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권 사조직 잔혹사

2010.07.20 10:13:28 호수 0호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철커덩

정권창출을 도왔던 대선 외곽조직들이 정권을 흔들고 있다.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촉발된 의혹이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 번지며 불길을 키워가고 있는 것. 거센 불길은 여권을 갈가리 찢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정권의 초가삼간까지 모조리 태워버릴 기세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이들이 정권을 뒤흔들 폭풍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역대 정권에서도 수없이 되풀이 돼왔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선진국민연대 파문을 통해 역대 정권의 비선조직 잔혹사를 돌아 봤다.



핵심 측근 중심축으로 한 대선 외곽조직 정권창출 도와
시작은 지지모임, 결말은 낙하산 인사…인사·이권 개입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으로 활동했던 곳들에서 여권을 진동시키고 있는 잡음이 시작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대 외곽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당·정·청 요직에 진출, 비선조직의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의혹은 여권 내 권력투쟁과 맞물려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야권이 ‘권력형 게이트’를 운운하며 공세를 집중시키자 단박에 ‘집권 3년차 증후군’으로 번지고 있다.

어제의 최대 공신들

역대 정권에서도 대선 사조직들이 정권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예가 반복돼왔다. ‘집권 3년차 증후군’으로 불리는 측근·권력형 비리의 대부분이 이러한 조직들에게서 터져 나왔던 것. 노태우 정부의 월계수회, 김영삼 정부의 민주산악회와 나라사랑운동본부, 김대중 정부의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노무현 정부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대표적이다.

월계수회는 ‘노태우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인척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이 1987년 6·29 선언 다음날 대선에서 승리해 월계관을 쓰자는 의미를 담아 창립한 이래 회원이 2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대내외에 세를 과시했다. 월계수회에 60여 명의 국회의원이 속하면서 여당 내 최대 계파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이 ‘6공의 황태자’로 불리는 것과 함께 월계수회는 몰락을 향해 나아갔다. 각종 인사와 이권에 개입한다는 의혹에 직면했던 것. 1992년 박 전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경쟁에서 패하면서 본격적인 쇠락을 맞았다.

또한 박 전 의원은 김영삼 정권 출범 직후인 1993년 5월 슬롯머신 업자에게 수표 5억원이 든 가방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 전 의원과 라이벌 관계에 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민주산악회의 도움을 받았다. 민주산악회는 김 전 대통령이 정치규제를 받았던 시절 정치활동과 등산 등을 위해 만들어졌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 전 의원 등이 주도, 1992년 대선에서는 15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낙하산 인사’로 정부기관 요직을 차지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민주산악회와 김 전 대통령의 비선조직 양대산맥을 형성한 나라사랑운동본부는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가 1992년 대선 직전 조직했다. 대선 외곽조직으로 적잖은 공을 세웠으나 정권 사조직들의 말로를 면치 못했다. 정권 말 현철씨가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되면서 끝이 좋지 않았던 것. 1997년 ‘한보게이트’가 터지면서 현철씨는 뇌물수수 및 권력남용 혐의로 구속 수감됐고 김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의 길목에는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즉 연청이 있었다. 연청은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전 의원이 결성한 이래 평민당과 국민회의 외곽세력으로 활동해왔다. 김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민주당의 공식 조직으로 편입됐지만 정부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비판과 인사청탁 혐의를 비껴가지 못했다.

결국 정권 말 터진 ‘정현준게이트’ ‘진승현게이트’ ‘이용호게이트’ ‘최규선게이트’ 등에 김홍일 전 의원을 비롯한 김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름을 올렸다.

노사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팬클럽으로 이전 정권에서의 대선 외곽조직들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한 데다 정권 창출 후 국정운영 등에서 파워를 발휘했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노사모는 2002년 민주당 경선과 대선에서 회원이 10만명으로 증가하며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 중심축이 돼 구축한 곳은 아니었지만 스스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핵심 측근’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 등에 다수가 연루되면서 정권 사조직 잔혹사에 한 줄을 추가했다.

이처럼 대선 사조직들은 정권을 창출하기까지 누구보다 든든한 ‘지지자’이자 ‘동지’로 활약했지만 정권 창출 후 논공행상에 따른 낙하산 인사와 각종 이권에 개입으로 권력사유화 논란에 시달려왔다.

오늘은 역적으로 돌변


이 때문에 최근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른 비선조직 파문과 관련, 선진국민연대를 주도한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회원 463만명 중 많아야 20명이 공직에 진출했다”며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경우 단체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대선 사조직으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 선진국민연대 등의 해체를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선진국민연대의 후신격인 정책연구원이 이달 내 해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선진국민정책연구원측은 “최근의 의혹과 논란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연구원을 해체키로 했다”며 “회원들의 총의를 모아 이르면 7월 중에라도 사단법인 해산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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