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층에서 안전망 사이로 ‘뚝! 뚝! 뚝!’

2010.08.03 10:38:15 호수 0호

현대산업개발, 안전불감증 논란 재점화

공사장에서 작업발판 무너지면서 인부 3명 추락사
‘2010 최악의 살인기업’ 3위서 2위로 상승 불명예



현대산업개발의 64층 주상복합아파트 공사장에서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층 건축 공사현장은 항상 추락사고에 노출돼 있어 안전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라서 충격이 크다. 이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27일 오전 11시15분쯤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공사장 두번째 건물 62~64층 사이에 설치된 외벽작업발판이 1층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외벽작업발판 위에서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이모(35) 안전과장과 손모(30) 안전대리, 박모(54) 건축반장 등 3명도 1층으로 추락,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날 사고는 건물 외벽에 설치된 가로 3m, 폭 70㎝ 크기의 작업발판이 갑자기 추락하면서 그 위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던 작업자들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상 190m 높이에 설치된 외벽작업발판이 추락하면서 그 충격으로 1층 바닥 겸 지하주차장 천장이 심하게 파손됐다.

부산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추락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28일 현장검증과 함께 관계자들을 불러 사고원인을 조사했다. 경찰은 안전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외벽작업발판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전핀 미설치

경찰은 숨진 세 사람이 현대산업개발의 하청업체인 K건설 관리직 직원이었지만, 직접 현장에 투입돼 일반 작업자처럼 일을 하게 된 경위와 현장소장의 통제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와 함께 목격자들을 상대로 발판과 외부벽을 연결하는 안전핀 6개가 왜 풀려 있었는지 집중 조사했다.


해운대 경찰서 관계자는 “일단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과 작업자들의 부주의, 외부작업발판의 자체적인 결함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K건설 현장소장과 외부작업발판을 움직이도록 조종하는 크레인기사, 목격자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직 사고원인을 규명할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이번 사고는 안전관리 미비에 따른 중대재해 가능성이 높아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04년 4월에 발생한 부천 LG백화점 외벽 보수 공사 중 철제 지지대가 인도 쪽으로 떨어져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가 중대재해로 판결, 서울시가 2004년 6월18일 GS건설에 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적이 있다.

현행법상 건설공사 사망사고 시 해당 건설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제82조1항6호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한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건설업체에 대해 노동부장관으로부터 영업정지 요청이 있는 경우 6월 이내 영업정지 처벌을 받게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중대재해의 경우 2~5명 사망 시 2월 영업정지 또는 6000만원 과징금, 6~9명 사망 시 3월 영업정지 또는 8000만원 과징금, 10명 이상은 5월 영업정지 또는 1억원의 과징금이 부여된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은 서호병원 등 3곳에 분산 안치돼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일부 유가족들은 관리직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투입된 경위 등 사고와 관련된 업체 측의 해명을 거세게 요구하고 나서 당분간 이를 둘러싼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만 8명이 사망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선정한 2010 최악의 살인기업 3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9명이 사망한 대림산업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이 이 같은 불명예를 얻게 된 데는 안전불감증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2008년 1월부터 7월말까지 발생한 산업재해자수 중 사고성 사망자가 825명 발생했고, 그 중에 건설업 종사자가 345명, 약 42%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추락에 의한 사망자는 전체의 33%를 차지했으며 그 중 건설현장에서의 추락사망자가 195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층 아파트나 빌딩 등에서 진행하는 외벽 마감공사는 바람이나 날씨 등의 변수로 추락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어 안전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도 불구, 현대산업개발은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허울뿐인 안전장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낙하물방지망, 추락방지망 등 8대 가시설물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 측 관계자는 “방지망 등 안전장치는 문제없이 설치돼 있었다”면서도 “방지망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허울뿐인 안전장치였다는 얘기다.

제 2·3의 피해자가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현대산업개발은 각종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강화하고 인부들에 대한 철저한 안전교육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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