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 (30) 이배식 바이뉴테크먼트 대표

2015.06.29 19:05:19 호수 0호

280만평 부동산 개발이익 어디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정부는 항상 세수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돈이 없다"면서 만만한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기 일쑤다. 그런데 정작 돈을 내야할 사람들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40조원에 이른다. <일요시사>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범을 추적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30화는 372억4900만원을 체납한 이배식 바이뉴테크먼트 대표다.



1997년 7월 서울 종로3가의 랜드마크 국일관 부지에서 성대한 기공식이 열렸다. 이날 북두칠성그룹 회장 이배식씨(이하 이배식)는 '국일관프라자'(드림팰리스) 착공을 앞두고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해 테이프를 끊었다. 이로부터 2년 뒤 옛 국일관 터에 연면적 7600여평, 지하7층 지상15층 규모의 대형 복합 테마빌딩이 들어섰다. 이배식과 구분소유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정부 당국이 얽힌 오랜 법정 분쟁의 시작이었다.

국일관 분쟁

이배식은 1950년 1월생으로 종합 부동산 개발업체 북두칠성그룹 회장을 지냈다. 북두칠성그룹은 1990년대 후반 BS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BS그룹에는 부동산컨설팅회사인 ㈜북두칠성을 비롯해 남양관광 등 5개 계열사가 있었다. 이들 회사는 말이 계열사일 뿐 실은 독자사업을 할 수 없는 서류상 회사에 속했다.

당시 이배식은 브리오넥스빌이라는 시행사도 함께 운영했다. 브리오는 불어로 활기, 넥스빌은 차세대 아파트를 뜻했다. 브리오넥스빌은 경기도 파주와 남양주 일대에 주거용 아파트를 분양하는 업체였다. 브리오넥스빌이 시행한 프로젝트 역시 실패로 끝났다.

전남 해남 출신인 이배식의 성장 이력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을 수료한 것이 서류상으로 공인된 마지막 이력이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배식은 굉장한 자산가로 소개돼 있다. 1980년대 초 '옹달샘'이란 생수회사를 차릴 작정으로 회사를 경영했고, 무역업 등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이 기사의 골자다.


이배식은 동대문을 상징하는 쇼핑몰인 밀리오레의 기획과 분양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의 성공을 발판삼아 1997년에는 경매에 나온 명동 코스모스플라자를 낙찰 받았다. 해당 건물을 세계적인 금융센터로 리모델링해 분양 수익을 올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당시 이배식은 토지 및 건물 낙찰가 611억원과 건물세입자 임대보증금 600억원 등 모두 1300억원을 명동에 쏟아 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 운용 가능한 자산은 1300억원에 턱없이 모자랐다. 은행 대출금으로 때운 것인데 이마저도 잔금을 치르지 못해 1998년 낙찰이 취소됐다. 앞서 건물 입주상인들은 이배식의 재개발 계획에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같은 기간 이배식은 종로 국일관 일대 건물과 부지를 280억원에 인수했다. '드림팰리스'란 이름으로 대형 건설공사를 추진했다. 기존 국일관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선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래도 이배식은 꿋꿋이 사업을 밀고 나갔다. 건물 준공이 이뤄진 해에는 광주·전남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에 1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고 홍보했다.

이 무렵 이배식은 국내 100대 기업 진입을 목표로 수십개의 회사를 연달아 설립했다. 금라개발, 왕건설 등 건설업체와, 왕캐피탈, 왕창업투자개발, BS리츠 등 금융업체, 왕무역과 생명수, 홍익신문사 등을 소유했다. 그러나 이배식은 자신과 계약한 용역업체 및 우회 고용한 국일관 종업원들에게 하도급 대금과 임금을 지불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였다.

서울에서의 분양사업이 난항을 겪자 이배식은 대전에서 또 다른 부동산 개발을 추진했다. 자신이 직접 이름을 붙인 쇼핑몰인 '올리비아'를 시행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알려진 공사규모는 국일관 재개발과 비교해 2배 이상 컸다. 그러나 이배식은 공사를 진행할 여윳돈이 없었다. 은행권의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이배식은 자신 명의의 재산을 모두 차명으로 빼돌려 압류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서울시 36억원 국세청 336억3800만원
국일관 개발 과정서 분양사기 치고 잠적

이배식이 부족한 자금력에도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토지사용료가 있다. 이배식은 분양 과정에서 구분소유주에게 대지권을 넘겨주고 토지사용료를 받았다. 국일관의 경우엔 40년분의 토지사용료를 선납입 받았다. 소유주들은 건물의 부동산 가치가 뛰었을 시 대지권을 활용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일종의 부동산 투자로 간주한 셈이다.

문제는 토지사용료를 넘겨받은 회사가 바이뉴테크먼트라는 데 있다. 바이뉴테크먼트는 부동산 업체이면서도 자산이 없었다. 이 회사의 대표 역시 이배식이었다. 바이뉴테크먼트는 2001년 12월11일 은행 모든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이배식은 다음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 조치됐다. 용역업체인 A사에게 약속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였다. 뿐만 아니라 이배식은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의 임금을 채불한 채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단 직원부터 임원까지 모두 피해자였다. 시중에선 이배식이 해외로 도피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국일관을 떠난 이배식은 10년 넘게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최종 납부기한은 2003년 12월31일이다. 이배식은 2001년부터 양도소득세 등 6건의 세금을 체납했다. 국세청이 거둘 세금은 110억7500만원이다.


이배식이 대표로 기재된 바이뉴테크먼트도 고액체납자 명단에 올라 있다. 2000년부터 근로소득세 등 13건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납부기한은 2004년 11월30일이다. 확인된 체납액은 225억6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바이뉴테크먼트는 서울시에도 세금을 체납했다. 2003년 6월부터 주민세 등 34건의 지방세를 회피했다. 서울시가 징세할 세금은 36억1100만원이다.

이배식의 주소지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한 빌라로 확인된다. 지난해 기준 건물 감정가는 4억원 수준이다. 이배식은 오래 전 이사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과세당국은 이배식의 회사 등으로 공시송달을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바이뉴테크먼트는 종로구청이 부과한 교통유발부담금 등도 내지 않았다. 전국 곳곳에 280만평의 부동산을 갖고 있다던 이배식의 재산은 오리무중이다.

국일관 새 건물은 바이뉴테크먼트가 폐업한 후 끊임없는 부침을 겪었다. 구분소유주들은 과세당국의 공매 절차에 반발했다. 건물이 매각될 경우 기존 대지권 등을 인정받기 어려운 까닭이었다.

감정가만 424억원에 달했던 부동산 가치는 날이 갈수록 하락했다. 자체 조합 대표가 74억원가량에 낙찰 받았지만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고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국은 최저 입찰가를 63억원으로 설정하고 재공매에 붙였다.

2009년 8월에는 부동산 중개업체 G사가 국일관 터를 매수했다. 공매 당시 토지만 매입했고, 건물의 대지권은 매입하지 못했다. 현재 구분소유주들은 대지권을 인정받기 위해 바이뉴테크먼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산 은닉?

관련 땅의 원소유주는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알려졌다. G사 매입 당시 '강남 땅부자' 오모씨는 이 땅을 본래 자신이 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바이뉴테크먼트, 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별렀다. 자신의 땅을 사고판 모든 행위가 무효라는 취지였다.

국일관을 둘러싼 여러 민사 소송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실패한 개발사업이 남긴 뒤처리로 법원은 매일 북새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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