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사냥 나선 ‘MB남자’ 이재오 행보 추적

2010.06.22 09:19:28 호수 0호

MB 특명 “당 휘어잡고 싹은 잘라라(?) ”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한나라당 재건의 깃발을 치켜들었다. 당권을 장악하고 7월 서울 은평을 재보선에 출마하는 두 마리 토끼사냥에 나선 것. 먼저 당 대표 자리를 꿰찬 후 재보선 당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면에는 지난 6·2 지방선거 패배로 고립무원에 처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시 힘을 실어주는 한편, 다가올 대선과 총선에 대비, 친이계 인사들의 단결을 도모하라는 이 대통령의 특명이 있지 않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오, MB 정권 후반기 역할론 대두
은평을 재보선 MB·반MB 대리혈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라디오 연설에서 ‘젊은 정당론’을 언급했다. 이에 7월14일~15일 열릴 예정인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대교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친이계 정두언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대교체와 보수혁신, 그리고 당 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데 앞장서고자 한다”며 당 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친이계에서는 원내대표를 지낸 안상수·홍준표 의원(4선)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심재철(3선)·이군현·박순자·전여옥(재선) 의원 등도 출마를 고려 중이다. 친박계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출신인 서병수 의원(3선)을 비롯해 이성헌·이혜훈·한선교(재선) 의원 등의 출마설이 돌고 있다. 중립진영에서는 남경필(4선)·권영세(3선)·나경원(재선)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 초선의 김성식·황영철·홍정욱 의원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젊은 정당론 연막
이재오 당권 잡기 초읽기

이같이 ‘젊은 정당론’을 기치로 한 소장파들의 전대 출마가 잇따른 배경은 각각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대주주’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당권 도전에 안 나선다’는 뜻을 밝힌 것에 기인한다.


이 위원장은 선거 패배 직후 전당대회 불출마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여권이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의 싹을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연일 기자들의 질문에 불출마를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세대교체론에 따른 당권 도전이 박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 16일 라디오 방송에서 “지방선거 패배 책임이 있고, 청와대 말 잘 듣는 소위 ‘MB세대’들이 쇄신하겠다고 나온다면 눈속임일 뿐 세대교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세대교체론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일리 있는 해석”이라고 말했다.

과거엔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말고 누가 있어’라며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이젠 달라졌다는 것. 지방선거에서 뜬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예다.

하지만 ‘박근혜 대표론’이 친이와 친박, 양쪽에서 솔솔 거론되면서 이 위원장의 당권 잡기가 사실상 시작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친이계 중심의 지방선거 주도가 패배로 끝나면서 당·청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인물이 이 위원장 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 2년 뒤 총선의 공천권이다. 마지막은 아직까지 뚜렷한 공적이 없는 이 대통령이 추진할 사업을 연결할 차기 대권주자다.

친박계나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향후 정국 운영이 이 대통령 뜻대로 운영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을 재보선 마무리
야권, 후보단일화 등 공격준비

실제로 이 위원장의 은평을 재보선 공략은 마무리 단계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 봉산 정상에 위치한 방공진지 철거를 요청하는 집단민원을 해결하면서 ‘역시 이재오’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5년 이후 예산 상의 문제로 방치되어 온 ‘봉산 방공진지’를 민원 제기 한달 만에 주민들의 요구사항으로 조정안을 이끌어 냈다.

이 위원장의 은평을 재보선 출마는 지난해부터 예상됐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판결 기일이 9월에서 10월로 변경되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28일 수원 장안 등 전국 5군데에서 열린 재보선에 은평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9월29일 이 위원장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내정했다. 인선 배경은 “국회와 당의 주요 보직을 맡는 동안 보여준 개혁성·청렴성·리더십으로 국민고충·부패방지·행정심판의 3개 기관을 통합한 조직을 효과적으로 잘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은평을 재보선에 앞서 청렴과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자는 전략이다.

이 위원장은 6월 내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나와 본격적인 행보를 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를 당선시킨 것에 대한 후회의 목소리가 높고, 그동안 호남과 연관이 있는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의 물밑작업도 한창 진행된 상태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표가 한나라당에 비해 많이 나온 점을 고려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은평을 지역출신 인구 비율이 호남(35%)과 충청(20%)이 절반을 넘는다는 점도 문제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으로 돌아선 은평을 민심이 ‘이재오’라는 인물에게 어느 정도 힘을 주겠냐는 것이다.


야권의 후보단일화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현재 은평을에선 출마 후보들이 넘쳐난다. 민주당에선 고연호 지역위원장, 장상 최고위원, 시의원을 지낸 송미화씨, 언론인 출신인 최창환씨가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윤덕홍 최고위원도 출마를 선언했다. 김근태 고문은 주변에서 출마 권유가 쏟아지고 있다. 민노당은 이상규 서울시당위원장이, 창조한국당에선 김서진 최고위원 등이 준비중이다. 이외에도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 위원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로 가지 않겠냐는 예측이다. 8곳의 선거구 중 은평을만 이기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MB의 남자 이 위원장이 갖는 중요도가 높기 때문이다.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이 위원장이 정권 후반기 자신의 역할을 염두에 두고 우회가 아닌 정면돌파를 선택한 상황에서 재입성에 성공할 지 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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