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당대회 친이·친박 대혈전 초읽기

2010.07.06 09:06:27 호수 0호

박근혜 ‘세종시 파워’ 차기 당권 흔들까



한나라당의 권력 지형도를 바꿀 결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14일 열릴 전당대회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속속 경기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친이계 뿐 아니라 친박계에서도 다수의 의원들이 출마하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차기 당권을 둔 친이·친박계의 격돌의 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대표 최고위원 외에도 선출직 최고위원 4석을 두고 친이·친박계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내가 대표·최고위원감” 친이·친박 출사표 난립
출판기념회 통해 ‘아군’ 모으고 ‘적군’ 견제하고



한나라당 차기 당권을 노리는 이들의 발걸음이 부산해지고 있다. 전당대회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세를 불리려는 움직임이 급해지고 있는 것.

지난 1일까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 의사를 표한 이는 김성식·남경필·서병수·안상수·이성헌·이혜훈·정두언·정미경·조전혁·주성영·한선교·홍준표 의원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 13명에 이른다.

2강 안상수·홍준표
친이·친박 속 세 확장

대표 최고위원을 두고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상수·홍준표 의원은 세 불리기가 한창이다. 이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당 안팎에 세를 과시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안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상득 의원, 정의화 국회부의장,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 120여 명과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20여 명,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특보, 조계종 혜인 스님 등 외빈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난 1년 동안 최고위원·원내대책회의·주요당직자회의 등에서 발언한 내용을 엮어 쓴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소개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패했지만 국민이 보약을 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홍 의원도 지난달 28일 자서전 ‘변방’의 출판기념회를 통해 차기 당권을 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이상득 의원, 김무성 원내대표와 고흥길 정책위의장, 안상수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4명과 주호영 특임장관, 권오을 국회사무총장,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민유성 산업은행 총재, 어청수 전 경찰청장,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 정부 인사, 한나라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했다.

또한 야권에서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안규백 민주당 의원, 이용경 자유선진당 의원,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의원, 전지명 미래희망연대 대변인 등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파주 보광사 주지 초격스님, 강화 정수사 주지 태성스님, 천주교 번동성당 배갑진 신부님 등 종교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홍 의원은 ‘화합·쇄신·미래’를 강조하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화합과 쇄신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2012년 총선·대선 승리를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서 화합과 쇄신의 역량으로 미래 승리를 기약할 수 있는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 이후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여 당을 근원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위만 바라보는 과거형 리더십과 오만과 독선, 갈등의 구체제를 탈피해 주류·비주류·세대간 화합, 대등한 당청 관계를 이뤄내 통합과 미래의 신체제로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뛰는 이들이 많다보니 ‘거물의 복심’을 강조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친이·친박계에서 각각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등 ‘막후 권력’까지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것. 이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이심은 없다”고 자유 경쟁을 선언했다. 박 전 대표도 전당대회와 관련, 친박계에 뚜렷한 말을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권력 마케팅’은 식지 않고 있다.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는 안상수 의원은 출판기념회 포스터에 이명박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사용, ‘친이 대표론’을 각인시켰다.

전당대회 생사 놓고
이명박·박근혜 대리 혈전

홍 의원도 이 대통령과의 유대감을 강조했다. 그는 “원래 원조 친이가 홍준표”라며 “정계 들어와서 이 대통령과 인간적 유대관계를 가장 오랫동안 맺고 있다. 다른 사람은 중간에 정치적 이유로 서로 공조하는 관계로 돌아왔을 뿐이고, 인간적인 유대는 내가 오래됐다”고 강조했다.


이성헌 의원은 지난달 28일 출마선언을 하며 “박근혜를 지키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힌 대형 병풍을 쳤다. 이 의원은 “2012년 정권 재창출과 한나라당의 미래를 위해 박 전 대표를 지키겠다”며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박 전 대표에게 전화해 진행상황을 설명했고, 박 전 대표가 따뜻하게 격려해줬다”며 “2012년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번 지도부가 중요하고, 그런 면에 대해서 박 전 대표도 시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를 오랜 시간 모셨고 사실상 대표의 동의 없이는 (전대에) 나갈 수 없다”며 “우리 의원 각각의 의사가 중요하고, 식구끼리 상처받지 않고 조정을 잘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박 전 대표가 지난 2006년 발표한 ‘대국민 약속 실천백서’를 거론했고 서병수 의원은 “최근 박 전 대표가 나에게 ‘서 의원이 친박 대표 주자로 전대에 나가주고 역할을 해달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박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친이·친박 중진 의원들도 당권 주자들의 지원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 이상득 의원은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한번 찾아뵙겠다” “식사를 같이하자”는 요청이 끊이지 않으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이 의원은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게 되면 또다시 정치에, 당에 개입한다는 온갖 소리가 나오지 않겠느냐. 지금은 자원외교에 주력하고 있다”며 직접적인 지지를 거부하면서도 공식 행사에 초청받을 경우 오해를 피하는 선에서 건승을 기원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중립성향의 황우여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안의 ‘미니게임’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뽑는데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이가 대표 최고위원이 되고 5위까지의 득표자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 그리고 이 중 예외 조항이 여성 몫 최고위원이다.

한나라당은 당헌·당규로 최고위원단에 여성의 진입을 보장해 놓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여성 출마자가 5위안에 들지 못할 경우 여성후보 중 최다 득표자가 5위 득표자를 대신해 최고위원이 되는 것.


때문에 이 자리를 염두에 둔 친이·친박 여성 의원들의 기세가 남다르다.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미경 의원은 “한나라당이 2가지 부분에서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 첫째는 책임지는 한나라당이 돼야 하는 것이고, 둘째는 소통하는 한나라당이 돼야 하는 것이다. 책임지고 소통하는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친박계 이혜훈 의원은 ‘경제회복에 대한 서민들의 낮은 체감도’를 지방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적하며 “세대교체가 아니라 세력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정치세력을 정책세력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당이 경제정책을 주도하지 못하고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 다닌 것은 지도부에 경제통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하는 경제통이 당 지도부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 외에도 나경원·이은재·진수희·박순자·전여옥 의원 등이 여성 몫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입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을 지냈던 박순자 의원은 최고위원 도전을 결심했으며, 이은재 의원도 출마 의사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보너스’ 최고위원?
여성 몫 최고위원 후보 몰려

정치권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박심’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사안에 발언을 아껴온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와 관련해 특별한 태도를 보이느냐와 친박계 출마자들 간 후보단일화 성사 여부,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서 보여줬던 친박계의 단합된 힘이 당내에서도 통할 것이냐는 것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친이·친박계에서 다수의 출마자가 나서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계파 갈등이 재현될 수 있게 됐다”며 “이 때문에 친이계 후보들도 다음 총선에서의 공천문제까지 거론하며 박 전 대표를 향한 구애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이계만의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추진하는데 제2, 제3의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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