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카스 미스터리’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셋>

2010.06.29 09:12:14 호수 0호

‘이말 틀리고, 저말 다르고…’

오비맥주 제품인 카스(생맥주)의 이물질·이취 의혹(본지 753호 참조) 사건에 대한 미스터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비맥주의 자체 분석 과정에서 또 다른 의문점이 불거졌다. 고개를 갸웃케 하는 대목은 앞서 <일요시사>가 제기한 원인 불명 논란 이외에 3가지로 요약되는데 이는 모두 은폐 의혹과 맞물린다. 취재 도중 새롭게 떠오른 의문점 세 가지를 짚어봤다.

연구소 이물질·이취 분석 과정 ‘구멍 송송’
앞뒤 맞지 않는 의문점들…은폐 의혹 맞물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민모씨가 치킨과 함께 배달시킨 맥주에서 이물질·이취를 감지한 것은 지난 5월18일 오후 9시께다. 민씨는 곧바로 해당 점포에 항의했고, 이틀 뒤 맥주 제조사인 오비맥주와 점포 본사인 훌랄라치킨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첨단 전문 장비를 갖추고 있는 본사 연구소에서 문제의 맥주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리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의문1>분석 날짜



오비맥주가 밝힌 대로라면 분석 결과는 5월27일 이후에나 나왔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25일까지만 해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오비맥주 측의 당초 설명과 달리 분석 결과는 이미 나온 상태였다. 오비맥주 자체적으로 이천공장 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한 당일인 5월20일자로 ‘고객 품질 불만족 사항 분석 결과’란 제목의 통지문이 작성된 것. 오비맥주 관계자가 분석이 끝난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또 식·음료 제조사들의 클레임(고객불만) 제품 분석이 보통 일주일 이상, 길게는 수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단 하루 만에 조사를 마친 것도 석연치 않다. 주류업체 관계자들 역시 매우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측은 “고의적으로 숨기거나 모른 척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클레임 건이 밀려있으면 그만큼 시간이 지체되지만 요즘 그렇지 않은데다 민감한 사안으로 판단해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긴급요청 시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아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오비맥주 연구소가 분석한 케그(생맥주통)를 두고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자에게 배달된 맥주가 들어있었던 케그가 맞느냐는 것이다. 민씨는 성분 조사 의뢰를 위해 자신이 마신 케그의 보관을 업주에게 당부했지만, 오비맥주 유통 담당자는 다짜고짜로 케그를 수거해갔다.

문제는 케그의 잔량이다. 업주가 넘긴 케그와 연구소에 접수된 케그의 맥주잔량이 큰 차이를 보인 것. 실제 업주의 주장과 연구소가 작성한 통지문 내용은 서로 엇갈린다.

<의문2>케그 잔량

업주는 오비맥주 측이 수거한 케그가 거의 새 제품과 다르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총 2만㏄ 중 3000㏄만 판매했다는 게 업주의 주장이다. 결국 해당 케그엔 1만7000㏄ 안팎의 맥주가 남아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업주는 “소동이 벌어졌던 그날은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며 “피해자의 항의를 받고 케그를 빼기 전까지 피해자가 배달시킨 2000㏄와 두 명의 홀 손님이 주문한 500㏄ 두 잔이 전부였다”고 기억했다.

반면 오비맥주 연구소에 접수된 케그엔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통지문에 따르면 오비맥주 이천공장에서 분석한 샘플은 개봉된 상태로 약 1/5 정도만 남아있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업소에서 케그를 수거한 유통 담당자를 통해 남은 맥주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케그가 바뀌었을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그럴 리 없다. 오비맥주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어떻게 보고 그러냐”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오비맥주가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은 점이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오비맥주는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부유 물질이 발견됐지만, 케그 수거와 자체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더구나 오비맥주 관계자들은 문제의 맥주에서 나는 심한 이취를 직접 확인·시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7월 일부 제품에서 젖산균이 검출돼 이 사실을 우선 국세청에 신고한 뒤 원인 규명 작업을 벌인 적이 있다.

현행법상 주류 제조업체들은 소주나 맥주에서 신체를 상하게 하거나 혐오감을 주는 이물질이 발견됐을 때 식약청 등에 반드시 자진 신고해야 한다. 식약청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주류 제조업체에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6월 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주류의 제조·저장·이동·원료·설비 및 가격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술 안전관리 업무는 국세청이 관할하다 지난 달 식약청으로 이관됐다.

<의문3>당국 신고

오비맥주 관계자는 “부유물은 케그 외부의 온도변화가 심하면 생길 수 있는 혼탁으로 밝혀졌다”며 “맥주 자체의 성분들이 혼합 응고돼 유기물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현상인 혼탁은 불순물이 아닐 뿐더러 인체에도 무해하기 때문에 자진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검사에서 맥주의 품질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나타났고, 관능검사에서도 이취를 감지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으면 신고하려고 했지만 문제가 없으니 된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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