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탁의 정석투자> 일층 밑에 지하실 있다

2015.06.03 18:02:47 호수 0호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따지는 판단 기준이 되는 지표 중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라는 지표가 있다. 어느 기업이 돈을 잘 벌어 순이익이 늘어 나면 순이익을 발행 주식수로 나눈 의미의 주당 순이익(EPS, earning per share)이 늘어 나는데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내는 것이 PER이다.



그래서 한 주당 벌어 들이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으면 저 PER주라 하여 매수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언뜻 봐서는 그럴싸하지만 저 PER 만을 기준으로 해서는 높은 기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PER가 탁월한 투자 수익률의 열쇠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현재는 PER가 낮은 종목이라고 해도 순이익이 감소한다면 향후 PER가 높아지게 되므로 저PER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 고 PER주가 많아진다.

만약 저PER의 절대 기준을 가지고 저평가 주식에만 투자한다는 원칙 때문에 고 PER주에는 투자를 안 한다면 모처럼의 강세장에서 소외되게 된다. 반대로 약세장에서는 경기 민감주를 제외하고는 많은 주식이 저PER가 된다.

이런 경우 매수 이후 PER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경우 추가 매수하면 손실이 급증하게 된다. 주가는 순이익(또는 영업이익) 자체보다는 그것의 증가율에 따라 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PER주는 성장주이고 소위 대박 종목은 이러한 성장주에서 많이 나오게 된다.

워렌 버핏의 오랜 동반자인 찰리 멍거는 좋은 실적을 거둔 기업에 대해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이와 유사한 원리로 소재와 산업재 분야로 분류되는 조선, 화학, 철강 등의 씨크리컬(cyclical, 경기순환형) 업종의 경우 역설적으로 ‘고PER에 사서 저PER에 팔아라’라는 말을 한다.


호경기에는 순이익 증가율이 높으니 주식을 사서 고PER를 유지하는 기간의 주가 상승세를 향유하다 순이익 증가가 막바지에 다다르면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며 저PER가 되는 시점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 성장의 큰 축을 차지했던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업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충분히 하락하여 저PER 상태가 되었다고 해당 업종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폭락하며 지하 갱도로 내려 가는 주가를 보며 망연자실한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충분히 담금질을 거친 데다 엔화 약세로 날개를 단 일본 기업들 그리고 뛰기 시작하는 중국 자동차 산업으로 인해 산업 전망이 어두운 탓에 언제까지 어느 정도 하락할지 예측이 어려운 형국이다.

일부 투자자는 연초 얻은 수익을 다 반납했다고 한다. 이렇게 순이익 감소세가 지속되는 경우 현재 어느 정도 이익을 내고 있다 해도 주가는 하락을 계속한다. 조선산업도 비슷하다. 규모의 불경제라고 할까?

몸집도 큰데다 정책에 메이고 변수도 복잡한데 산업 구조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혁신이나 체질 개선이 쉽지 않은 기업의 이익이 상승 전환하는 때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철강, 제지, 고무, 기계, 플라스틱 등의 소위 경기 민감주의 특성이라 볼 수 있겠다. 그래서 PER 수치에만 의존해서 매매하는 것은 크게 유용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황호탁은?]

▲공학박사, MBA
▲EU(유)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KT, 동원그룹 상무
▲전 성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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