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감독했다면 직접 고용”

2010.08.03 10:39:49 호수 0호

대법원, 대기업 사내하청 도급 사용자성 부인 주장 제동



도급노동자 보호장치 없는 현실, 현대자동차가 악용 판결
한국노총, 대규모 정규직화 위한 소송 등 법적 대응 계획

한국노총이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 현재 인원을 조사중이며, 조만간 소송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노총이 힘을 얻은 이유는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은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도급 노동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는 현실을 악용해 법적인 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5년 7월 이전 입사하고 2년 이상 근무한 제조업에서 컨베이어벨트 작업을 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대법원 판결 대상은 현대자동차다. 그동안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도급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사용자성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대법원 3부는 지난 7월22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에 대해 서울고법이 내린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도록 결정했다.

2005년 7월 이전에 입사해 2년 이상 사내하청 소속으로 일을 했다면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야 된다는 것이다.

사내하청노동자 차별 철폐

대법원은 원청기업이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도급 노동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현실을 악용해 ‘사내하청’을 도급이라 주장하며 법적인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생산작업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방식으로 독립된 업무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것 ▲현대자동차가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작업배치권, 작업량과 작업방식·작업순서 등의 변경결정권을 갖는 것 ▲정규직과 사내하청노동자가 혼재되어 배치되고, 원청의 작업지시서에 의한 단순업무가 반복되며, 하청업체의 고유기술이나 자본투자가 없는 것 ▲정규직 결원 시 하청 노동자 대체 투입과 노동 및 휴게시간, 근무교대를 결정한다는 것 ▲현대자동차가 하청노동자의 근태 및 인원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 등의 논거를 제시했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이번 판결은 원청으로부터 직접적인 노무 지휘를 받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제공된 것”이라며 “제조업에서 사실상 관행으로 묵인되어온 불법파견을 금지시키고, 사내하청 노동자의 차별 철폐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반겼다.

또한 “이번 판결로 제조업 현장의 불법파견, 위장도급에 대한 오래된 논쟁거리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따라 2007년 개정 전 파견법(2년 이상 파견근무 시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적용을 받는 ‘2005년 7월 이전 입사하고 2년 이상 근무한 제조업에서 컨베이어벨트 작업을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마련됐다. 한국노총도 현대자동차에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를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개로 이번 판결에 적용받을 수 있는 노동자의 실태를 조사해 소송 제기 등 법률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현대차를 비롯한 제조업 사용자들은 도급계약을 이유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성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대기업의 편법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불법 도급을 개선하기 보다는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주화, 고용주기 2년 이내 단축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위장 도급의 불법 관행을 뿌리뽑고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주목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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