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월 전당대회 숨은 전술전략 셋

2010.06.29 09:30:45 호수 0호

자리 잡고 총알 모아 표적 향해 ‘탕!탕!탕!’



한나라당 차기 당권경쟁이 한창이다. 대표 최고위원을 비롯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뽑는 이번 전당대회에는 10여 명이 넘는 당 안팎 인사들이 뛰어들었다. 일찌감치 당대표 자리를 눈여겨봤던 중진급 인사들은 물론 지방선거 패배 후 당내에 불어 닥친 당 쇄신과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도전장을 내민 초선 의원,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이들까지 면면도 화려하다. 이들은 14일 치러질 전당대회를 위해 출마선언과 함께 대의원들의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정가도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숨은 속내를 짚으며 당권경쟁의 당락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당대표, 최고위원 노리고 중진부터 초선까지 넘치는 도전장
국회 앞에 둥지 튼 전당대회 출마자들, 명당 누가 차지했나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사표를 낸 이가 있는가 하면 난립하는 후보군에 눈치를 살피며 막판 합류를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금 이르거나 조금 늦게 선거판에 뛰어들었을 뿐 차기 당권을 둔 경쟁은 이미 한껏 달아올랐다.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출마선언을 시작으로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소 개소식 등 선거철마다 계속돼 온 ‘행사’ 일정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선거운동을 펼칠 둥지를 트는 작업을 예사롭게 넘기지 않는다. 어디에 자리를 잡느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선거사무실로 정하는 곳은 대부분 여의도 국회 건너편에 있는 빌딩들이다. 국회와 가까워 출마자 본인은 물론 언론과의 접근이 용이할 뿐 아니라 나름의 ‘사연’을 가진 빌딩들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중에서도 이른바 ‘명당’이라고 불리는 자리들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값이 껑충 뛰는 일이 예삿일일 정도로 정치인들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하빌딩’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순 전 서울시장, 고건 전 서울시장이 입주, 각각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 승리한 곳이다. 여기에 “제왕지기가 서린 곳”이라는 유명 역술인의 말까지 있어 선거 때면 입주를 원하는 정치인들로 시끌벅적하다.

명당에 자리 잡으면
앞 일 술술 풀린다?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이해찬, 김두관, 김혁규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사무실을 차리기도 했다.


지난해 전당대회 철에도 박희태·정몽준·허태열·공성진·김성조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자들과 추미애·정균환·김민석·이상수·문학진 후보 등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자 등 10여 명이 이곳을 ‘둥지’로 선택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속속 선거캠프가 차려지고 있다. 안상수 의원은 용산빌딩 701호에 입주했다. 용산빌딩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경선 캠프로 삼았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후 박근혜 전 대표와의 치열한 경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다.

정두언 의원은 대신빌딩에, 홍준표 의원은 성우빌딩에 선거사무실을 차렸다.

조전혁 의원실은 “선거캠프는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이라며 “기존의 다른 후보들과 똑같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출마자들 사이에서도 굳이 여의도에 선거 캠프를 두는 것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대의원들을 상대하는 만큼 굳이 여의도에 차릴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마자도 “명당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다른 빌딩이나 지역구 근처에 선거사무소를 차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건너편에 자리를 잡는 것이 활동이 수월하기는 하지만 선거철을 맞아 선거캠프를 차리려는 이들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조건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한 의원실 보좌관도 “출마선언 직후부터 계속해서 알아본 덕분에 계약을 성사시킬 만한 곳을 찾았다”면서도 “단기간 사무실을 임대하려다 보니 조건이 맞는 곳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선거사무소를 차린 출마자들의 다음 코스는 ‘출판기념회’다. 각종 선거가 치러지기 전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은 이제 정치권의 전례가 됐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기도 한다.

출판기념회는 정가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자기 홍보를 하고 세를 과시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리를 통해 출마 의중을 밝히거나 아예 선언할 수도 있다. 또한 출판기념회를 통한 수입은 합법적 정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니 너도나도 출판기념회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것.

정가 한 인사는 “선거를 준비하는 이들 상당수가 출판기념회를 ‘필수코스’로 여기다보니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라고 하면 ‘출마기념회’라고 받아들이는 일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책 펼쳐 들고
선거 총알 마련 나서

이번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변함이 없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6월16일 출판기념회를 통해 전당대회 출마 의지를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정치를 보다 풍요롭게 하고 정치의 품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불쏘시개가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 김덕룡 대통령국민통합 특보, 현인택 통일부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장석춘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광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산악인 엄홍길씨 등이 참석했다. 

안상수 의원도 지난 6월23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지난 1년 동안 최고회의·원내대책회의·주요당직자회의 등에서 발언한 내용을 엮어 만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출판기념회는 정치권의 대규모 행사로 시선을 모았다. 조윤선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 박희태 의장과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상득 전 의원, 정의화 국회부의장, 김무성 원내대표 등 전·현직 한나라당 의원 120여 명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등 민주당 의원들도 20여 명, 김덕룡 민화협회장, 조계종 혜인 스님 등 외빈 2000여 명이 참석했던 것. 한나라당 창당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행사에 정가 안팎이 들썩였을 정도다.

덕담도 쏟아졌다. 박희태 의장은 “솔직히 말해서 전당대회를 하나마나 당대표는 안상수 의원이 당선된 것 아니냐”고 했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안 전 원내대표가 아니라 안 대표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안 의원의 팬클럽 ‘상수사랑’의 창립식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9일 창립발기인대회를 마친 바 있는 ‘상수사랑’은 이날 정식 발족과 전국적인 조직으로의 출범을 알렸다.

홍준표 의원은 지난 6월2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자서전 ‘변방’의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날 출판기념회를 가진 ‘변방’은 지난해 11월에 나온 책이라 출판기념회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 과시와 경선비용 마련에 쓰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는 국회의원의 경우 선거일 90일 전부터 출마예정자가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당내 선거에는 특별한 규제를 할 수가 없다”며 “후원회처럼 출판기념회에서 모아진 돈이 얼마인지 신고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둥지를 틀고 총알을 마련해도 국회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대의원 등 전당대회의 표를 쥐고 있는 이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출마자들이 가장 먼저 공을 들인 것은 계파간 내부 교통정리다. 후보가 난립하면서 선거전이 혼탁·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당선권 내에 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게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
친이계에서는 안상수·정두언 의원과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범친이계에서는 홍준표·남경필 의원과 초선의 김성식 의원으로 압축되어가는 모양새다. 진수희·나경원·이은재 의원은 여성 최고위원 몫의 친이계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도 중진들을 중심으로 교통정리에 나섰다. 하지만 서병수·김태환·주성영·유정복·이성헌·한선교 의원 등 출마자들이 넘쳐 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친박계 중진인 홍사덕 의원은 “영남권과 수도권에서, 그리고 아래(청년)와 위(중장년) 기준으로 각 1명씩 총 2명을 낼 생각”이라면서 “조직에 강한 후보로 의견이 조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친박계 이혜훈 의원이 수도권과 여성 몫의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의원 표심잡기
그때그때 달라요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투표권을 가진 이들을 한사람 한사람 만나보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출마자들이 걸러지지 않으면서 당 일각에서 돈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만고만한 후보들 여럿이 전당대회에 뛰어듬으로 인해 선거 승패가 선거기간 쓴 돈으로 갈릴 수 있게 됐다는 것.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쓰는 선거비용이 상당하다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깊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최고위원 출마비용이 최소 2억원 가량이다. 최고위원 출마를 위해 70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하고 홍보물제작 등 기본비용이 500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당한 비용이 나가게 되는 것. 여기에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하루하루 ‘돈 먹는 괴물’을 키우는 셈이라는 게 정가 인사들의 전언이다. 표를 가진 전국 대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돈 선거가 횡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했던 것.

실제 이러한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자 당내에 ‘돈 선거 경계령’이 발령됐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지난 6월21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며 “과거 당내 경선에서 일부 보여 왔던 구태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관행처럼 행해졌던 권력 과시용 줄 세우기, 술과 밥 사기, 골프 스폰서 등으로 표를 얻으려는 돈 쓰는 선거 운동은 결코 안된다”며 “후보들도 이런 구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온정주의를 철저히 배격하고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엄격한 경선 관리, 새로운 선거 풍토 조성을 이번 전당대회의 첫번째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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