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7월 전쟁’ 구원투수

2010.07.13 09:30:00 호수 0호

국회의원 8석이 걸린 ‘미니총선’이 시작됨에 따라 각 당에 비상이 걸렸다. 7월 재보선이 6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와 연계돼 후반기 권력구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한 한나라당은 재보선을 통해 자존심 회복을 노리고 있다. 당·정·청의 쇄신 움직임에 거물급 인사들의 전략공천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 이에 맞선 민주당과 야권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야권은 연대를 통해 재보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는 구상이다.

한나라당…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윤진식 전 정책실장 양날개
민주당…‘이재오 대항마’ 고민, 강원도 재보선 ‘불어라 노풍’



한나라당이 7월 재보선 구원투수 영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거물급 인사를 전면에 내세워 지방선거 후 계속되고 있는 불리한 흐름을 바꿔보겠다는 심산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다.

윤 전 실장은 충북 충주 재보선에 공천됐다. 그는 이시종 의원의 충북도지사 선거 출마로 충주가 재보선 지역구로 확정되자 “내가 태어난 충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굉장히 낙후돼 있어 이를 개선시키고, 발전시키고자 출마를 결심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겸 충북선대위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충주 재보선을 준비해왔다.

거물 후보로 표심 공략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무주공산인 은평을로 돌아왔다. 은평을은 이 전 위원장이 15·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구로 그가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후 유학을 다녀오고 국민권익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도 관심을 늦추지 않은 곳이다.


은평을 재보선이 다가오자 이 전 위원장은 “어렵더라도 당당하고 정의롭게 나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현 정부가 탄생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내가 지금 당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외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어렵지만 이번 선거에 ‘사량침주(捨量沈舟 식량을 버리고 배를 침몰시킨다)’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도 이에 맞설 ‘대항마’를 고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 전 위원장과의 승부를 통해 다시 한 번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인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재보선은 4대강 전도사인 이재오 후보에 대한 철저한 심판선거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재오 대항마’로 내세울 이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평을 재보선에는 이미 10여 명 안팎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으며 민주당 안팎에서 손학규 전 대표, 김근태 상임고문 등의 전략공천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정권심판론’을 주도할 후보로는 손색이 있는데다 거물급 인사들은 출마를 고사하고 있어 후보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당 일각에서는 신경민 전 MBC 앵커가 ‘이재오 대항마’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정세균 대표가 직접 신 전 앵커를 만나 출마 의사를 타진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도 “민주주의와 언론을 탄압한 이명박 정부에 맞서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참신하고 좋은 인물을 공천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신 전 앵커의 전략공천에 무게를 실었다. 노영민 대변인도 “신 전 앵커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하는 등 영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미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장상 최고위원은 “은평을 주민들이 무슨 바지저고리냐”며 “선거를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준비도 되지 않은 후보를 전략공천하려 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행동”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선 것.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자 “지켜보는 입장”이었던 신 전 앵커는 결국 “은평을 재보선은 생각지 않기로 했다. 다가오는 정년 뒤 여러 가능성을 찾는 것이 나다운 행보”라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원도에서는 친노의 바람이 거세다. 당선과 함께 직무정지 된 이광재 강원도지사를 돕던 친노 인사들이 대거 공천된 것.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정만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태백·영월·평창·정선에 연극인 최종원씨가 각각 전략공천됐다.

정 전 비서관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상황비서관, 의전비서관을 지냈으며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이광재 도지사후보 선거대책본부 총괄본부장를 맡아 이 지사의 당선을 도왔다. 영화배우 문성근·명계남씨와 함께 대표적인 연예계 친노 인사로 꼽히는 최씨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 지사를 도운 바 있다.

민주당은 최씨의 공천에 대해 “최종원씨는 태백이 고향이라 태백지역, 특히 폐광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 지역의 문화관광사업을 발전시킬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재보선 출마와 관련, “이 지사의 직무정지 부분이 큰 작용을 했다”며 “이 지사가 일을 해나갈 때 완벽한 도지사로서 내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후보 선정에 땀 뻘뻘

이밖에 한나라당은 인천 계양을 재보선에 지난 총선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에게 근소한 차로 패했던 이상권 전 인천지검 부장검사, 충남 천안을 재보선에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을 공천했다.

정치권은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진정한 ‘구원투수’를 노리는 것은 자유선진당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충남·충북지사를 모두 민주당에 넘겨줬고 충남지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천안시와 아산시를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박상돈 의원의 충남지사 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천안을을 되찾지 못할 경우 지역적 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원내에서 당의 영향력도 줄어들 처지다.

이에 따라 선진당은 일찌감치 ‘새로운 얼굴, 새로운 사람’인 박중현 전 천안시의원을 후보자로 내세우고 천안을 수복에 나섰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