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A그룹의 이유있는 여유

2010.06.29 09:45:34 호수 0호

검찰? 국세청? ‘다 덤벼!’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A그룹이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검찰과 국세청의 심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유가 넘친다. 오히려 언론 등에 호들갑 떨 거 없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A그룹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A그룹의 ‘믿는 구석’을 들춰봤다.


세무조사·수사 ‘외풍’… 전방위 압박에 자신만만
줄 댈 거물급 인사들 대거 영입 ‘만반의 대비 태세’


A그룹은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4월 사전예고 없이 조사요원들을 A그룹 사옥에 투입해 회계장부 등 주요 서류 일체를 영치해 갔다. A그룹 측은 “정기적인 단순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팀이 ‘대형사건 전담반’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란 점에서 심상치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믿는 구석’ 있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은 심층·기획 등의 특별 세무조사를 주로 전담하는 특수조직으로 사실상 국세청장의 직할부대다. 1, 2, 3국은 보통 일반 세무조사를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닌 4국이 직접 세무조사를 진행한다면 뭔가 특별한 의미나 배경이 있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과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속히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귀띔했다.

A그룹은 세무조사 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도 받고 있다. 모업체를 인수하면서 불거진 채무 탕감, 자금 동원, 헐값 매입, 인허가 특혜 등 여러 의혹과 관련해서다. A그룹과 이 업체는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주고받았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등 수사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무차별적인 사업확장 등 그저 돈벌이에만 혈안인 A그룹의 횡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물리적 충돌은 물론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외풍’에 시달리고 있는 A그룹은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검찰과 국세청의 심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유가 넘친다. 오히려 언론 등에 호들갑 떨 거 없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A그룹 한 직원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알겠지만 별로 문제될 게 없다”며 “세무조사는 때 되면 하는 것이고 수사도 고소·고발이 접수돼 할 수 없이 확인하는 차원으로 대수롭지 않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선 A그룹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영입한 검찰,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는 얘기다. 실제 대기업 가운데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그룹 집단에 속하는 A그룹은 법조계 거물들을 등기임원으로 잇따라 영입해 시선을 모았다.

그룹 지주회사는 전 법무연수원장과 대형 로펌 대표변호사를 지낸 인사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감사 역시 대형 로펌 출신의 변호사가 맡고 있다. 이외에도 주요 계열사엔 한두 명의 거물 법조인이 사외이사 등의 명찰을 달고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사외이사를 처음 도입, 의무화하고 있다. 초창기만 해도 주로 학계, 시민단체 등의 인사가 선임됐다.

그러나 갈수록 법조계 출신들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당연히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보험용’내지 ‘로비용’으로 전락할 우려 탓이다. 사외이사가 기업과 정관계 고위층을 연결하는 ‘중간다리’란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경제개혁연대는 “기업이 ‘힘 있는’사외이사를 영입하는 것은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동시에 ‘전관예우’효과를 볼 심산”이라며 “그 중에서도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들이 많은 기업들은 현재 지배주주 또는 회사가 민형사상 문제가 있는 곳으로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A그룹은 국세청 쪽으로도 이미 줄을 대놓은 상태다. 올초 영입한 전직 국세청 고위 간부 B씨가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A그룹은 B씨를 고위 임원으로 선임했다. B씨는 국세청에서 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국내 최대 법무법인 고문으로도 있었다. A그룹 오너가 B씨를 영입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차례 고사했던 B씨는 오너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A그룹은 “B씨의 경력과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며 “그룹의 재무, 인사를 총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그의 역할을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B씨가 맡은 특별한 임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와 연관 짓는 시선이 적지 않다.

‘방패’역할 할까

재계 한 호사가는 “이례적으로 고위 임원을 외부 수혈한 A그룹이 B씨에게 회사의 핵심 부분을 맡겼겠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세무조사를 나몰라할 수 없지 않겠냐”며 “아무리 현직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영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풍을 막기 위한 방패용까진 아니더라도 국세청과의 관계를 고려한 영입이란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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