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황태자 비리사건

2010.06.29 09:47:56 호수 0호

“돈은 손쉽게 벌어야 제 맛!”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선 이미 땀방울 대신 주가조작이란 손쉬운 방법을 통해 호주머니를 불리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현장을 누비고 헌신하며 부를 창출한 창업주들과 달리 ‘곱게 자란’ 2·3세대들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불로소득을 챙기며 ‘삐뚤어진 경영수업’에 매진하고 있는 것.

이들의 비리관행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힘은 물론 수많은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럼에도 그 처벌이 미약해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세간에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생 없이 자라 쉽게 돈 벌고 싶어 하기 때문”
솜방망이 처벌에 예방·재발방지 효과 미비


LG가 3세 A씨는 횡령과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7년 탄소나노튜브 전문 업체인 나노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 부당 이득 114억원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는 지인들에게 미공개 정보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A씨가 직원 명의로 회사 돈을 대출받아 800억원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강남의 한 사채업자를 통해 운영된 이 돈은 두 차례에 걸쳐 엑사이엔씨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투입됐다.

경영수업=주가조작?



검찰은 현재 강남 사채업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차명 증권 계좌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다스의 손’이라 칭송 받으며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바 있는 또 다른 LG가 3세 B씨. 그는 M&A를 통해 사고팔기를 반복해 불과 2년만에 1000억원 이상의 거금을 챙겼다. B씨는 지난 2006년 미디어솔루션을 인수하면서 허위 공시로 주가를 주당 7000원에서 4만원대까지 끌어올린 후 주식을 되팔아 165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

특히 주가 조작 과정에서 ‘대우그룹 구명 로비 의혹’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조풍언씨의 돈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두산가 4세 D씨는 재벌 테마주를 부상시키는 데 앞장섰다가 주가조작 및 횡령혐의로 2년 6개월간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D씨는 지난 2007년 2월 코스닥 상장사 뉴월코프의 주식 130만 주를 30억원에 자기자본으로 인수한 것처럼 공시하고 같은 해 7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304만 주를 31억 원에 자기자본으로 취득한 것으로 허위 공시한 혐의 등으로 2008년 8월 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뉴월코프를 운영하면서 36억7400만원 이상의 자금을 빼돌려 채무변제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와 재무상태가 부실한 미국계 회사를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인수해 회사에 6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경영수업에 실패한 뒤 빈털터리가 된 것으로 알려진 D씨는 명의만 빌려주고 주가를 띄워 돈을 타내며 개미들을 울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가 3세인 C씨 역시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C씨는 코스닥 상장사인 IS하이텍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IS하이텍은 지난 2007년 6월 C씨가 300억원대의 유상증자에 그의 동생 2명과 각각 5억원씩을 투자했다고 공시하면서 재벌 테마주로 꼽혔다. 이후 2000원에 머무르던 이 업체의 주가는 3700원까지 급등하면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검찰은 I.S하이텍도 뉴월코프와 마찬가지로 정 대표 형제가 실제로 투자하지 않고 이름만 빌려준 채 재벌 테마주로 만들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국도자기 3세 E씨도 코스닥 상장사인 엔디코프와 코디너스를 인수한 뒤 경영과정에서 횡령과 배임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김씨는 2006년 운영하던 엔디코프 자금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보험 영업회사 DTA를 시세보다 비싸게 구입, 회사에 227억여원의 손해를 끼치고 지난해 10월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코디너스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135억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다.

이와 함께 E씨는 이사회 의사록을 위조, 문서를 위조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국타이어 2세 F씨도 엔디코프와 코디너스 등 2개업체에 투자하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F씨는 E씨가 2006년 초 엔디코프를 인수했다 지난 2007년 4월 되팔 때 일부 지분 투자를 했고 같은 해 8월에는 E씨와 아남그룹 3세인 G씨, 극동유화그룹 2세 H씨 등 재벌 2·3세들과 함께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F씨는 현재 엔디코프 주식은 처분한 상태지만 코디너스지분 5.7%(39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김영집 대표(8.29%)에 이어 2대주주다. 유상증자 당시 코디너스의 주가는 1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이들의 참여와 동시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재계에서는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 비리가 만연한 까닭에 대해 “재벌가에 태어나 부족함이나 고생 없이 자란 탓에 손쉽게 돈을 벌고자 하기 때문”이라며 “그에 따른 서민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경향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또 이 ‘못된 황태자’들 사이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처벌 수위가 가벼워 근본적인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현행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부당이득을 취한 사람은 최고 3배까지 벌금을 물도록 돼 있지만 하한선이 없어 실제 벌금은 57% 수준에서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미투자자 등 선의의 투자자들이 입을 막대한 피해에 비하면 가벼운 처벌이다. 때문에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처벌 강화 시급

증권계 관계자는 “주가조작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며 죄질이 나쁘고 적발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며 “화이트칼라에 의한 지능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경제범죄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해와 주가조작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벌에는 크게 금감원의 행정제제와 검찰, 법원의 형사처벌, 피해투자자들의 민사소송 등이 있다”며 “이 3가지가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범죄예방효과를 발휘하는데 우리나라는 적발 이후 부당이익을 몰수하는 것도 아니고 처벌도 대부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금감원의 행정제제는 물론 법원의 처벌도 더욱 강화돼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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