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향한 박근혜 이미지 메이킹 프로젝트 셋

2010.07.13 09:40:00 호수 0호

“여자의 변신은 무죄”…호랑이 탈 대신 곰 가면



박근혜 전 대표가 달라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년여 간 정중동 행보를 펼치며 정치인으로서의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데 이어 느리지만 확실하게 새로운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마무리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으며 18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로 기획재정위원회를 선택,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 마련에 나선 것. 박 전 대표는 차기 당권과는 확실한 거리를 두는 것으로 당내 권력다툼에서 발을 뺐다. 반면 그가 중점적으로 거론하는 사안은 분명해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천천히 ‘대선주자 박근혜’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것.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박 전 대표의 이미지 전략을 살폈다.

‘MB와 달라’ 정중동 행보 속 대립각 세우기 본격화
국민신뢰도 높이고, 경제정책에 국민화합 복지 무게



박근혜 전 대표가 기존의 이미지를 하나하나 털어버리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진 ‘강한 리더십’과 친박계의 ‘수장’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영역 구축에 나선 것이다.

지난 2년 간 박 전 대표는 좀처럼 정치 전면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했지만 친박계를 통해 당의 분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정중동’으로 대표되는 행보를 통해 박 전 대표는 친박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시선을 상당수 비껴갔다. 또한 미디어법, 세종시 수정 논란 등을 통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쌓았다.

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 조사한 ‘2010 파워 정치인 영향력·신뢰도 평가’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음이 나타났다.

영향력 떨어져도
신뢰도 공든 탑 남았다


이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 12명의 정치적 영향력과 신뢰도에 대한 조사에서 박 전 대표는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영향력은 이 대통령과의 대립을 겪으며 4위까지 추락했지만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 대통령,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과는 달리 중도층에서 우위를 보였다.
 
반면 이 대통령은 영향력은 가장 높았지만 신뢰도는 세 차례 여론조사를 거듭하는 동안 1위에서 3위로, 3위에서 4위로 떨어졌다.

박 전 대표가 강조한 ‘정치인의 약속’은 세종시 수정 논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세종시 추진 의사를 밝히고도 이를 수정하겠다고 나선 이 대통령과는 달리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이유로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는 국회 입성 후 처음으로 법안 찬반 토론에 참석키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반대 토론자로 나서서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정책들이 쉽게 뒤집힌다면 반대하는 국민들은 언제나 정권교체만을 기다리며 반대할 거다. 끝없는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될 것”이라는 말로 세종시 수정 논란으로 인한 국력낭비와 갈등이 원안추진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수정안 지지자나 원안 지지자들 모두가 애국이었음을 믿는다. 우리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다. 오늘 결론이 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이제 모두 마음속에 묻고, 새 미래를 만들게 되길 바란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의 대립각에도 서서히 날이 서고 있다. 박 전 대표는 국회 본회의 표결처리로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이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18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로 선택한 곳은 기획재정위원회다. 기재위는 재정·통화·조세정책 등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세청, 관세청 등을 관장하는 곳으로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관해 감시하고 관련 입법 활동을 한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상임위 선택을 두고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서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제시, 또 다른 ‘경제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한 대권 행보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MB와 대립각 본격화
무게중심 ‘경제’보다 ‘화합’

박 전 대표가 지난달 21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국가 부채비중, 청년취업자 수 등 각종 경제 통계치를 제시하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부추겼다.


이 대통령의 ‘경제’와 비교되는 박 전 대표만의 ‘경제 구상’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새로운 상임위’라는 글에서 “이번 18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로 기획재정위원회를 택했다”며 “소외계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골고루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려고 한다. 앞으로 기획재정위에서 재정과 조세, 외환 등 경제 정책이 이런 목표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전 상임위인 보건복지가족위에서 국민들의 복지와 먹거리, 건강과 의료, 보육문제 같은, 매일 매일 일상에서 피부로 접하는 민생문제를 다루며 강조했던 것들을 경제 성장과도 연계시킨 것이다. 복지와 국민 화합이 경제 발전과 성장의 ‘핵심’이 된 것.

지난달 21일에도 그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매우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국민 화합과 성장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도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차분히 차기 대권과 관련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권력 다툼에서는 멀찌감치 물러서고 있다.
당장 ‘박근혜 추대론’에서 차기 국무총리, 당대표론이 나오자 이를 일축하고 나섰다. 이러한 추대론에 대한 그의 생각은 “한나라당이 가장 어려웠던 천막당사 시절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면 변하고 달라지겠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런데 지금 또 도와달라고 말하려니 입이 안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당권경쟁에 뛰어들 경우 여태까지 쌓아놓은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잘못된’ 공천 등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냈을 뿐 박 전 대표는 당권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친박계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라도 잘못되면 ‘계파만 챙기는 인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친이·친박계의 계파 갈등에 대한 비판이 상당한 상황에서 자칫 친박계를 대변한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당권이 아니라 대권인 만큼 ‘대권주자’로만 인식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계 인사들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빠짐없이 참석한 것도 ‘박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인사들의 전당대회 출마에 이런저런 말을 할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 한쪽에만 발걸음을 할 경우 자칫 ‘박근혜 대리 출마자’ 혹은 ‘친박계 대표’로 몰릴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엔 고개 젓고
차기 대권 향해 전진


그러나 정치 9단인 박 전 대표는 당권경쟁을 피하면서도 그냥 물러나지는 않았다. 그는 “한나라당 당헌·당규는 당·정 분리를 확실히 하도록 돼 있지만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고 약속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를 맡아도 청와대나 대통령이 주도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대표가 된들 대통령에게 불편만 주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청와대와 친이계 주류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1년6개월 전에 상임고문 이외의 선출직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당헌·당규가 ‘원칙’을 강조하는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이번 전당대회와는 거리가 있는 것도 박 전 대표에게 ‘불필요한 출마’라는 인식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박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이 짙었다면 지난 대선 이후 육영수 여사의 뒤를 쫓고 있는 것.

친박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는 이미 시작된 것 아니냐”며 “주의해서 볼 점은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이 ‘박정희 리더십’에서 ‘육영수 리더십’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과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지지기반으로 지탱해왔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 논란을 계기로 지지기반을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청도로 확대시켰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서 나타난 ‘친박의 힘’으로 인해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소통정치가 강화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미니홈피를 개설해 직접 운영해왔다. 누적방문자도 1000만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개설했다. 그는 트위터에 “안녕하십니까, 박근혜 입니다. 저도 이제 트위터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육영수 리더십
‘따뜻한 보수’ 공략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트위터 개설 하루 만에 그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팔로워가 9000명을 넘긴 것. 이에 박 전 대표는 지난 1일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고 적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제가 직접 하는지 궁금해 하시네요. 트위터 초보라서 쉽지는 않지만 직접 하는 것 맞다”거나 “제가 트위터를 시작하니까, 이제 싸이월드는 누가 지키느냐며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앞으로 싸이도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는 글로 친근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소통정치와 관련, 정치권은 지난 대선에서 젊은 층의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이 경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판단과 지난 지방선거에서 젊은 표심의 위력을 실감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육영수 리더십’을 강조한 관계자는 “‘육영수 리더십’의 기본은 ‘따뜻한 보수’”라며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강조하는 것처럼 박 전 대표도 ‘따뜻한 보수’로 보수진영 뿐 아니라 중도층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