 받고 있는 ‘차기’”라고 말하고 있다.

지방선거로 높이 뜬 별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까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의 7월24일 조사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 조사에서 오 시장은 5%에서 10%가량으로 지지율이 상승, 2위로 뛰어올랐으며 김 지사는 2%에 불과하던 지지율이 5~7%로 올라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들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집중적으로 상승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오 시장의 지지율(18.4%)과 김 지사의 지지율(10.3%)을 합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32.3%)마저 위협할 정도다.

이에 대해 동아시아연구원 관계자는 “오 시장과 김 지사는 수도권이라는 상징적인 지역에서 야권 후보들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지켰다는 점이 지지율 상승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여론 전문가도 “수도권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각종 선거에서 의미하는 바는 상당하다”며 “수도권을 양분삼아 성장할 정치인이 무서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잠시 여의도 정치와 멀어진 정 전 대표도 차기 대권에 대한 도전 의지는 충분하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에서 정치 영역을 넓혀왔던 만큼 ‘계파갈등’으로 친이·친박계가 모두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경우 새롭게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소위 줄서기나 줄세우기를 해서는 건강한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계파간 갈등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그는 이어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가 잘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고 그 안에 건전한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라며 “잘하던 사람도 계속 잘해야겠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건강한 경쟁을 만들어줘야 한다. 4년 전 대표선수 그대로 갔다면 이번과 같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로 한나라당 내 ‘새로운 선수’의 등장을 강조했다.

정 전 대표에게는 ‘반전의 기회’도 존재한다. 그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 FIFA 부회장 자격으로 2022년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열기를 고려할 경우, 정 전 대표의 월드컵 유치 성공은 막대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친노 인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친노 3인방 중 유시민 전 장관과 한명숙 전 총리가 각각 12.7%, 11.9%의 지지율을 얻어 야권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앞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무현의 후계자’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 한나라당 후보들을 바짝 추격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불법정치자금 관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유 전 장관은 7월 재보선에서 선대위원장으로 뛰며 지원했던 천호선 후보의 패배 이후 휴식기를 갖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이들 중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유일하게 6.0%의 지지로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포함됐다.

하지만 야권에는 민주당 전당대회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 등 당지도부가 꾸려지면서 야권의 대선후보군도 큰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손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대결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EAI·한국리서치 7월 조사에서 유 전 장관(10.2%)과 한 전 총리(9.1%)에 이어 각각 3.7%, 3.4%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손 전 대표와 정 의원이 지난 대선 이후 칩거하거나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는 등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펼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당대회에서 제1야당의 수장으로 선출되거나 당 지도부에 합류할 경우 지지율의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제1야당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현 정부의 집권 하반기 견제 역할 뿐 아니라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민주당을 이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대권구도가 형성될 대선 1년 전까지 여야 잠룡들의 행보는 하나로 모아져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까지가 대선 레이스의 출발선에 서는 것이었다면 이후로는 중도·실용에 대한 선점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것.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중 자신의 이념성향을 스스로 중도라고 밝힌 이가 30.0%로 가장 많았고 진보가 26.5%, 보수가 23.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친노 인사가 대세?
전당대회가 대선 복병

박 전 대표가 지난 2년 간 공들여온 것도 ‘중도’의 표심을 잡는 것이었다. 친박계 한 인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박 전 대표가 손 전 대표, 정 의원의 지지율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전 대표는 요즘에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호남지역에서도 한나라당 지도자 중에서는 거의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지지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 차기 대권주자들의 경쟁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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