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쥐락펴락 ‘비선라인’ 실체 대해부

2010.07.13 09:50:00 호수 0호

호랑이 뒤에 두고 여우들끼리 야단법석



이명박 대통령의 비선라인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파문으로 시작된 의혹이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청와대로까지 번져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이와 보고를 받은 배후 등에 대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사찰의 배후에 정권의 숨은 실세들이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관가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 등 야권이 이를 대통령 측근들의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의 비선라인뿐 아니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상득 의원 등 ‘몸통’으로 의심되는 이들까지 정조준하고 나서면서 불길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민간인 사찰, 빙산의 일각? …‘영포게이트’로 번질까
야당, 영포회 배후에 숨은 몸통으로 ‘형님들’ 정조준



비선라인이 휘두른 칼날에 이명박 대통령이 상처를 입고 있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비공식 조직인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포회’로 불리는 ‘영포목우회’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형 이상득 의원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 공무원 모임이다. 1985년 영일·포항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 10여 명의 친목모임으로 출발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회원이 100여 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마 위 오른 비선라인
민간인 사찰로 파문

‘알게 모르게’ 관가에 자리하고 있던 영포회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8년 11월26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비공개 행사 때문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발언이 전해지며 논란의 중심에 선 것.

포항이 고향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건배사로 “이대로”를 외치고 참석자들이 “나가자”는 구호로 답하며 행사의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어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 의원이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새로운 대한민국을 다지고 뒷받침할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이렇게 물 좋은 때에 고향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된다”고 했고, 최영만 포항시의장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고 말했다. 포항 출신인 강석호 의원은 “속된 말로 경북 동해안이 노났다. 우리 지역구에도 콩고물(예산)이 떨어지고 있다”고 거들었다.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영포정권’으로 규정하며 “영 국민을 포기한 정권, 영 상식을 포기한 정권, 영 경제를 포기한 정권, 영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한 정권이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이후로도 영포회는 소속 인사들이 요직에 오르거나 고속승진으로 관가 안팎의 눈초리를 받아왔다. 그리고 최근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배후로 지목되며 다시 한 번 전면으로 드러나게 됐다.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린 시민을 불법 내사해 물의를 빚은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 영포회 출신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인규 지원관이 ‘영포회’ 회원인 이영호 대통령 고용노사비서관에게 모든 활동을 보고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 알려지며 불씨를 키웠다.

이와 관련, 영포회는 이 지원관과 이 비서관이 영포회 회원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원 전 영포회장은 지난 5일 “엄밀히 말해 이인규 지원관과 이영호 비서관은 회원이 아니”라며 “영포회 회원은 정무직을 배제한 포항 출신의 5급 이상 공무원”이라고 못박았다.

영포회가 나서서 이인규 지원관과 이영호 비서관이 회원이 아님을 밝혔음에도 영포회를 향한 의혹의 시선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민간인 사찰 파문을 일으킨 공직지원비서관실 40여 명 중 17명 가량이 특정지역 출신 인사로 구성돼 있는 등 주목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영포회에 속해 있든 그렇지 않든 이들이 ‘포항 라인’을 기반으로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
 ‘남다른’ 고속승진

실제 노동부 감사관으로 일하다 승진 발탁된 이인규 지원관의 총리실 행에는 이영호 비서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총괄지원과장과 김충곤 1팀장도 포항 출신이다. 이중 경찰에서 명예퇴직을 했던 김 팀장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신설과 함께 특채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예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검찰·국세청·금감원 등에서 파견된 인사들도 포항 출신이 아니면 받지 않았다는 말까지 전해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포항 출신 인사들의 활약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득·이병석·강석호 의원을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상휘 청와대 춘추관장, 이강덕 부산경찰청장 등이 장·차관급 인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 밖에 인수위에 파견돼 이영호 비서관을 보좌했던 조재정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이 지난 3월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했으며 주낙영 행정관, 이강덕 경무관, 이상휘 행정관 등이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다.

청와대로 파견된 포항 출신 인사는 이들 외에도 더 있다. 법제처에서는 한영수 부이사관이 대통령실 법무비서관실로 파견됐으며 공정거래위에서는 포항 출신의 황명석 행정관이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로 파견됐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최상대 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조낙현 사무관, 행정안전부에서는 윤종진 행정관, 지식경제부에서는 심학봉 행정관, 노동부에서는 조재정씨, 최종석 서기관이 파견됐다. 국토해양부에서는 김형렬 부이사관과 김철문 행정관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정장식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지난 2006년 경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마를 경험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차관급인 중앙공무원 교육원장으로 발탁됐다. 이병욱 환경부 차관도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현 정부가 들어서고 환경부 차관을 맡게 됐다.

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에게 외교를 자문했던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 총재나 권종락 외교부 제1차관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승승장구한 포항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영포회’ 등 ‘포항라인’은 이 대통령의 ‘사조직’에 대한 정치권의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영포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내가 볼 때에는 민간인 한 명에 대한 사찰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가 여러 가지 부패사건에 ‘게이트’라는 말을 붙였는데 이것이야말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능가하는 전형적인 게이트 사건”이라고 몰아붙였다.

전 정책위의장은 또 서울국세청장 인사에서 ‘영포회 라인의 동원이 있어서 일부 비리 사실이 감춰졌다’는 홍영표 의원의 문제제기를 거론하며 “이같이 공직사회 내에서는 이와 같은 영포 조직이 인사의 발탁은 물론이고, 독점과 함께 일부 사적인 기능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에 대해서 과잉 사찰과 감시 기능을 했다, 라는 의구심이 드는 점이 있기 때문에 영포게이트는 반드시 국회차원에서 또 검찰차원에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깃털 치우니 몸통
베일 거두면 형님 있다?

야권은 ‘영포게이트’의 배후에도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영포게이트 진상조사위’를 맡고 있는 신건 의원은 “박영준 차장과 가까운 이영호 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 때 직원들을 직접 면접해서 뽑았다”며 ‘박영준 배후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선호 의원은 “국정 농단의 실체를 밝히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면서 “박영준 국무차장인지, 이상득 의원인지, 이영호 비서관과 독대한 이명박 대통령인지 밝혀내야 한다”며 영일·포항 출신 실세들과 이와 관련된 인사들까지 싸잡아 거론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법조계와 재계를 넘나드는 유력인사들이 모여 그저 한 달에 한번 씩 밥이나 먹고 헤어졌는지 모를 일”이라며 “이미 드러난 인사들 말고 군 관계자 등 또 다른 권력주변의 인물들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라고 거들었다.

노 대변인은 또 “지난 독재정권 하에서 온갖 전횡을 일으켰던 ‘하나회’처럼 권력 주변에서,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를 일삼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차제에 철저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며 대대적인 공세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영포회’로 시작된 불씨는 ‘선진국민연대’로 옮겨 붙고 있다. 박영준 차장과 이용호 비서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 등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이 공기업과 은행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이는 영포회와 선진국민연대가 결합한 이른바 ‘메리어트 모임’”이라며 영포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에 “밝혀내야 될 문제”라고 특명을 내려 2차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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