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나몰라’ 도로 물청소 왜?

2015.07.06 11:37:37 호수 0호

작물 말라가는데 길거리에 ‘물 펑펑’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벼는 바짝 말라가고, 강도 바닥을 드러냈다. 농가의 한숨은 전 국민의 관심이 됐다. 물이 사용되는 곳마다 시민들의 시선이 꽂힌다. 물청소도 예외일 수 없다. 시민들은 의아했다. 왜 이런 시기에 물청소를 하는지.




일이 있어 지난달 서울에 올라온 농부 A(47)씨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새벽부터 물청소차가 나와 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가뭄으로 애를 먹고 있는 A씨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해도 곤란 
 
5월부터 시작된 가뭄은 여전히 해갈되지 못한 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26일 장마로 일부 지역은 해갈됐지만, 중북부 위쪽으로 장마전선이 확대되지 못하면서 전국적인 가뭄 해갈에는 실패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영서 등 중북부 지역은 이 기간 강수량이 20㎜ 안팎에 그쳤다. 강화군과 옹진군도 장마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강화군의 경우 누적 강우량이 158.1㎜을 기록해 예년 평균(375.6㎜)의 3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옹진군도 134.4㎜로 예년의 53% 수준이었다.
 
극심한 가뭄은 국민들에게 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청소차와 관련된 시민들의 관심이다. 서울의 한 동사무소 민원실을 담당하는 B(31) 공무원은 최근 가뭄 때문인지 물청소차와 관련된 민원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물청소차로 사용한 물의 양은 83만7686톤 수준(시설관리공단 포함)이었다. 이 가운데 강남구가 6만5244톤을 사용해 가장 많은 용수를 썼다. 구로구가 6만2294톤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성동구(5만8839톤), 마포구(4만8337톤), 영등포구(4만6842톤)가 뒤따랐다.
 

다만, 단위 면적 1km당 물 사용량은 구로구가 3095톤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물청소차의 용수 사용량에 대한 자료는 서울시 측에서 공개를 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 할 수 없었지만 자료를 요청한 서울시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울시 행정구 관계자는 4∼6월이 가장 용수를 많이 사용하는 시기라고 답했다.
 
공교롭게도 4∼6월은 농가에서 모내기를 하는 시기로 1년중 가장 많은 물이 필요하다. 벼의 경우 수경작물이라 모내기를 하고 14일간의 물관리가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시기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모종이 성장을 하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수량이 적은 시기에 모내기를 하는 농민 입장에서는 우연히 마주한 물청소차의 존재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42년 만에 극심한 가뭄…농가 피해 확산
하필이면 농번기 때 물청소 가장 많이해
 
가뭄이 드는 해는 물 때문에 이웃 간의 다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전남 고흥군의 C(61)씨는 최근 이웃 D(55)씨와 크게 다퉜다. 이유는 물 때문이었다. 농사는 인근 배수로의 저수지 물을 이용해 짓는다. 하지만 가뭄이 들어 배수로의 물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배수로에서 물을 적게 보내는 경우가 있다. 이때 배수로의 상류 쪽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가 자기 논에서 물길을 차단해 물을 대는 경우가 있어 농민들 간에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C씨도 이같은 이유로 D씨와 다퉈야했다.
 
서울시도 가뭄시기 물청소차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클린도로운영팀은 “물청소차와 관련해 시민들의 항의를 많이 받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서울의 행정구역마다 청소차량 운행과 관련한 지침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먼지를 빨아들이는 분진청소차를 늘리고 물청소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서울시가 방침을 정했다”며 “서울시에는 현재 30대 가량의 분진청소차가 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번기인 4∼6월 물청소차 용수 사용이 많다는 지적과 관련 “1년 가운데 물청소차량을 운행할 수 있는 날이 4∼6월에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물청소차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는 운행을 많이 하지 않고, 물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물청소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 물 사용량이 적다.
 
특히, 가을보다 날이 더운 4∼6월에 물이 빠르게 마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수 사용이 많다. 
자치구의 한 관계자는 “농번기에 물청소차 운행이 늘고 있는 것이 신경이 쓰이지만 물청소를 하지 않아 도로가 지저분해지면 그에 따른 시민들의 민원이 급증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말했다.
 

안해도 곤란
 
물청소 차량에 들어가는 물은 상수도나 지하수를 사용한다. 이들 상수도 물은 한강에서 물을 수급한 물을 정화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물청소 차량의 운행을 줄인다면 이론적으로 가뭄해갈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업계의 한 전문가는 “농번기에 들어가는 물이 많아 청소차량의 물을 아낀다고 직접적으로 가뭄 해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의 작물들이 메말라 죽어가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