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월드컵 이해득실

2010.06.29 09:23:31 호수 0호

월드컵 열기 속 냉수·온수 ‘벌컥벌컥’


월드컵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 명암이 갈리고 있다. ‘월드컵 효과’로 쏠쏠한 재미를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월드컵으로 옮겨간 시선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이도 생긴 것. 이들은 월드컵에 출전한 대표팀의 땀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월드컵 이후 웃고, 우는 정치권의 표정을 들여다봤다.


월드컵 유치전 뛰는 정몽준, 이기고 유치하면 주가 ‘쑥쑥’
정세균 ‘이대로 전당대회까지’ 벙어리 냉가슴 앓는 정동영


월드컵이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남몰래 미소를 짓거나 한숨을 쉬는 정가 인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월드컵으로 쏠리면서 이해득실이 생겨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몽준 전 대표나 정세균 대표, 안상수 의원 등에게는 월드컵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인 수세에 몰려있었지만 월드컵으로 시선이 분산되면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

정 전 대표는 6·2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3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그는 2010 월드컵 개최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길에 올랐다. FIFA 부회장(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자격으로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길을 나선 것이다.

속으로 ‘방긋’ 표정관리 중



정 전 대표는 지방선거 지원유세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인 지난 6월5일부터 유치전에 돌입했다. 그는 “2022년 월드컵 유치 활동을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서 “선진국들이 다 월드컵을 유치하려 하니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해놓고 왜 또 하려 하느냐 묻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때는 일본과 관계개선 하려고 한 것이며, 절반밖에 못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단독으로 개최하려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또 “지금 남북관계가 안 좋은데, 12년 뒤 전세계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해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FIFA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정가 일각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정 전 대표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월드컵을 통해 인지도를 높여온 데다 2022 월드컵 유치에 성공할 경우,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까지 하며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인 정치적 위치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팀이 월드컵 사상 첫 원정16강 진출에 성공, 정 전 대표의 월드컵 유치전에 힘을 보태면서 이 같은 관측은 가능성을 키워가고 있다.

정 대표와 안 의원도 월드컵의 수혜를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야권 승리로 마무리된 지방선거 이후 비주류 진영의 거센 포화 속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월드컵 열기가 한층 가열되면서 비주류 진영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묻혀버린 것. 이로 인해 정 대표는 7월 재보선과 이후 치러질 전당대회를 위한 포석을 다질 시간을 벌게 됐다. 안 의원도 마찬가지다.

봉은사 사태로 수세에 몰렸던 안 의원은 천안함 사태와 월드컵이 연이어 초대형 이슈로 자리매김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인 안 의원은 출마선언 직후 봉은사 사태와 관련, “내용이 오래돼 자세히 기억하기 힘들지만, 사실이라면 명진스님과 봉은사 신도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는 것으로 그간의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이 외에 ‘당대표 추대론’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근혜 전 대표나 당대표직을 사임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월드컵 효과’로 웃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월드컵 효과로 당대표 추대론이 큰 잡음 없이 사그라졌으며 이 대표는 당대표직 사임 후 열흘 만에 당무에 복귀했다. 반면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이나 민주당 비주류 진영은 속만 끓이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 출마자들은 14일 치러지는 전당대회가 관심 사안에서 밀려났다는 것 때문에, 민주당 비주류 진영은 당 쇄신 목소리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 의사를 표한 이들이 상당하다. 대표 최고위원을 포함해 5명의 선출직 최고위원을 뽑는데 15명 이상이 출사표를 빼들어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반면 월드컵으로 인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당원들 사이에 지지기반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초선 의원들의 경우 출사표를 던지고도 고민이 적지 않다는 게 정가의 전언이다. 민주당 비주류 진영도 ‘당 쇄신론’이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후 ‘쇄신연대’를 출범하고 정 대표 등 지도부 임기가 끝나는 6일 직후 전당대회를 위한 임시 지도부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당권 투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7월 재보선 이후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지만 정 대표 체제로 7월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비주류의 쇄신론이 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한 데다 월드컵 열기가 지속되면서 전당대회에 출마, 정 대표의 연임을 저지할 ‘정세균 대항마’의 도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담대한 진보론’으로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지방선거와 월드컵으로 내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의 직접적인 영향력은 정 대표에게 미치고 있으며 “지방선거 이후 민심은 민주당에 새로운 정체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중도 진보’에서 ‘진보’로 확실히 변해야 하며, 연합·연대의 틀을 유지하고, 평화와 복지를 축으로 하는 진보 담론이 당의 노선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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