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건설> 인천대교 가드레일 부실시공 논란

2010.07.13 08:56:12 호수 0호

‘종이 가드레일’에 대한민국이 울었다


때 아닌 참극으로 대한민국은 지금 눈물바다다. 인천고속도로를 지나던 버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 문제의 버스는 가드레일을 뚫고 4.5m 아래 공사현장으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로 2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소식을 전해 들은 피해자 가족들은 오열하고 있다. 사건의 원인은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추락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가드레일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공사인 코오롱 건설의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가드레일의 높이, 두께, 땅속 매설 깊이 등이 쟁점
건설사 관계자 “콘크리트 없이 흙 속에 박아 놨다”


지난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 인천대교에서 고속버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대교를 건너 요금소를 통과한 버스는 인천국제공항 방향 편도 3차로 중 2차로를 달리다가 고장으로 멈춰 서 있던 경차와 이를 피하던 1t 화물차를 피하는 과정에서 도로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4.5m 높이의 도로 아래 공사 현장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을 당했다. 문제의 버스 운전자 정모(53)씨와 고속도로에서 삼각대 없이 2차로에 차량을 세워둬 사고의 빌미를 제공한 김모(45)씨 등 2명은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로 형사입건 됐다.



사고현장 피 웅덩이

추락현장은 처참했다. 공사장으로 굴러 떨어진 버스는 완전히 뒤집힌 채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버스 주변에는 사이드미러와 좌석시트 6개 등 차체에서 떨어져 나온 각종 차량 부속품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때마침 내린 비가 사망자와 부상자들의 피와 섞여 흥건히 고여 있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연상케 했다. 

또 도로 위에는 2차로에서 3차로까지 버스가 급제동하면서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2줄의 스키드마크가 100m 가량 선명하게 나 있어 사고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버스는 추락 직전 높이 83cm의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충격을 못 이긴 가드레일은 바깥쪽으로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드레일을 시공한 코오롱 건설 측의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4일 토목기술사인 한 유족은 “가드레일 기둥이 흙 속 40cm에 묻혀있지 않았다”며 시공 규정 위반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 이날 사고현장을 찾은 부상자 정홍수(48)씨의 큰 형 학수(58)씨 역시 처참히 찌그러진 가드레일을 손으로 흔들면서 “이렇게 허술하게 가드레일을 만들어 놨으니 사고가 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드레일 시공 경험이 많다는 건설사 관계자가 사고지역을 방문한 뒤 던진 첫 마디는 “그냥 흙 속에 가드레일을 박아 놨다”는 것이었다. 이어 그는 “지주대에 콘크리트 기초공사가 전혀 안된 것 같다”며 “기초공사를 했으면 가드레일 지주대가 이렇게 누워 버리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주대 설치는 까다롭고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만만치 않다. 때문에 기초공사를 하지 않거나 눈에 보이는 부분에만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그는 “시속 100㎞ 구간이고 바로 옆에 낭떠러지가 있는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가드레일 부실시공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역점은 가드레일의 높이나 두께, 땅속 매설 깊이 등이 관련 시설 규정과 일치하느냐이다. 사고 지점의 도로와 가드레일을 포함한 시설물은 한국도로공사가 주문해 코오롱건설이 시공했다.
2008년 12월 개정된 국토부의 지침에 따르면 가드레일이나 중앙분리대는 도로에 따라 비교적 느슨하게 세워지는 1등급에서 매우 견고한 7등급으로 나뉜다.

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는 콘크리트로 설치해야 하는 5등급이 적용되지만, 가드레일은 이보다 약한 3등급이 적용돼 철제로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드레일의 높이는 60∼100㎝, 지지대의 깊이는 도로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1m50㎝ 정도여야 한다.

“의무와 책임 다했다”

철제 가드레일의 설치 구간, 이에 쓰인 철제의 규격과 품질, 지지대의 간격과 박힌 깊이 등이 표준설계와 다르다면 코오롱 건설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아직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식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