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주주대표소송 승소

2010.07.07 10:57:33 호수 0호

편법 이용한 재산 불리기…“네 죄를 사하노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는 지난 18일 경제개혁연대와 신세계 소액주주 등 10명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전ㆍ현직 이사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 부회장은 광주 신세계와는 별도 법인인 신세계의 이사였고 신주 인수는 그와 광주 신세계와의 사이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신세계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 ‘자기거래’로 볼 수 없다”며 정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 같은 판결에 경제개혁연대는 거세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정 부회장이 지난 1998년 광주신세계가 25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실권주를 모두 인수하면서부터다. 이는 지난 2002년 광주신세계가 상장하면서 585억원으로 불어났다. 상장 이전 정 부회장의 지분은 83.3%에 달했다.

광주신세계는 1995년 처음 설립될 때만 해도 신세계가 100% 대주주였다. 그런데 대주주가 유상증자 참여를 포기하고 이 실권주가 정 부회장에게 넘어가면서 정 부회장의 개인 회사처럼 돼 버렸다. ‘알짜배기 비상장 계열사가 유상증자를 하면 이 회사의 주주로 있는 계열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청약을 포기하고 그룹의 황태자가 실권주를 싸게 사들인다.’ 이는 그간 재벌가에서 사랑받아온 전형적인 재산 불리기 시나리오다.

하지만 신세계의 경우, 다른 재벌가와 다른 점이 있다. 1심에서부터 우호적인 판결이 이어졌다는 게 바로 그것. 이 재판의 쟁점은 광주신세계가 헐값에 발행한 신주를 왜 대주주인 신세계가 외면했느냐다. 정 부회장에게 지분을 넘기려고 의도적으로 실권한 게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그런데 법원은 신세계와 광주신세계가 독립된 별도의 법인이라는 엉뚱한 논리를 들며 정 부회장의 편에 섰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의 대주주고 정 부회장 일가는 신세계의 대주주다. 이 두 회사를 과연 독립된 법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헐값 발행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 부회장은 최대 1만9434원으로 평가되는 주식을 5000원에 사들였다. 만약 이 계산대로라면 신세계 입장에서는 알짜배기 자회사의 지분을 헐값에 내준 셈이다. 그때 25억원을 신세계가 직접 출자했다면 신세계는 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을 텐데 신세계는 이를 포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주가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발행됐다고 단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또 법원은 “이사가 합리적인 선택 범위 내에서 판단하고 성실히 업무를 진행하였다면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애초에 정 부회장을 비롯해 신세계 이사회가 의도적인 실권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 결과적으로 신세계가 알짜배기 자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하면서 정 부회장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은 건 사실이지만 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우호적 판결의 배경으로 일각에선 법조·관료 출신 인사로 구성된 신세계의 사외이사진을 거론하기도 한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광주신세계에 대한 논란이 한창 뜨겁던 지난 2007~2008년 사이에 영입됐다는 점에서 그 의혹에는 더욱 힘이 실린다. 공시에 따르면 신세계와 광주신세계 사외이사진에는 법무법인·법률사무소에 소속된 인사가 검사장 출신을 포함해 네 명, 국세청 출신 세무 전문가 두 명, 감사원 출신 두 명, 공정위 출신 한 명이 포진해 있다.

이처럼 신세계 뒤편에 버티고 있는 ‘빵빵한’ 사외이사진이 신세계 측의 든든한 아군이 돼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 대해 신세계 측은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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