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뒤를 쫓고 있다”…‘피해망상’주의보

2010.06.15 09:58:11 호수 0호

자신의 결함·적개심 불만·남에게 투사…자해·타해키도

박모(55·여)씨는 “대학생 아들이 밖에 나가지도 않고 밖의 동정을 살피는 듯한 눈치를 많이 받았다”며 “이유를 묻자 어느날 검정 양복을 입은 남자가 내 뒤를 쫓고 있다는 발언을 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의 상태가 심각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피해망상이었다고 토로했다.

최모(30·남)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테니스 코트장에 나가지 않아서 물어봤더니 xxx출신 사람들이 모여서 수근대고 자기를 욕한다는 것이었다”며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고 평소 달라진 아버지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박씨의 아들이나 최씨의 아버지처럼 가족 중의 한 사람이 피해망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 전문의들은 지체말고 병원에서 전문의와의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고했다.



그릇된 신념에서 출발

피해망상이란 정신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망상의 종류 중 하나이다.

이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쫓기고 있다거나 주변에서 피해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그릇된 신념에서 출발한다.

이런 피해망상은 자신의 결함, 적개심, 불만이 남에게 투사됨에 의해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가족 중의 한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중앙대병원 정신과 박두병 교수는 “피해망상은 대개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많이 발병하고 시기적으로 조기 성인기나 후기 청소년기에 흔히 발병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때 사람은 위축되고 말 수도 줄어들고 누군가를 경계하며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든지 방어적인 태세를 보이며 ‘사회 은둔’을 하기도 하고 피해를 받고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환자들은 자기를 미행한다거나 자기를 죽이기 위해 음식에 독을 탔다거나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망상은 정신분열병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지만 양극성 장애(조울증), 우울증, 망상 장애, 뇌의 손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 장애, 치매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전문의들는 “본인 스스로 자신이 피해망상임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는 경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가족, 친구, 동료와 같이 가까운 사람이 피해망상이 의심될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기 빠를수록 예후 좋아

피해망상 환자에 대한 치료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계요병원 정신과 박주언 과장은 “정신분열증에서 온 피해망상인 경우 환자 스스로는 자신이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고 한국의 정서상 여전히 가족 중 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다니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경우에 따라 환자 가족 중의 한 사람도 피해망상 증상이 있을 경우 환자의 피해망상 발언에 동조함으로써 발견 시기뿐만 아니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할 수 있다.

전문의들은 “그러므로 그 잘못된 생각이 피해망상이 맞는지, 피해망상을 불러온 기저질환은 없는지 찾아내 치료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우에 따라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증상이 악화되기 마련이다. 증상이 악화되면 자해, 타해의 위험이 있는 행동 문제가 수반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입원치료가 요구되기도 한다.

주된 치료방법은 약물 치료로 일반적인 경우에 항정신병 약물이 주로 사용되며 약물 치료와 함께 정신 상담치료와의 병행이 도움이 된다.

이어 박 과장은 “보통 1~2주 또는 3~4주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하며 환자 상태를 지켜보며 남을 공격하는 성향의 환자의 경우 입원을 시켜 가급적 빨리 안정을 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족들한테까지 공격성을 보인다면 가족들의 면회를 제한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양대병원 정신과 오동훈 교수는 “일단 병 자체가 너무 생소해서 병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병원을 이쪽저쪽 찾아다니다가 환자의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며 “담당의사와 상담 후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