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비었는데…“새 주인 누구 없소?”

2010.08.03 11:06:13 호수 0호



차기 총리 꼽아보던 여권 정운찬 유임 무위로
새 사람 잘못 들여 레임덕 빨라질라 신중모드  

개각의 ‘화룡점정’이 될 차기 총리를 두고 여권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청와대의 인적·조직 쇄신책은 가까스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의 동반자’가 될 차기 국무총리감은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분위기를 띄워보는 하마평도 그럴싸한 청사진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근슬쩍 여권 내에서조차 ‘절대 안된다’고 했던 정운찬 총리의 유임설이 흘러나왔을 정도다. 난기류를 만난 차기 총리 인선 문제를 짚어봤다.



‘포스트 정운찬’ 찾기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6월 지방선거 후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정쇄신을 언급한 이래 청와대의 인적·조직쇄신은 단계별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빠르면 7월 재보선 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던 개각은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6월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당·정·청의 쇄신안이 8월이 다돼서야 밑그림을 내보이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각의 중심축이 될 차기 국무총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개각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머리카락도 못 찾아

이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과감한 변화’와 ‘시대를 주도하는 젊고 활력있는 정당’을 강조한 후 차기 총리에는 수많은 이들이 거론됐다.

세종시 수정 논란과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나뉜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화합 인사’, 정운찬 총리가 교체될 경우 지역적 안배를 고려한 ‘비충청권·TK 인사’, 4대강 사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의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들이 골고루 하마평에 올랐다.

호남 출신의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이석연 법제처장,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화합형 총리’로 거론됐으며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이석채 KT회장은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정책형 총리’로 꼽혔다.


충청권 인사인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정우택 전 충북지사, 국민중심연합 대표도 물망에 올랐다. 

이 대통령이 지인들과 지방선거 후 여권 인적개편 방안을 상의하던 중 “젊은 총리를 기용하면 어떻겠느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안철수 KAIST 교수 등 40대 총리 기용설이 힘을 받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새 선장이 된 안상수 대표의 ‘정치인 총리’ 제안으로 박근혜 전 대표의 총리설도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포스트 정운찬’은 연륜있는 ‘화합형 인사’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이 대통령의 곁에 50대 중반의 ‘젊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자리를 잡으면서 임 실장을 보완할 만한 국정경험과 경륜을 갖춘 인사가 차기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때 정 총리의 유임설이 힘을 받기도 했다. 정 총리는 지난 6월29일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부결 직후 “책임지겠다”는 말로 사퇴를 시사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 정 총리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정 총리가 활발한 현장 행정과 주요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그 배경이 주의를 모은 것.

지난달 16일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한 만찬에서 정 총리가 “6·2 지방선거 후 대통령께 3번 사의를 표명했는데 대통령께서 계속 함께 일해 달라고 말씀하셨다”는 말로 이 대통령의 변하지 않는 ‘신뢰’를 짐작케 해 유임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총리 임기 1기는 ‘세종시’였으니, 임기 2기는 ‘건강한 자본주의’를 해보라”는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정 총리는 결국 지난달 29일 국무총리직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여러 번의 사의표명 이후에도 총리직을 지킨 이유는 6·2 지방선거부터 7·28 재보선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일정 속에서 정부의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정 총리가 “국정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는 수행하겠다”고 했지만 차기 총리를 선출해야 할 시기가 급박하게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정운찬 유임설’에는 배어있던 여권의 고민이 결코 가볍지 않았던 만큼 차기 총리의 발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적지 않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차기 총리에게 기대하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는 손에 꼽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권이 차기 총리에게 기대하는 바는 상당하다. 국민화합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지역적 배려를 생각해야 하고 국정운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젊게 꾸려진 청와대를 보완할 경륜은 물론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대통령은 한번 곁에 둔 이를 쉽사리 바꾸지 않으므로 집권 후반기를 같이 할 만한 인물을 신중히 선택할 필요성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6월 지방선거 등에서 나타난 대로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사청문회를 무리없이 넘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발목을 잡혔다가는 ‘위기 속 기회’가 ‘더한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자칫 이 대통령의 조기레임덕을 가속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러 고민들이 겹치면서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매를 맞은’ 정 총리를 유임시키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 굳어졌던 것이 정 총리의 유임설이었던 것.

결론은 ‘인재 가뭄’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차기 총리 구상은 결국 ‘대체 카드’의 부재가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필승 카드’의 여러 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이가 여권에 그리 많지 않다는 방증이다. 집권 초부터 지적돼온 부족한 인재풀이 이번에도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정치권은 “이전 개각에서도 수많은 이들이 총리감으로 하마평에 올랐으나 정 총리가 ‘깜짝 발탁’ 되는 것 만한 효과를 주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발탁됐던 정 총리도 인사청문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면서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지방선거 이후 정권 후반기 권력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야권의 공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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