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와 조개 싸움에 어부만 희희낙락

2010.07.20 10:06:24 호수 0호

정계 비화 폭로전 앞뒤

여의도가 폭로전으로 물들고 있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이 여권내 권력다툼으로 번지고 여기에 야권까지 가세하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사건의 당사자가 된 정두언 한나당 의원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은 물론, 그들과 가까운 이들까지 진흙탕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문건’과 ‘배후’를 두고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폭로가 끊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과거부터 계속돼 온 정치권 폭로전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보이고 있다.



여권 내 권력암투 두고 여야 물고 물리는 폭로전 돌입
박지원·박영준 맞장에 친박계·민주당 ‘불난 집 부채질’

여권 내부의 권력다툼이 심상찮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그만”을 외쳤음에도 서로를 향한 칼날을 쉬이 거두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시작됐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가 사찰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이 여권 내부의 권력다툼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뒤를 따랐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작은 권력을 서로 누리겠다고 투쟁하는 게 영포게이트의 본질”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력내부의 추악한 암투다” “권력 사유화로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게 되면 권력의 밑동 뿌리가 썩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본질은 권력암투?


실제 내부 권력다툼을 짐작케 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정두언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국에는 박영준 국무차장이 실체 아니냐. 이런 건이 100개는 더 있다”면서 “얼마나 많은 악행들이 저질러졌는지 언론만 모른다. 그래놓고 무슨 말하면 권력투쟁으로 몰아가고. 이번에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변죽만 울리지 말고 아는 것이 있으면 솔직히 다 말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100개는 더 있다’는 의혹들을 소상히 밝히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전병헌 의원은 박 차장 등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여권 내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며 “청와대 내부나 한나라당 쪽에서 박 차장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제보를 해오고 있다”며 여권 내 분열의 불씨에 부채질을 했다.

민주당이 주장한 ‘박영준 제보’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장제원 의원이 ‘제보자’로 정 의원을 거론하며 “등에 칼을 꽂지 마라”는 경고를 날린 것.

장 의원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개인이 오버해서 터진 문제가 왜 영포회로 넘어왔으며, 영포회를 겨냥하다 아무것도 없으니 왜 케케묵은 선진국민연대로 넘어오느냐”며 “이는 뭔가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 전 사무처장도 “이번 사건의 배후를 일각에서는 정 의원이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배신, 배반의 정치이다. 만약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 의원은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정 의원을 정조준했다.

‘여권 권력투쟁’의 배후로 의심받은 정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여권 인사 제보설에 대해 “이번 문제는 노사모쪽에서 제기한 것”이라며 “그런데 박 원내대표가 여당 제보 운운하면서 권력투쟁으로 번진 것이다. 과거 권력투쟁 정점에 있었던 박 원내대표가 한나라당 분열책을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야당에 있는 대학 후배 의원이 최근 국정농단에 관한 문제를 협조하자고 제의해왔으나 거절했다”며 “왜 나한테 협조를 제의하는지 궁금했는데 최근에야 알게 됐다. 이제 보니 ‘같이 공격하자’ 이런 것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정 의원의 발목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이 의원은 “영포회가 인사에 개입하고 여러 문제가 있다는 자료를 김유환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이 신건 민주당 의원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이 국가정보원, 신 의원은 국가정보원장 출신이며 신 의원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처음으로 폭로했다는 점,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 등이 이 의원의 주장에 파급력을 더했다.

이 의원의 ‘폭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김 실장은 정 의원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야당이 영포목우회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건 문제가 있지만 구체적 사실관계와 진위는 가려져야 한다”며 정 의원을 겨냥했다.

정 의원뿐 아니라 이상득 의원도 폭로전의 한가운데 놓였다. 박 원내대표가 박 차장이 10여 년간 이 의원을 보좌했다는 점, 영포회 명단에 이 의원이 고문으로 등재된 점 등을 들어 “‘박영준-이상득 라인’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눈초리를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으나 박 원내대표는 “‘영포대군’은 집안단속부터 먼저 하라”고 받아쳤다.

정권을 흔드는 ‘말 폭탄’들이 정가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은 “이전에 일어났던 폭로전의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본질은 권력암투’라는 말처럼 권력을 둘러싸고 내재돼 있던 갈등의 씨앗이 폭로전을 통해 싹을 틔우고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폭로전 뒤따라

이번 폭로전에 대해서는 청와대의 조직·인사개편과 관련, 박 차장의 청와대 복귀를 탐탁치 않아하는 이들이 이를 막아서기 위해 운을 띄웠을 것이라는 분석과 정권 중반기를 지나면서 다음 총선 공천권과 정권 재창출 등 권력의 무게 중심이 넘어온 여의도 권력을 누가 잡을 것인가를 두고 일어난 권력암투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개인적 비리를 권력 투쟁으로 규정하는 순간 본질인 비리는 사라지고, 당만 시끄러워진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 이번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권 내에서 여의도가 차지하는 권력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본격적인 권력다툼은 ‘암투’에서 ‘실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집권 3년차를 맞으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야당의 공세도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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