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빛나자 구름 뒤로 숨은 큰별’…“떨어질라”

2010.06.15 09:21:15 호수 0호

여의도 잠룡 암중모색 내막

지방선거가 차기 대권주자들인 잠룡들의 움직임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샛별같은 새로운 정치인들이 주목받게 된 반면 ‘스타 정치인’으로 불렸던 이들은 숨죽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으며 박근혜 전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역할론’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뛰었던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대표는 승리의 화환을 목에 건 정세균 대표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지방선거에서 패한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도 당분간 정치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선거 후 숨죽인 ‘스타’ 박근혜·정몽준·정동영·손학규
상처 입은 박근혜·정몽준 ‘정중동’ 전당대회 출마가 고비

현 정권과 차기 정권의 교차점에 서 있었던 6월 지방선거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차기 대권주자들의 예비전 성격으로 치러지면서 여의도 권력지형의 물길을 바꿔 놓은 것. 그 중에서도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되던 스타급 정치인들이 대거 침묵기를 보내고 있어 정치권의 주의를 끌고 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이러한 시기를 보내는 것이 일견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달라진 대권가도
잠룡들 “머리카락 숨겨라”

정 대표는 지난 3일 지방선거 결과가 명확해지자 “이번 선거의 책임을 맡았던 선대위원장으로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면서 “이번 선거는 여야 정치인들이 협력해 국정 현안을 풀어나가라는 국민의 준엄한 당부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개최 시까지 김무성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했다.

지방선거 패배는 정 대표에게 뼈아픈 기억을 남겼다. 일선에서 지휘했던 지방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마무리 됐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지방선거 성적표를 들고 전당대회에 출마, 승계직 당대표라는 꼬리표를 떼고 선출직 당대표가 되려했던 당권 구상도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국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자격으로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길을 나선 것. 그는 지난 5일 2012 런던올림픽의 FIFA조직위원장 자격으로 첫 회의를 주재한데 이어 FIFA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 아시아축구연맹 총회, FIFA 총회 등에 참석해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 12일 한국과 그리스의 조별리그 1차전을 참관한 뒤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영국 총리와 면담을 갖고 15일 입국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선거와 관련,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박 전 대표의 비협조가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책임론’은 친박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친박 이성헌 의원도 “박 전 대표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고 당협위원장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열정적인 지원유세를 펼쳤음에도 패한데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대구시당 개관식에서 박 전 대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 본인의 책임을 절감하고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모든 국회의원, 나아가서는 박 전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의 냉정한 심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한나라당에 어떠한 변화가 필요한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자신도 본인의 지역구에서 지원유세를 한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를 넘어서지 못하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뜨는’ 박근혜 역할론
정중동 행보 거둘까 말까

하지만 박 전 대표에게는 ‘책임론’뿐 아니라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친이계 진수희 의원은 “밖에서 보기에 한나라당이 의석만 많았지 둘로 갈라서있는 것 아니냐, 그런 지적들이 많았다”며 “그러다보니까 많은 이들이 박 전 대표 역할론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역할론’은 친이·친박계를 가리지 않고 있다. 친이계 김동성 의원은 “당의 얼굴 역할을 할 사람을 박 전 대표로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 전 대표를 (대표로) 추대하자”고 했고, 친박계 김태환 의원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나서 협력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 보다는 총리를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계파를 가리지 않는 ‘역할론’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박근혜 역할론’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문을 닫았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도 답변을 바라는 이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을 남긴 채 자리를 피했다.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 패배를 겪은 당·정·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인사가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당이 이 대통령과 역할 분담을 통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활동할 수 있을 때 박 전 대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역할론’이 현실화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 정권의 출범 이후 꾸준히 제기돼왔던 ‘국정 동반자’가 되는데다 당 운영에 걸림돌이 돼왔던 계파 갈등이 해소될 실마리를 잡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박근혜 역할론’이 말로만 그칠지, 현실화가 될 수 있을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여의도의 시선이 따라붙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민주당에서도 명암은 나타나고 있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정세균 대표에게 시선이 맞춰진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

정세균 뜨니
손학규·정동영 속앓이

손 전 대표와 정 의원은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지방선거를 뛰었다. 칩거하고 있던 손 전 대표는 한시적으로 정치권에 복귀했으며 정 의원은 정 대표와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지방선거 후 이들의 입지는 크게 달라졌다. 정 대표는 잇따른 재보선 승리 등에 힘입어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했던 비주류의 주장을 일축할 정도가 됐다. 또한 전당대회에서 연임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반면 손 전 대표는 한동안 여의도로 완전히 복귀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원했던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김진표 후보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장관과의 후보 단일화에서 패했을 뿐 아니라 ‘단일화 후보’였던 유 전 장관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낙선했기 때문이다.

손 전 대표의 경우 전당대회 출마설과 7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의 복귀 자체가 ‘임시’였던 만큼 너무 앞서간 관측이라는 것이다. 손 전 대표의 측근들은 그의 서울 은평을 재보선 출마설에 대해서도 “종로지역위원장인데 지역을 버리겠냐”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정 의원의 당내 입지도 애매해졌다. 정 의원은 선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 곳곳을 누볐지만 정작 자기 사람을 챙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지원했던 후보들이 당 주류측 후보에게 밀렸던 것.

복당 후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 온 정 의원이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적다. 하지만 지방선거 전후로 뭉친 비주류 인사들과 ‘연합전선’을 펼 경우 정 대표와의 승부에서 호락호락한 상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바짝 뒤쫓아 진땀을 흘리게 했던 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전 장관은 당분간 정치 일선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기의 성과 거뒀지만
당분간 정치일선 참여 ‘…’

한 전 총리의 경우 지방선거 때문에 멈춰 섰던 검찰의 조사와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유 전 장관도 7월 재보선 출마설이 나오고는 있지만 “지방선거 출마 직후 재보선에 나서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또한 이들이 받고 있는 정치적인 평가도 향후 활동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전문가는 각각 서울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한 전 총리와 유 전 장관의 ‘정치력’을 평했다.

그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기력했다”며 “이번 지방선거로 정치활동을 마감하는 게 좋다”고 냉소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에 대해선 “낙선했지만 가능성과 위력을 보여줬다”며 “386과 친노인사들의 대거 등장은 정치권의 새로운 세대교체의 근거가 될 수 있다. 60대 리더들이 40대 젊은 리더들과 협조적 경쟁을 통해 서로가 윈-윈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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