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트위터에 흠뻑 빠진 사연

2010.07.13 09:00:30 호수 0호

늦게 배운 ‘트위터질’에 날 새는 줄 모르는 회장님


재계의 최근 화두는 ‘소통’이다. “나를 따르라”라던 과거 일방통행식 경영에서 벗어나 투자자와 임직원, 고객 등을 배려하는 쌍방향 경영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이다. 소통을 위한 그룹 총수들의 행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트위터’. 140자 단문을 주고받는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인 트위터가 최근 그룹 총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소통에 나선 ‘회장님’들의 유쾌한 행보에 주목해봤다.

근엄한 이미지 벗어 던진 모습에 “재미있어 죽겠다”
트위터, 회장들 사이에서 재계 인맥관리에 사용되기도


‘트위터 하는 회장님’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용만 두산 회장은 팔로워(follower·추종자)가 5만8000여 명에 달한다. 박 회장의 트위터 활동은 거의 마니아 수준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거의 모든 글에 답을 하는 것은 물론 오늘 무슨 음식점에서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사진으로 찍어 올릴 정도다.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



특히 박 회장은 트위터에 “도리토스 딱 1/3 봉지를 먹고 보니 상장기업 대표이사로서 넘 그릇이 작은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과감하게 4/7 봉지로 증량. ㅋㅋ”라는 글을 남기는 등 소박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입술이 부르텄다는 팔로워에게 효과는 좋지만 매우 따가운 연고로 알려진 치료제를 소개하는 엉뚱함을 보여주는 등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또 박 회장은 최근 아들이 다쳐 수술을 받게 돼 속상하다는 팔로워에게 직접 주소를 물어 깜짝 선물을 보내 화재가 됐다. 최근에는 두산이라는 이름의 사람은 무조건 두산그룹에 합격시키겠다는 트위트를 날려 홍보팀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트위터 입문이 조금 늦긴 했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박 회장 못지않은 트위터 마니아다. 현재 2만8000여 명에 이르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자사의 경영 현안 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스포츠 등 다방면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 키우는 강아지 사진 등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고 있다. 또 정보통신(IT) 신기술에도 관심이 많아 팔로워들과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를 갖고 해외 출장을 나갔다가 겪은 ‘불편’을 트위터에 털어놓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에 “로밍중인 갤럭시S가 갑자기 먹통입니다. 전파 못잡기를 6시간... 그리고 이제는 유심카드마저도 인식이 안 된다네요.. 난감합니다... 국제 전파미아가 된 기분입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자 그의 트위터에는 팔로워들의 조언이 잇따랐다. 이 일화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그의 트위터를 찾는 팔로워들이 크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한 팔로워가 신세계 인터넷쇼핑몰이 구성 포인트 등은 좋은데 고객과의 접선이 느리다는 지적에 “잘 알고 있다”면서 “7월 중순에 개선해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답해 소비자들의 지적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도 5400여 명의 팔로워가 따르는 재계의 소문난 ‘트위터리안’이다. 특히 정 사장은 현대카드 고객들에게 스마트폰 무료강좌를 마련하고 트위터를 통해 고객 소통에 나서는 등 경영에 IT를 적극 활용한다. 최근에는 트위터에 “술집에서 앞 손님이 현대카드로 결제하면 꼭 말을 걸어 한 턱 쏘겠다”라는 글을 남겨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트위터에서 주로 IT와 관련된 내용을 토론하고 소개하는 것을 즐긴다. 최신 IT 관련 이슈에서부터 자신의 회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곁들이면서 최근 발표된 아이폰 4G까지 자세하게 언급하는 등 IT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다소 코믹한 표정의 사진을 걸어둔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역시 트위터를 즐긴다. 팔로워는 900여 명 정도로 야구, 축구, 골프 등 스포츠 관련 대화를 주로 나눈다.

이처럼 근엄한 대기업 CEO의 이미지를 벗어 던진 ‘유쾌한 회장님’들의 모습에 팔로워들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반응이다. 기업 CEO들의 ‘트위터질’이 은연중에 그룹 이미지 개선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는 것. 박용만 회장이나 정용진 부회장의 트위터 활동 때문에 두산그룹이나 신세계그룹에 입사하고 싶다는 취업자도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뿐만 아니라 트위터는 대기업 회장들 사이에서 재계 인맥을 넓히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지금 재계에는 새로운 인맥지도가 그려지고 있다.

박 회장이 트위터에 아이패드 시연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던 지난 4월, 정 부회장과 박 회장은 ‘맞팔’이 됐다. 맞팔은 트위터상의 친구맺기를 뜻한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박 회장님, 신세계 정용진입니다. 회장님 영향으로 저도 트윗 시작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몇 시간 후 정 부회장의 트위터엔 이형승 IBK증권 사장이 “이형승입니다. 트위터질 열심히 하려고 저도 가입했어요”라고 신고했다. 두 사람 외에 사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 이수그룹 회장은 진작에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의 ‘맞팔’로 소통해왔다.

이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의 주제는 사생활과 얼리어댑터로서의 IT기기에 대한 관심, 기업과 경영에 대한 의견까지 꽤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회장과 사장이라는 평소 직책에서 오는 권위를 버리고, 친근하고 소탈한 말투로 속내를 털어놓는 게 특징이다.

기업 홍보실 “손 놨다”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아이폰, 아이패드에 대한 관심에 이형승 사장은 ‘애플빠 수준’이라는 표현을 썼다. 또 정 부회장은 트위터 입문 시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의 트위터에 “뭘 어케해야 하는지 갈켜조~”라고 애교 섞인 엄살을 부리기도 했다.

이같이 거침없는 트위터 행보에 기업 홍보실은 사실상 손을 놓은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들이 트위터에 스스럼없이 올린 글이 종국엔 대중까지 다 보게 되는 만큼 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나 어쩔 수 없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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