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만화 캐릭터로 희망 전하는 서양화가 정진

2015.09.18 17:42:24 호수 0호

"불안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오는 8일까지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서양화가 정진의 'RED IN THE CITY'전이 개최된다. 'RED IN THE CITY'전은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의 평화로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찰리브라운'을 등장시켜 작가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그림 안에 배치하고, 서사를 입히는 솜씨가 훌륭하다.



정진 작가가 서울 갤러리도스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2일부터 열린 개인전의 제목은 'RED IN THE CITY'전이다. 정 작가는 그간 익숙한 공간에 상징적인 캐릭터를 배치하고, 배경을 통해 우리 사회의 관계망을 은유적으로 함축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감정을 표현

정 작가의 작업은 주로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우리 내면에 자리한 '불안'을 화두로 삼고 있다. 정 작가는 불안에 의해 생겨난 욕망, 욕망으로부터 생겨난 불안이라는 연쇄관계에 착안했다. 작가 스스로도 자신이 불안한 상태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런데 정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불안은 일상에서 통용되는 불안과는 미묘하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 최근 흥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 '슬픔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작가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일종의 운명처럼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다. 동시에 불안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견인하는 원동력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평소 사람들은 본인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불안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보라고 제안한다. 슬픈 감정이 복받쳐 오를 때 비극적인 영화가 힘이 되는 것처럼 때로는 거친 그림이 마음의 안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RED IN THE CITY'전에서 정 작가는 한강의 다양한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가로운 오후는 구름 가득하고 쓸쓸한 밤으로 바뀌었다. 봄과 가을이란 계절적 요소는 그림의 분위기를 좌우했다. 무엇보다 작가는 각 그림에 만화 <피너츠>의 주인공 '찰리브라운'을 등장시켰다.

찰리브라운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노력과는 반대로 일을 망쳐 주변의 원망을 듣는 인물이다. 그렇지만 찰리브라운은 좌절하지 않고 매사에 오뚝이처럼 다시 도전한다. 천연덕스런 찰리브라운을 통해 작가는 불안과 욕망이란 사슬에서 벗어나려는 도시인의 삶을 유쾌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갤러리도스 'RED IN THE CITY'전
한강 다양한 모습…인간 내면과 대비

앞서 정 작가는 흔히 바닷가를 찾는 사람들이 갈매기를 바라보는 현상에 주목했다. 부유하는 배와 그 주변을 맴도는 갈매기는 이들을 바라보는 개인과 물리적인 연관성이 없다. 때문에 작가는 배를 보는 행위가 "우리 내면의 욕망과 근심을 잊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현대인은 배를 보며 "잠깐의 근심과 피로를 잊어버린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강을 그린 작품 속 유람선은 흥겨움 이면에 감춰진 불안을 은유하고 있다. 가로와 세로로 겹겹이 그어진 선은 작가가 느끼는 불안감에 대한 표현이다. 물감이 비 오듯 쏟아지고, 종이 위를 오가는 붓질이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찰리브라운은 용기를 북돋는다. 어쩌면 작가는 그림을 통해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도심 속 간판을 차용했다. 정 작가에 따르면 간판은 "상업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이미지인 동시에 개인이 미처 알지 못한 무의식의 욕망을 마주하는 통로"다.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간은 필연적으로 욕망으로 둘러싸인 세계를 살아간다. 관객이 보고 있는 그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이며,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우리 자신이다.

유쾌한 방식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 신데렐라, 정글북소년 모글리 등은 모두 원작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물론 해피엔딩이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다. 각각의 주인공은 나름의 시련을 극복하고 행운을 얻었다. 불행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기쁨'만을 강요하지만 가끔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도 있다. 정 작가의 작품은 그런 계기를 선물한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다.

<angeli@ilyosisa.co.kr>

 

[정진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 전공
▲개인전 갤러리차(2011) 표갤러리사우스(2012) 유중갤러리(2014) 한성자동차 오토갤러리(2015) 갤러리도스(2015) 등 5회
▲단체전 옆집갤러리, 영은미술관, 신한갤러리, 갤러리그림손, 유중갤러리 등 다수
▲표갤러리 31주년 기념 신진작가 공모전 우수상
▲2014 유중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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